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삶의 의미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최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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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인간이해는 총체적인 인간이란 종에 대한 이해였다면 이 책에선 좀 더 구분된 낱낱의 유형으로 나뉜다. 아들러는 꽤나 꼼꼼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주장에 단서를 달고 단정하고 일반화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의 꼼꼼함에 나의 의심까지 더해져 문장을 왕복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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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아들러의 관계는 좀 재미난데, 이 책에선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들러도 사람이구나. 글에서 자신은 분석하지 않았다며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글 곳곳에서 드러난다. 아들러의 글을 모아서 읽다보면 아들러식의 분석이 가능할 것만 같다. 직접적이고 단호한 단어들이 많은데, 그 역시 아들러의 열등감 혹은 방어기재가 아닐까? 스스로를 지키고 사랑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간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그 심리를 너무 잘 알겠다. 아들러와 한껏 친해진 기분이다. 하지만 역시 쉽지 않아서 반복적으로 읽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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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쌓였다. 메모를 하고 갸웃거리며 책장을 앞으로 넘겼다.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아서 다시 읽어야겠다. 어렵지만 좀 더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재미나게도 꽤 많은 일본 심리학 저서에서 아들러를 발견했다. 공동체 의식과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집중하는 아들러를 일본에서 주목하는 걸까? 내가 만난 책들이 유독 그랬던 것일까? 왜 우리는 지금 아들러를 만나는 걸까? 나는 출판계가 사회의 요구와 흐름에 민감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말하면 현재 출간되는 책들을 보면 흐름과 요구를 확인할 수 있다. 100년 전의 아들러가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주장하는 바. 그 시간이 무색하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지금이 아닐까. 이제 우리는 개인만이 아닌 사회와 개인, 공동체 의식을 다시 확인해야할 시점인 것은 아닐까? 인간이란 종은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다. 아들러가 인간을 망치는 무수한 요인에 대해 말하면서도 늘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유는 그 변수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보고 가능성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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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남아 있는 사람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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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참 미안하다. 어쩐지 나는 황경신과 임경선을 혼동했고 임경선 책을 찾으며 황경신 책을 샀다. 왜 그랬을까? 그래서 마음보다 너무 늦게 작가를 만났다. 늦게 만난 작가가 다정해서 고맙다. 나를 야단치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어이없는 착각을 놀리지도 않았다. 다정한 것은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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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로 10살 언저리까지는 다 비슷한 연배라 생각하는데, 그 나이 대의 작가들을 만나면 역시나 더 열심히 끄덕거리게 된다. 그래그래. 맞아맞아. 나도 그거 알아. 우리 다 그랬지. 그렇게 열심히 끄덕거리며 만나는 이야기들엔 저마다 제식대로 열심히 견디고 울고 웃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서처럼 책 속에서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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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을 읽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을 보여줬구나 싶다. 그 일상성, 그 당연함이 우리를 위로한다. 드러나지 않아도 다들 이것지것 짊어진 채 사소한 것에 넘어지고 사소한 것에 힘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 그렇지, 우리 다 그렇지.하며 책장을 덮고 짧은 한 숨, 긴 한 숨을 한번씩 내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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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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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왜 이다지도 귀여운가! 나와 동갑이라는 데 이러면 곤란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다가 아, 귀여운 것도 너무 가까우면 괴로울 수도 있지- 그럼그럼.하고 끄덕거린다. 작가의 망상 세계는 실로 유쾌해서 따라가다보면 안면근육을 역동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얼굴 살 빼기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난 얼굴만 안 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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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하게 던져진 이야기들을 주워올리다가 문득 작가의 유머나 망상이 방어기재일 수도 있어. 이 작가의 내면과 고뇌와 갈등은 알 수 없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 내 망상 능력도 꽤 뛰어난 것 같다. 작가의 망상과 내 망상이 만나 왈츠를 추다가 탱고를 추다가 어쩐지 아크로바틱도 하다가 요가도 하다가 무한 반복되고 있다.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읽는 즐거움과 쓰는 즐거움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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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좋고 나쁨을 떠나 글은 맛있게 읽지 않으면 손해다-301쪽’ 무조건 동의한다. 종종 읽는 시간이 아까운 글들도 있지만, 대체로 좋은 글인 것은 알겠는데 안 읽히고 집중이 안되고 글자만 겨우 쫓아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런 책을 읽는 것은 진수성찬, 산해진미 앞에서 허기만 겨우 면하는 꼴일 수도 있겠다. 맛있게 읽기. 맛있게 읽고 잘 소화시켜서 피가 되고 살이 되고 까지는 너무 간건가. 멋있게 보다 맛있게가 더 좋은 이유로 맛있게 읽고 있는 것 같다. 대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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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저렇다 하는 말들은 내 얘기는 아니다. 최소 2인칭 혹은 불특정 다수의 3인칭. 그 상태로는 명확하거나 상세한 묘사는 불가능하다. 그린 듯한 묘사든 찍어낸 듯한 표현이든 몇 겹의 필터가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누구도 무엇도 정확히 알 수는 없고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 다시 한 번 배운다. 작가는 그렇게 무수히 많은 언어와 시선 중 하나로 다가온다. 인구 수만큼 다양한 인간 중 하나. 새롭게 만난 것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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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클래식 클라우드 10
허연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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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며 유튜브 녹화를 했다. 덕분에 설국에 대한 내 인상이 증거로 남았다. 그래 분명 내게 남은 설국은 문장도 이야기도 아닌 영화와 그림 중간 쯤의 장면들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아름다운 문장들은 그 다음이다. 그 유명한 첫문장은 의도하지 않아도 절로 외워질만큼 자주 만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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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을 만나게 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거장과 거장을 쫓는 사람의 조화가 관건이 아닌가 싶다. 이제껏 만나 온 책들에선 다양했다. 변할 수 없는 존재인 거장은 그를 대하는 시선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분명 그 자신이 달라지진 않는데도 전혀 다른 존재로 다가온다. 이 책을 쓴 허연 시인은 특히 ‘설국’과 ‘이즈의 무희’를 사랑한 듯 하다. 아니 시인이 가장 사랑한 것은 거장의 눈동자 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시선에는 한가득의 애정과 동경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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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삶을 엿본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은 실망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거장을 저 높은 선반 위에 올려두고 가끔 찬탄하고 우러를 뿐 가까이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모두 알지만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존재가 되고 만다. 아, 고전 문학이 그런 것이라 했던가? 생각보다 더 가깝고 생각보다 더 어려운 알 듯 말 듯한 세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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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시인은 설국이 오역되는 일이 몹시 안타까웠음에 틀림없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작가와 ‘설국’이라는 작품을 따로 떼어 생각하기는 힘들겠으나 작가에 대한 것 이상으로 ‘설국’과 ‘이즈의 무희’라는 작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그 설명은 얼마쯤은 반가웠으나 얼마쯤은 안타깝기도 했다. 설국이나 이즈의 무희를 읽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시각과 재미를 주겠으나 읽지 않은 사람들에겐 압박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 그만큼 시인은 그 작품과 작가를 사랑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의 해설은 내멋대로 할테다!라는 내겐 조금 부담스러웠다. 새로운 발견을 위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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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올 무렵, 하얗고 서늘한 풍경 속에서 혼자 눈장난을 하다가 시들해진 볼이 다 튼 얼굴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큰 눈의 어린이를 떠올린다. 내게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런 느낌이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더욱 그렇게 다가왔다. 기회를 놓쳐서 영원히 그 쪽은 바라볼 수 없게 된 노인 아이. 그 슬픔과 허무로 인해 눈물 흘릴 지언정 그 공허를 알 길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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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구두당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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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익숙한 것들의 변주. 살짝 연예인 봉태규 씨의 글이 떠올랐다. 동화를 읽어주며 분개했다던! 더불어 문학 다시 읽기도 생각해보고. 작가의 태도와 시각이 너무도 반갑다. 이제 우리는 이 정도는 읽어야 한다. 아니 이 정도 의문은 가져야 하고 이 정도 분개는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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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역시 소설은 재밌어야 하는데, 작가는 절대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당연시해 온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고 펼쳐 보이는 데서 오는 불편함은 일종의 자각몽 같은 상태가 아닐까? 꿈인 것을 알고 있지만 이거 너무 사실적이어서 부정할 수 없을 만큼인 꿈. 꿈인데도 무섭고 불안하고 아픈 것이 못마땅한 상황. 동화같지만 애들한테 읽어주면 안될 것 같고 자라면 분명 현실에서 마주할 법한 동화답지 않은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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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을 한권씩 만나갈 때마다 더 기대하게 된다. 다음엔 무엇을 만나고 발견하고 감탄하게 될까. 묘한 긴장을 동반한 설레임은 애정의 시작이 아닌가.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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