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금만나! 서재에서만나!

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몇 년쯤 나이가 들어버린 기분이다. 인생이라는 길위에서 한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 말까 한 보석같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났으니 말이다. 직업도 나이도 취미도 삶의 환경도 다르지만 이 열다섯명의 지식인들은 서재라는 공간에서 하나로 통한다. 책읽기가 생활인 사람들..... 그들이 숨쉬는 곳에, 존재하는 곳에 어디든 책이 있다. 

 이 책은 지식인들이 읽고, 소유하며, 가슴에 품고 있는 책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며,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던져줄 북멘토를 찾고자 하는 방송작가 한정원씨의 바람에서 출발한 인터뷰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직접 한분, 한분과 대면하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이웃집 아저씨같은 느낌으로, 때로는 존경하는 교수님처럼, 때론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능력자처럼 15명의 지식인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있는 첫인상으로 내게 다가왔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와 책이야기를 통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를 솟구치게 했다.

 내가 평소에 존경하는 조국교수님,  예전에 TV에서 살짝 보았던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님 두 분 빼고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을 모르고 있었다는 나의 무식함에 통탄할 따름이었다. 이렇게나마 귀한 만남을 주선해 준 이 책에 무한 감사를 하고 싶다. 자연과학자 최재천님, 솟대 예술작가 이안수님,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 북 디자이너 정병규님, 사진작가 배병우님, 정치인 김진애님, 아트스토리텔러 이주헌님,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님, 건축가 승효상님, 출판문화인 김성룡님, 영화감독 장진님,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님,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님 이렇게 15명의 지식인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고, 배우게 됐고, 도전받은 것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온밤을 새워도 모자라는 탓에 이들 한명, 한명의 개성은 뒤로 미뤄두고, 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통로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지식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지만 결코 자기의 분야만 아는 사람은 아니다. 자기의 분야만 차곡 차곡 쌓다보면 얼마 못가 무너지게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전문분야와 연결되는 또 다른 다양한 분야의 기초지식을 덧붙여 쌓아 올리다보면 더욱 견고하고 높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탑을 쌓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들은 그렇게 몇천, 몇만권의 책들을 읽고 그 지식의 바탕위에 자신의 일을 세웠고 계속 그 지경을 넓혀가고 있다. 그들 개개인이 하나의 거대한 서재인 것이다. 그들의 가슴 안에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한 수많은 책이 있고, 그 수많은 책들 중에서 그들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었던 귀중한 책이야기를 들려준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르게 살아가는 그들이기에 우리는 그들중에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을 북멘토로 고를 수 도 있고, 그들을 여러방면으로 골고루 섞어 우리에게 맞는 독서의 방향을 찾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시골집에서 그들의 삶의 자리 어디에나 책이 함께 하기에 그 책들이 뿌리내리고 가지를 뻗고, 꽃을 피워 지식인의 향기를 풍기는 것이라. 앞으로도 그들이 독서를 통해 맺게될 수많은 결실들을 기대하면서 나 스스로도 이 시대의 지식인들과 책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이 북멘토들의 도움을 받아 나만의 독서의 방향을 설정하고 부지런히 달려나가야 겠다. 엄청난 정보의 홍수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등대가 되어줄 귀한 책이다. 이땅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권한다!

5월의 동화속으로~

봉주르 파리! - 파리지엔의 맛난 빵이야기와 파리의 리얼 스토리
오윤경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5월

 햇살도 바람도 푸른 하늘도 너무 사랑스러운 가정의 달 5월이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지는 이 봄날에 ’봉주르 파리’가 선물처럼 내게 왔다. 
 책 표지를 딱 보는 순간부터 ’와~’하고 행복해지는 것은 표지부터 너무 예쁘다! 

 이 책은 파리지엔 13년차인 오윤경씨가 쓴 책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디저트가 가득 담긴 실용 레시피다. 건축을 전공했고 인테리어 전문가라서 그런지 그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디저트를 창조해내는 데도 유감없이 발휘한 듯 하다.

 도구준비부터 기본반죽법을 시작으로 6개의 파트로 나누어 쿠기, 바게트, 디저트, 크레이프, 마들렌, 마카롱까지 재료와 걸리는 시간, 난이도, 만드는 방법을, 과정을 담은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난이도는 별3개를 기준으로 쉬운건 별하나 어려운건 별3개로 표시되어 있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모양이며 색깔이 어찌나 예쁜지 절로 군침이 돈다.

 프랑스인들의 최고 선호 디저트라는 무스 오 쇼콜라. 쇼콜라 거품이란 뜻으로 식감이 거품처럼 가볍다고 붙여진 요 디저트는 별하나! 이번 주말에는 이것부터 도전해 봐야겠다. 먹어보지 않았는데 눈으로 보기만 해도 그 달콤함이 전해지는 듯 하다. 

 ’봉주르 파리’의 또 다른 매력은 파리 곳곳에 숨은 좋은 카페랑 보물찾기처럼 좋은 물건을 찾을수 있는 벼룩시장 등 파리의 이야기가 레시피 중간 중간 담겨있어 그 맛을 더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파리의 연인이 빠질 수 없겠지! ’파리의 연인’의 두 주인공 박신양, 김정은처럼 이 책의 저자 오윤경님과 로맨틱한 무슈, 제롬과의 사랑이야기는 이 책을 더욱 달콤하게 만든다. 

  "이 세상에 행복을 만드는 레시피가 존재한다면, 나에게 그 요리를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비밀 재료는 너야. 너 한 스푼이면 내 하루는 매일이 예술이니까......."

 제롬과의 10년의 열애끝에 올 봄에 마담이 됐다는 그녀! 그녀가 가장 행복했을 순간에 씌여진 책이기에 더욱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겨 행복을 담은 레시피가 되지 않았나 싶다.

 


별세개!! 난이도의 완성 마카롱 되시겠다. 부드럽게 입안에서 살살 녹을 것 같은 요 예민한 마카롱을 완벽하게 만드는 그날까지 한달에 한두번은 "봉주르 파리"와의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야 겠다. 이 책은 특별히 마지막 부분에 부록으로 선물용 포장법까지 상세히 소개해 주고 있다. 맛도 모양도 포장까지 완벽하게 해서 파리의 향기를 피크닉 가방에 담아 가족끼리 소풍을 간다면 더없이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듯 하다. 이 아름다운 봄날을 더욱 빛내줄 레시피가 가득 담긴 '봉주르 파리!'를 센스쟁이 엄마들과 디저트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그녀의 조각들을 찾아서~

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
시리 제임스 지음, 노은정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나만의 비밀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비밀이 없는 편이지만 비밀을 가진사람들의 심정에 대해 생각해보면 남들에 의해 자기자신이 평가되어지는 게 두렵거나, 자신에 의해 다른 어떤이가 상처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비밀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이런말이 있다.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나니(눅12:2)" 

그렇다! 비밀은 드러나기 마련인 것이다. 단 한명의 믿음직한 사람에게만 말을 해도 벌써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아는 것이 아니던가! 비밀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나만 아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적어도 나같은 경우엔, 말이든, 글이든, 몸짓이든, 심지어는 눈빛으로라도 표현을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주로 일기를 쓰는 편이다. 그것도 혹시나 누가 읽을까봐 온갖 암호들로 난무한 비밀일기를.... 

 여기 또 하나의 비밀일기가 있다. 처음엔 "샬럿 브론테의 비밀일기"라는 제목을 보고 샬럿 브론테가 저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시리 제임스라는 미국 여성이 쓴 책이다. 저자는 샬럿 브론테의 자필 일기가 아일랜드의 어느 농가 지하실에서 발굴되는 상상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미국에 살지만 이 작품을 위해 샬럿의 활동무대였던 영국과 아일랜드를 수없이 오가며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답사를 한 저자의 땀과 노력의 결과물이기에 이렇듯 읽는이로 하여금 감동을 줄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샬럿 브론테는 자신의 작품 [제인에어], [셜리], [빌레트] 속에 자신의 비밀을 조각 조각 나누어 감추어 두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시리 제임스는 그 작품 속에 감춰진 비밀을 샬럿의 입장이 되어 그녀가 살았던 동네에서, 그녀가 걸었을 길을 걸으며, 숨겨져 있던 그녀의 삶의 조각들을 찾아내고 잘 맞추어 한편의 작품으로 재구성해 낸다. 평생 노처녀로 혼자 살 줄 알았더니 느즈막하게 36살에 받게된 청혼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일기장에게 털어놓으며 소설이 시작되고 청혼한 남자와의 첫만남을 회상한다. 이 책에는 이런식으로 회상하는 장면이 많아서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 속의 또 이야기 이렇게 3중 액자 구조가 있음에도 전혀 헷갈리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샬럿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3가지를 말하라면 가족, 일, 사랑을 들고 싶다.  세자매인 샬럿과 에밀리, 앤은 글을 쓰고 자신이 쓴 글을 낭독하고, 토론하고, 서로의 글을 평가해 주고 때론 서로를 격려하고, 때론 도전받으면서 쓴 글들이 책으로 나왔을 땐 얼싸안고 기뻐했던,(비록 2부 밖엔 팔리지 않았지만) 함께 성장하는 작가들이었다. 이 세자매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행복해 보였던 만큼 그녀들의 이별장면은 가장 가슴 아팠던, 밤새 나를 울게했던 장면으로 꼽힌다. 5살때 엄마를, 9살때 두언니를 차례로 잃었고, 32살에 남동생과 에밀리가, 33살엔 앤이 폐결핵으로 죽는다. 두 여동생이 죽어가는 장면은 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어려서부터 상상하는 것과 글쓰기를 좋아했던 살럿은 틈틈히 글을 썼고, 커러벨이라는 남자의 이름을 연상케 하는 필명으로 책을 낸다.  샬럿은 글을 통해 사랑하고, 위로받고, 행복해 한다. 
 서른아홉의 젊은 나이에 죽는 그녀이기에 36살에 청혼을 받고,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지체되었지만 결국 38살에 시작된 짧은 결혼생활이 그녀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우여곡절 많았던 그녀의 삶, 복작였던 집안에서 하나둘 떠나 보내야 했던 그녀의 가족들을 대신해 그녀의 허전한 마음을 가득 채우며 그녀의 삶속으로 걸어 들어왔던 니콜스와의 행복했던 시간들. 그게 채 1년을 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까웠지만 행복을 시간으로 따지는 건 바보같은 짓이 아닐까? 어쩌면 짧았기에 그만큼 더 행복이 극대화되었던 것이리라.

 '제인에어'에 반하고 그녀의 삶에 반했다. 샬럿의 다른 작품들과 시리 제임스의 The lost memoirs of Jane Austen도 읽어 보고 싶다.

뜨거운 심장을 가진 엄마

마더 릴리언의 위대한 선물
지미 카터 지음, 에버리치홀딩스 편집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5월

 세상엔 다양한 엄마들이 존재한다. 원치않는 아이를 낳아 버리는 엄마부터 자신의 삶을 온통 아이에게 집중시키는 헌신적인 엄마까지...... 가끔씩 무정한 엄마들이 뉴스에 대문짝 만하게 실리는 것은 엄마라는 이름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에 나쁜놈들이 저지른 당연한 범죄보다 엄마들의 모성을 저버리는 행위에 더 큰 비난이 돌아가는 것이리라. 그렇다. "엄마" 엄마라는 이름은 그냥 그 자체로 참 위대하고 존경받아 마땅하다.  현금중에 가장 값나가는 오만원권에 조선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그녀의 학식과 자식교육등 여러가지로 한국의 정서상 훌륭한 어머니상으로 평가되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은 맞벌이를 많이 하고 있어서 아이들을 다른 교육기관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신사임당을 못따라가는 이 엄마들은 훌륭하지 못한걸까? 그렇지 않다. 모든 엄마들은 자신들이 처해있는 상황에 맞게 자기 방식대로 자식을 사랑하기에 그 사랑 하나만으로 충분히 훌륭하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적었던 시대부터 밖으로 나가 일하는 엄마로 살았던 카터의 엄마 릴리언에게서 우리의 마음속에 고정관념으로 자리하고 있던 단아하고, 조신하고, 헌신적이기만 했던 어머니상 외에,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고, 나이가 많이들어 할머니가 되어서도 소녀같은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랑스런 어머니상을 만나 볼 수 있다. 일과 자식교육! 두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고 싶은 엄마들에게 강추한다!

 마더 릴리언이 멋져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온전히 자신의 삶을 기쁘게 누렸다는 데 있다. 보통우리가 "엄마"하면 슬퍼지는 까닭은 엄마들이 우리를 위해 수고하신 그 수고와 희생에 미안하고 감사하기 때문일 텐데 그녀에게선 뭔가 희생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헌신적인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뒤에서 밀어준다면 릴리언은 자기 스스로가 기수가 되어 앞장을 서고 스스로의 에너지로 빛을 내며 아이들이 뒤에서 따라오도록 인도한다랄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릴리언의 또다른 매력은 그녀의 끓어넘치는 열정이다. 그녀의 심장은 뜨겁다. 아직 젊은 나는 70살하면 왜이렇게 할머니처럼 느껴지는지 인생계획도 60대까지만 짜고 70대는 없다. 그런데 릴리언은 70세의 나이에도 소녀같기만 하다. 그 나이에 평화봉사단에 자원하여 힘차게 뛰어다닌다. 늘 봉사하고 나눠주는 그녀의 생활에도 불구하고 희생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그녀가 그 모든 일에서 기쁨을 느끼고, 받는 이가 누리는 것보다 더욱 값진 보람을 누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심장은 쓰고 쓰고 또 써도 없어지지 않는 마법의 심장같아서 그녀가 가는 곳마다 뜨거운 심장을 남겨두고 남겨두어도 결코 작아지거나 식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릴리언에게는 톡톡 튀는 뛰어난 순발력과, 재치, 엄청난 유머감각이 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일기쓰기와 편지쓰기를 멈추지 않으시기에 내공이 쌓여서 그런지 인터뷰를 할적마다 어쩜그렇게 재치있는 대답을 찾아내는지 너무 부러웠다. 무엇보다 그녀는 이 모든 재능을 이용해서 사람의 마음을 산다. 예를 들자면 몸개그에도 능하셨던 릴리언 할머니는 교황을 만나는 자리에서 너무 왁스칠이 잘된 바닥을 높은 구두를 신고 지나다 대자로 넘어지는 상황에 처했을 때 아무렇지 않은듯 교황을 위한 이벤트였노라고 이야기 한다. 이런 소녀같은 할머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카터의 선거운동을 할때도 그냥 릴리언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즐긴다. 하기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해야할 일이면 아주 즐겁고 기쁜마음으로 해내는 그녀! 자신이 직접 아이들의 멘토로서 존재하는 이런 엄마가 있기에 그 아들 카터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미국대통령 지미카터의 어머니 릴리언이아니라 릴리언의 아들카터로 생각이 바뀔 것이다. 엄마라면, 아니 여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매력적인 그녀!

편지 1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클래식 27
조르주 상드 지음, 이재희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3월

너무도 매력적인 여인을 만났다. 조르주 상드~
 그녀의 생애에 대한 연구에 40년을 헌신한 조르주 뤼뱅과, 30년 동안의 연구와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 이재희 선생님! 그녀의 어떤 점이 두 남자가 거의 평생을 바칠 만큼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그 비밀은 그녀의 편지 속에 있었다. 그녀가 썼다는 1만 8000통의 편지 중에 508편의 편지만을 선별해서 모아놓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이 곳에 없는 편지까지 너무 읽고 싶었다.  편지를 읽는 동안 나는 어느새 그녀와 절친한 친구가 되어버렸으니까. 상드의 편지는 그녀의 삶이라는 커다란 퍼즐의 조각 같았다. 한 조각이 빠지면 서운하고 더 알고 싶고 찾고 싶은...... 

 이 책은 1권이라 상드가 1820년부터 1830년까지 10년간보낸 72개의 편지만을 담고 있다. 받는 사람 세명만 소개하자면 상드의 베프라 할 수 있는 잔 바주앵, 남편 카지미르 뒤드방,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오렐리앙 드 세즈다. 잔에게 보낸 편지들은 영국 수도원에서 함께 지냈던 잔, 셰리, 에메 세자매와의 두터운 우정을 보여준다. 대학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봐서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어떤것인지, 그녀들과 밤새도록 나눈 이야기들과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그녀의 편지는 더욱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솔직함과 뛰어난 표현력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친구들에게 혹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가! 그러나 마음은 마음일뿐 늘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음에 많이 안타깝고 미안했다. 그런데 그녀가 내가 하고 싶은말,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진실한 그리고 진심어린 말로 대신해 줌에 너무 공감했고 내 마음과 너무 닮은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뻤다. 

 남편을 사랑했지만 정신적인 유대가 이루어 지지 않았던 그녀는 "우리의 영혼은 서로 닮은 꼴이예요."라며 영혼이 통하는 소울메이트 오렐리앙과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절절한 러브레터에 그 누가 그녀를 미워 할 수 있을까!! 남편있는 몸으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린 그녀. 흔들리는 마음과, 다잡으려는 마음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그녀의 진심이 편지에 녹아있기에 결코 그녀를 손가락질 할 수 없고 오히려 위로해 주고 싶어진다. 그녀는 자신의 결혼 생활을 "나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굴레에 묶이던 날." "결혼 생활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은 첫번째 날"이란 말로 대신한다. 사실 상드의 남편은 상드가 1가지를 희생할 때 10가지를 희생하는 헌신적인 사람이었지만 내적 교류가 없는 정신세계의 메마름을 상드는 못견디게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며 우울증에 빠졌다. 남편에게 쓴 편지 중에 200자 원고지로 190장이나 되는 장문의 편지에 그녀는 세즈와의 만남들과 그 순간순간 느꼈던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놓고 있다. "그의 지성, 그 사람과의 대화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어요."라며 모든 것을 너무~ 너무 솔직히 말하는 그녀이기에 이건 미워할 수도 없지만 남편으로써는 많이 마음아팠으리라....... 이 얼마나 잔인한일인가! 이 책엔 없지만 나중에 상드는 남편과 이혼을 했다. 

 1980년대에 쓴 마지막 몇개의 편지들에는 상드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혁명가로써의 열정을 살짝 보여준다. 이 여자 정말 여러가지로 너무 매력적이다. 앞으로의 편지들도 기대가 된다. 그녀의 편지 1만 8000개를 다 읽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알면 알 수록 더 궁금해지는 내게 너무 멋진 그녀~! 상드~!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고 싶지만 편지라는 게 그렇듯 줄거리 보다는 보내는 이가 고르고 고른 단어 하나와, 문장, 그리고 글의 흐름 속에 녹아있는 쓴 사람의 진심을 직접 느껴야 진정한 감동과 기쁨이 솟아나지 않을까 싶다. 왠지 쓸쓸하고, 외로울 때 이 책을 밤새도록 읽어보면 끊임 없이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사랑스런 상드라는 친구가 내 곁에 함께 해 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