공포의 물고기 : 합본판 - 개정판
이토 준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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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기발한 아이디어를 그만의 기괴망측한 그림체로 그려낸다. 뒤로 갈수록 지독해지는 전개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재미-중상, 난도-하)

원제 ‘ギョ‘. ‘물고기‘라는 뜻이다.
‘기괴하고 괴이한 만화‘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만화가 ‘이토 준지‘의 대표작 중 하나.
2012년에 그의 만화 중 가장 먼저 애니화되었다.
보너스 느낌으로 단편 2개가 추가 수록되어 있다.

(줄거리) 오키나와로 놀러 간 커플 타다시와 카오리는 이상한 생명체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 정체는 바로 시취가 심하게 나는 다리 달린 물고기.
곧이어 물고기뿐만 아니라 다리 달린 해양생물들이 일본 곳곳에 상륙하기 시작하고, 현대 문명은 혼란에 빠진다.
한편 카오리는 몸이 부풀어 오르고 시취를 뿜어내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 타다시는 과학자인 삼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토 준지의 기괴하고 끔찍한 그림체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역겨움에 대한 역치가 낮은 독자라면 읽기 힘들 수도 있다.
물고기에 달린 다리는 곤충의 그것과 흡사하게 움직인다. (생선 공포증과 곤충 공포증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극상의 공포를 선사해 줄 것이다.)
독립된 존재인 ‘다리‘는 그 어떤 동물이든 숙주로 삼을 수 있는데, 이는 해양생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패하는 숙주에게서 발생하는 가스를 연료 삼아 움직이는데, 이에 대한 묘사 역시 끔찍하다. 신체의 각종 구멍으로 삽입된 가스관은 언럭키 촉수물 그 자체다.
만약 이 만화가 실사화된다면... 필자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림체만큼(?) 스토리 구성도 훌륭하다.
‘다리‘의 탄생 비화, 심각해지는 상황, 인간 존엄성 파괴, 업그레이드되는 기구 등, 소재와 아이디어를 적절히 잘 팽창한다.
다만 타다시와 카오리의 관계는 어떻게든 마무리되지만, 아포칼립스를 암시하면서 아득해지는 결말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일을 크게 벌여놓고 ‘세상은 이렇게 망하게 된답니다‘와 같은 인상을 준다.

‘가스‘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하다.
단순히 ‘다리‘의 연료 역할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의식과 의도와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로 보인다.
(어쩌면 ‘가스와 다리‘의 관계를 ‘사람과 자동차‘에 빗대어 볼 수 있지 않을까.)
가스에 나타나는 표정들과 가스끼리의 유인력 등이 이에 대한 증거인데, 필자는 이렇게 갑자기 등장하는 판타지스러운 요소에 지금껏 쌓아오던 미스터리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살짝 흔들린다고 느꼈다.
다만, 불가사의한 존재의 등장에 또 다른 두려움과 궁금증이 생기긴 한다.

『공포의 물고기』가 왜 이토 준지의 대표작 중 하나인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암울한 분위기와 기괴한 그림체, 경계선 따위 없는 듯한 상상력의 발현, 그리고 흥미진진한 스토리 짜임새까지 이토 준지 그만의 역량을 마음껏 보여준다. (역시 여캐도 잘 그린다!)
추가로 수록된 2개의 단편 중 「기괴한 아미가라 단층」은 그의 상상력과 결말이 탄탄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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