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제21호 - Summer, 2011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2011년 문예계간지 ASIA봄호를 처음 접하고 그 탁월한 구성과 지성넘치는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접하며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2011년 여름에 만난 ASIA는 역시나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세상을 향해 감겨져 있던 나의 눈을 뜨게할 만큼의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문학을 한가득 싣고 왔다.

 이번 ASIA는 '아랍 작가의 눈으로 보는 재스민 혁명의 안과 밖'이라는 제목으로 특집으로 꾸며져있다.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고자 목표를 세운 나지만, 먼저 내 발등에 떨어진 시험이라는 불부터 꺼야겠기에 시험관련 책만 보고, 간혹 주말에 책을 읽는 것 빼고는, 신문과도 TV와도 동떨어져 산지가 좀 오래되었다. 그래서 간혹 오다가다 중동지방에서 일어난 혁명에 대해 TV로 보기는 했지만 그 진상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ASIA가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나의 무지함에 앎의 기쁨과 동시에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그들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는 간절함을 가져다 주었다.
 
 역사에 길이남을 민주화운동이 중동지역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그동안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내 삶을 살기에만 바빴던 것에 먼저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 민주화 혁명의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생생하게 묘사해준 여러 아랍작가들과 중동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문가의 손길이 묻어나는 글로 중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혀주신 이희수박사님께 너무 감사하다. 전태일의 분신을 연상케하는 튀니지의 26살 청년 모하메드 부하지지의 분신을 시작으로 튀니지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은 중동 곳곳에 민주화 시위의 불꽃을 당겼다. 이 민주화 시위에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 컸다는 데에 왠지 모를 감동이 솟아난다. 그동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너무 약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열심히 노력해서 돈도 많이 벌고, 권력도 손에 쥐면 그 때 누군가를 위해, 약자들을 위해 싸우겠노라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되는 몇줄의 글들이 중동의 청년들에게 연합하여 싸울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과 나 또한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의 혁명을 응원하고 동참할 기회가 주어져있다는 사실만으로 감동이 밀려온다.

 이라크 작가 사무엘 시몬과 안도현교수님의 대담은 특히 인상적이다.  독재 정권은 무너졌지만 치안의 부재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군정이 카오스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군정을 옹호하고 있다는 시몬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성공한 혁명 그 이후의 문제들이 많이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가 겪어야했던 아픈 역사와 같은 역사를 그들이 되풀이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사담후세인이 싫어"하고 말하는 사람은 이해하지만, "이라크가 싫어"라는 말은 이해할 수 없다는 시몬. 그의 말을 통해 정말 싫어해야 할 대상에 대해 내가 범하고 있었던 오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쓰고자 하는 욕망이 떠나는 날이 있다면, 그날이 내 마지막 날이기를"이라 말하는 나기브 마푸즈.  그와의 대화와 그가 쓴 "제7하늘"이라는 소설을 읽고 이렇게 멋진 소설을 이제야 만나게 된데 대한 씁쓸함과 ASIA를 통해 이제라도 만나게 된 데 대한 감사함이 교차한다. 독재하에서 자신이나 가족의 안위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수많은 작가들과 숨겨져 있는 그들의 재능이 하루 빨리 빛을 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감추어진 보석같은 그들의 작품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명랑 작가의 "어디서 왔어요"도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입으로는 많은 소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말이 다 대화가 아니듯이, 소통의 부재와 가난한 동네와 부자 동네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나 경제적 수준 등에 따른 언어의 문제들. 현대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그리고 내가 직면할, 혹은 직면하고 있는 이 문제들에 한숨이 먼저 나온다. 이명랑 작가의 문제의식에 깊이 동감하며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겠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좋은 문예계간지가 발행된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고, 이 책에 글을 쓰시는 분들의 높은 수준에 경의를 표한다. 한글과 영문으로 동시에 발행되는 이 책을 통해 미처 접하지 못했던 아시아의 숨겨진 지성인들을 만나는 즐거움과 우리나라의 문학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두뇌 사용법
우젠광 지음, 류방승 옮김 / 아라크네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작을 패러 산에 올라가는 두사람이 있었다. 한사람은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도끼날 가는 걸 깜빡했고, 다시 내려가기도 뭣해 그냥 무딘 도끼로 장작을 팼다. 다른 한 사람은 급하게 산에 오르지 않고 집에서 도끼날을 날카롭게 간 다음에 장작을 패러 갔다. 누가 더 많이 팼을까?

 이 책은 지혜와 지식의 차이를 묻는 한 청년에게 장작패러 가는 두사람의 비유를 들어 그 차이를 설명하는 선사의 대화를 통해 사고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고력은 바로 위 이야기의 도기날과 같아 누구나 부단한 학습과 훈련을 통해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고력 결핍의 원인을 첫째, 지능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 둘째, 장기간 지나치게 단조로운 생활에 젖어 있는 경우, 셋째 잡념이 많아 생각의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 넷째 스스로 사고하는 데 게을러 사고력이 점차 퇴보한 경우, 다섯째 질병으로 인해 사고에 전념할 수 없는 경우 등을 들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사고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고력 결핍의 원인을 밝히고 롤모델로 제시하고있는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통해 두뇌 사용법을 가르쳐준다.
 논리적 사고, 이미지적 사고, 다각도적 사고, 조합적 사고, 단순화 사고, 시스템 사고, 창조적 사고, 비판적 사고, 전뇌 학습법의 총 9개의 part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중심으로 에디슨, 마리퀴리, 아인슈타인 등등의 다른 수많은 천재들의 사례들도 담고 있다.

  자신의 사고력이 어느정도인지 측정해 볼 수 있는 테스트를 통해 스스로 사고력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도 있고, 다양한 사고를 통해 이루어진 획기적인 발명과 재미있는 발견들의 실례를 통해 흥미를 더한다. 그리고 각 사고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찝어주며, 대뇌 활성화 트레이닝을 통해 직접 우리도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훈련을 할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사고력 향상을 위한 훈련방법이 자세히 소개되어있어 혼자서도 얼마든지 사고력 향상을 위한 훈련들을 해 나갈 수 있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에 의해 완성되기 때문에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20년동안 천재들의 사고방식과 창의력에 관심을 갖고 두뇌 활용 방법을 연구해 오신 저자 우젠광님! 그의 20년 간의 연구 결과를 한 번 믿어 보시라~! 
 오늘도 한쪽 주먹을 불끈 쥐고  '이런 바보'하며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박는 이 땅의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당신도 천재가 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원을 샀어요
벤저민 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동물원! 그곳은 내가 어린이었을 때, 일년에 한번 어린이날에나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만화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숲 속 동물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날씨도 항상 왜 그리 맑기만 한지 조금이라도 그늘에 앉아 있고 싶어하시는 어른들의 손을 잡아 끌고 계속 계속 올라가다 결국은 어른들은 쉬시라고 나무그늘에 버려두고 우리끼리 신나게 언덕을 올랐었다. 정글북에 나오는 시어칸이랑 내가 제일 좋아하는 흑표범 바키라랑, 나무 밑에 가만히 또아리를 틀고 앉은 비단구렁이랑 동물원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기린 등등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그 후, 더이상 어린이라 부를 수 없는 시간이 왔고, 학교라는 배움의 울타리에 갇혀 버렸다. 지금도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며 조금 더 안정된 직장과 안정된 생활이라는 푯대를 향해 조심스런 발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이 책은 나를 비롯하여 이렇게 안정된 삶만을 추구하며 어릴적 추억속의 모험 가득했던 환상의 세계를 망각하고 살아가는 안전주의자들에게 파격적인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벤저민 미는 지극히 안정적이던 런던에 있는 20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프랑스 시골마을에 헛간 두채를 사고, 무작정 이사를 간다. 그는 물질문명의 혜택이 거의 전무한 그곳에서의 삶을 에덴동산이라 표현할 만큼 만족스런 생활을 해 나간다. 그곳은 아이들을 데리고 야생생물탐험에 나설만큼 다양한 종류의 곤충과 새들이 가득했고, 뱀, 전갈, 벌 심지어 멧돼지까지 볼 수 있었다. 아내 캐서린이 뇌종양에 걸린 것만 빼고 놀랍도록 완벽한 프랑스 시골에서의 전원생활을 누리고 있던 중 벤저민은 누이 멀리사로부터 '꿈의 시나리오'라 이름 붙여진 또다른 모험의 세계를 향한 초대장을 받게된다. 물론, 우리의 벤저민은 떨리는 마음으로 그 모험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모든 모험이라 이름붙은 것들이 그러하듯, 시작부터 호락호락 한것은 하나도 없다. 

 다트무어 야생공원을 판다는 광고를 보고 그 동물원을 사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시작되는 모험의 세계! 쉽지만은 않았다. 아니, 쉬운것은 도무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향한 갈망"이 있었기에 동물원을 인수하고 많은 사람들과 도움을 받아 재개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결국 2007년 7월 7일 이라는 행운의 777이 들어간 날 동물원을 개장한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아내 캐서린의 죽음은 가장 견디기 힘든 아픔이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해냈다. 아니 그들 모두가 해냈다. 그야 말로 야생!이었던{?} 동물들. 언제 어떤 순간에 되살아날지 모르는 그들의 야생성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수 없는 비상사태의 연속인 생활 속에서 그가 해낼수 있었던 것은 그를 둘러싼 사람들 때문이라 확신한다.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원이 다시 개장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모두의 염원이 이루어낸 정말 기적같은 이야기. 

 12월에 나온다는 영화가 벌써부터 완젼 기대가 된다. 오랜만에 동물원에 갔다온 것처럼 신나고, 한밤에 숲속을 걷는 것처럼 가슴 떨리며, 슬프기까지 한 이 책을 너무 안정된 삶이라는 테두리에 갇혀사는 당신에게 권한다. 내가 가진 모든걸 걸고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었던가! 잊고 있던 내 어릴적 꿈을 떠올려보고, 꿈을 위해 모든 걸 걸수 있기를...... 지금, 도전하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정래작가님. 그분의 책들은 나로 하여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 대한민국을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황톳빛 땅이 겪어온 역사를 다시 거슬러 올라, 작품속 주인공들과 한걸음 한걸음 걷노라면, 내가 사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이땅이, 그리고 과거의 이땅을 살았을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그 아픔의 역사를 생생히 알게되기에,  한국이란 나라에 더욱 애착을 느끼게 되고 지금의 삶이 더욱 소중해 지며,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리라 다짐하게 되는 것이리라.

 이 책 황토는 일제식민지 시대부터 6.25를 거쳐 전후를 살아가는 한 여인 김점례의 삶을 통해 우리 나라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김점례는 한반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짓밟히고, 해방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미군이 들어오고, 분단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주인공도 일본인에게 짓밟히고, 전쟁으로 고통을 당하며, 친절을 가장한 미군에게 또한번 짓밟히고 결국 그 역사가 남긴 흔적을 지닌채 홀로 외롭게 남게된다.

 남들보다 빼어나게 예뻤던 점례는 과수원주인인 일본인을 때려 주재소에 끌려간 아버지를 살리기위해 주재소에 갔다가 주임 야마다의 눈에 들게된다. 야마다는 점례를 첩으로 들이는 조건으로 그의 부모를 풀어준다. 많은 조선인들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던 그 시절에 일본인의 첩이되어 "이제 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생활인데도 배가 부른 줄을 모르고, 힘든 일을 하지 않는 몸인데도 편한 줄을 모르는"생활을 이어 가던 점례는 야마다의 아들 태순이를 낳게된다. 이 일로 충격을 받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식민지 조선땅에는 갑작스런 해방의 소식이 날아든다. 해방과 함께 사라진 야마다와 온통 혼란에 빠져버린 사회. 

 어머니와 큰이모는 점례를 다시 시집보내기로 의논하고 점례는 어쩔 수 없이 눈에 밟히는 아들 태순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큰이모를 따라 이모네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박항구라는 청년을 만나 시집을 간다. 부지런했고, 정신이 깨어있었던 청년 박항구는 점례에게 지극정성으로 잘해주고, 점례는 처녀행세를 하고 시집온것에 조금 찔려 하기는 하지만 두딸을 낳고 행복하게 산다. 그러던 어느날 전쟁이 나고 두딸과 부인 점례만 남긴채 박항구는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인민위원장이었던 박항구때문에 점례는 군군에게 잡혀 심문을 받는다.

 큰딸 세연이는 이모에게 맡기고 왔지만 젖도 안뗀 작은 딸은 계속되는 취조와 열악한 환경탓에 병에 걸리고 만다. 그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미군 프랜더스. 그는 점례의 보증인이 되어주고 일자리도 주고 그녀 딸의 병도 고치려 노력하지만 결국 딸은 죽고,  결국 그녀는 프랜더스의 아이까지 갖게 된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 동익. 점례는 프랜더스가 가져다 준 미국 물건들을 팔아 차근차근 돈을 모으는데 어느날 프랜더스마저 훌쩍떠나버린다. 

 서로 다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세명의 자식을 데리고 장사를 하며 살아가는 점례. 조선의 여자로 태어나 쓰라린 고통의 역사를 겪어야 했던 그녀와, 그녀의 삶에 지울수 없는 흔적으로 남겨진 세 아이. 미국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기에 생김새가 확연히 다른 동익이를 태순이는 엄청 미워하고, 동익이는 혼혈이기에 당해야 하는 손가락질과 비난을 등산을 통해 극복하려고 같은 혼혈인끼리 모여 만든 동아리에서 회장으로 활동한다. 두 형제의 불화때문에 괴로워하는 점례는 가장 마음 든든한 딸 세연에게 남기는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자기 삶의 역사를 매일 몇줄씩 적어 내려간다.

 어쩜, 한반도의 역사를  한 여인의 삶속에 이토록 고스란히 담아 낼 수 있을까!! 조정래선생님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역사가 갖고 있는 흔적. 일본과 북한과, 미국의 흔적들. 우리의 황토는 마냥 미워할수도 마냥 사랑할수도 없는 그 흔적들을 오늘도 가슴에 품고 있다. 
 점례는 말한다. "그저 세연이나 세진이를 낳고 살던 그 3년의 세월처럼 서로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평생토록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싶었다."고 그녀는 아마 북한어딘가에 있을 박항구를 그리워하며 자신이 세연에게 남기는 글을 나중에 통일이되어 남편이 읽게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남한땅을 대표하는 점례가 북한땅에 있는 남편을 그리워하듯 우리 남한의 황토도 북한의 황토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그리워하는 연인을 떼어놓는 것일까. 서로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평생토록 함께 사는 꿈. 그 꿈이 하루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일 하느님이  ’너한테 자식을 주겠다. 대신 두 가지 중 하나를 정해야 한다. 
첫째 아프더라도 오래 산다. 둘째 짧게나마 건강한 삶을 누린다’ 
...<중략>...
 할아버지라면 어떡하시겠어요?"

 이 책의 주인공 아름이가 던지는 질문에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두번째를 택했다. "짧게 살아도 건강한게 좋지않겠어?"하고.... 하지만 이어지는 장씨할아버지의 대답에 머릿속이 하애져 버렸다.

"그런 걸 선택할 수 있는 부모는 없어."

 ’처음’이란 단어는 심장을 두근대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 두근거림은 설레임일 수도 두려움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는 김애란 작가는 내게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첫 장편소설이니 만큼 그녀의 설레임이 내게 전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옛날 이야기를 좋아해서 소설도 주로 옛날에 쓰여진 것, 적어도 아버지나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들이 쓴 책들만 읽어서 30대초반의 젊은 작가가 쓴 책은 참 신기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랑 같은 시대를 살아온 작가. 그렇기에 이 책 속에는 내가 겪어온 세상이 들어있고, 우리들이 사용했던 언어와 추억들이 듬뿍 들어있다. 그러면서도 김애란작가만의 독특한 표현력과 언어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마치 물방울이 호수에 떨어져 긴 파문을 남기듯 그녀의 글은 내 머리 속에 토독토독 떨어져 잠자던 감성들을 되살아나게 하는 어떤 마술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열일곱의 소녀 미라와 체고를 다니던 열일곱의 소년 대수.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이제 열일곱살이 된 소년 아름. 이 책은 아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의 부모님과 자신의 이야기다.  남들보다 빨리 늙는 병, 조로증에 걸린 아름이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또래친구가 없다. 많은 책들과 벗하며 살아온 날들..... 노인이 되어버린 그의 몸이 자꾸 병원신세를 지게 되자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워지고, 아름이는 ’이웃에게 희망을’이라는 프로에 나가 후원을 받게된다. 이웃에 사는 장씨할아버지가 유일한 말벗이었던 아름이는 이 방송이후 골수암을 앓고 있는 서하라는 열일곱살 또래친구와 메일을 주고 받게 된다. 

 ’그 아이의 글에선 어떤 특별하고 친숙한 ’시간성’이 느껴졌다. 아울러 그건 열일곱의 시간도, 스무살의 시간도 아니었다. 그건 ’혼자 있어본 사람의 시간’이었다. 라며 메일을 기다리고, 읽고, 답장을 쓰는 나날 속에 하루하루의 기쁨을 누리던 아름이에게 서하는 "너는...... 언제 살고 싶니?"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름이는 거의 한페이지에 걸쳐 살고싶어지는 매 순간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밤이 새워도 모자랄거라며 말을 맺고, "어쨋든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게 나를 두근대게 해.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네가 보낸 편지.라며 편지를 마친다. 서하의 존재는, 그녀의 편지는 아름이에게 그토록 소중했는데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기고 결국 서하라는 아이의 정체가 서른여섯살이나 된 아저씨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또래 친구가 갖고 싶었던 아름이의 마음을 이용해 접근해온 이 아저씨는 불치병소녀와 소년의 사랑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자했던 시나리오작가로 밝혀졌다. 아름이는 모든 사실을 다 알면서도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그 사실을 숨기시는 부모님을 위해 모르는척 서하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를 아버지에게 써 달라고 부탁한다. 이제 너무 늙어 앞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결국 이 사건을 통해 아름이는 깨달았으리라. 숫자는 나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리고 친구란 같은 숫자를 공유하는 나이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장씨할아버지처럼,그렇게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함께 이야기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진짜 친구라는 것을......

 지금이 아니면 다신 물어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조금 더 성급해지고 경솔해져도 좋을 것 같았다. 특히 상대가 장씨 할아버지 같은 분이라면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그게 정답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대답 속엔 누군가의 삶이 배어 있게 마련이고, 단지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당신들의 시간을 조금 나눠갖는 기분이었다.

 장씨할아버지와의 추억이, 그와 나누는 대화가 마음을 울리는 것은 둘 사이에 흐르는 진정한 우정이라는 전류때문인 것같다. 부모에게 할 수 없는 부탁을 그는 장씨할아버지에게 한다. 소주를 사달라는 부탁. 장씨할아버지는 처음엔 거절했지만 얼마나 오래 오래 고민하고 생각했을까? 죽을날이 얼마남지 않은 어느날. 병원으로 찾아온 장씨할아버지가 내미는 소주한병. 그것은 친구끼리 공유하는 비밀이자, 마지막 선물이었다. 

 아름이는 열일곱 생일 선물로 받은 노트북으로 세상을 떠나기전에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한다. 그동안 부모님께 열심히 물어 왔던 두분의 이야기. 한 여름밤의 꿈같은 부모님의 이야기를...... 침대에 누워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며 웃음짓는 부모님의 호흡을 느끼며 아름이는 그렇게 서서지 죽어간다. 

 어린시절 텀블링을 좋아했던 아름이."내가 한번씩 점프할 때마다 점점 젊어지는 것. 팔십이었다가 육십이었다가 열일곱이 되는 것.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진짜 내 나이가 되는것." 어쩌면 아름이는 꿈속에서 텀블링을 너무 많이 뛰었는지도 모르겠다. 자꾸 자꾸 젊어져서 자기 나이보다 젊어져서 다시 부모님 뱃속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를일이다. 그렇게 아름이는 죽었지만 아름이의 부모님 안에는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우정..... 아름이는 가장 행복하게 죽어간 사람중의 한사람일 거라 여겨진다. 그는 삶의 모든 순간순간 살고 싶어했고, 그 모든 순간을 설레임으로 가슴 두근거리며 살았으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순간 순간 감사하지 못하고 어떤 설렘도 두근거림도 없이 지루한 일상을 살다가 죽어가는가?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이들이 살고 싶지 않아하는가? 자식이 부모를 선택할수 없듯. 부모도 자식을 선택할 수 없다. 삶도 죽음도 선택의 문제는 아닌듯 하다. 세상 사람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선물로 여기며, 매일을 두근두근 설레이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