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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이 작가는 왜 이다지도 귀여운가! 나와 동갑이라는 데 이러면 곤란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다가 아, 귀여운 것도 너무 가까우면 괴로울 수도 있지- 그럼그럼.하고 끄덕거린다. 작가의 망상 세계는 실로 유쾌해서 따라가다보면 안면근육을 역동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얼굴 살 빼기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난 얼굴만 안 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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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하게 던져진 이야기들을 주워올리다가 문득 작가의 유머나 망상이 방어기재일 수도 있어. 이 작가의 내면과 고뇌와 갈등은 알 수 없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 내 망상 능력도 꽤 뛰어난 것 같다. 작가의 망상과 내 망상이 만나 왈츠를 추다가 탱고를 추다가 어쩐지 아크로바틱도 하다가 요가도 하다가 무한 반복되고 있다.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읽는 즐거움과 쓰는 즐거움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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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좋고 나쁨을 떠나 글은 맛있게 읽지 않으면 손해다-301쪽’ 무조건 동의한다. 종종 읽는 시간이 아까운 글들도 있지만, 대체로 좋은 글인 것은 알겠는데 안 읽히고 집중이 안되고 글자만 겨우 쫓아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런 책을 읽는 것은 진수성찬, 산해진미 앞에서 허기만 겨우 면하는 꼴일 수도 있겠다. 맛있게 읽기. 맛있게 읽고 잘 소화시켜서 피가 되고 살이 되고 까지는 너무 간건가. 멋있게 보다 맛있게가 더 좋은 이유로 맛있게 읽고 있는 것 같다. 대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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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저렇다 하는 말들은 내 얘기는 아니다. 최소 2인칭 혹은 불특정 다수의 3인칭. 그 상태로는 명확하거나 상세한 묘사는 불가능하다. 그린 듯한 묘사든 찍어낸 듯한 표현이든 몇 겹의 필터가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누구도 무엇도 정확히 알 수는 없고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 다시 한 번 배운다. 작가는 그렇게 무수히 많은 언어와 시선 중 하나로 다가온다. 인구 수만큼 다양한 인간 중 하나. 새롭게 만난 것 같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