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클래식 클라우드 10
허연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기 시작하며 유튜브 녹화를 했다. 덕분에 설국에 대한 내 인상이 증거로 남았다. 그래 분명 내게 남은 설국은 문장도 이야기도 아닌 영화와 그림 중간 쯤의 장면들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아름다운 문장들은 그 다음이다. 그 유명한 첫문장은 의도하지 않아도 절로 외워질만큼 자주 만나곤 한다.
_
두 명을 만나게 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거장과 거장을 쫓는 사람의 조화가 관건이 아닌가 싶다. 이제껏 만나 온 책들에선 다양했다. 변할 수 없는 존재인 거장은 그를 대하는 시선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분명 그 자신이 달라지진 않는데도 전혀 다른 존재로 다가온다. 이 책을 쓴 허연 시인은 특히 ‘설국’과 ‘이즈의 무희’를 사랑한 듯 하다. 아니 시인이 가장 사랑한 것은 거장의 눈동자 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시선에는 한가득의 애정과 동경이 담겨 있다.
_
거장의 삶을 엿본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은 실망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거장을 저 높은 선반 위에 올려두고 가끔 찬탄하고 우러를 뿐 가까이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모두 알지만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존재가 되고 만다. 아, 고전 문학이 그런 것이라 했던가? 생각보다 더 가깝고 생각보다 더 어려운 알 듯 말 듯한 세상이 펼쳐진다.
_
허연 시인은 설국이 오역되는 일이 몹시 안타까웠음에 틀림없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작가와 ‘설국’이라는 작품을 따로 떼어 생각하기는 힘들겠으나 작가에 대한 것 이상으로 ‘설국’과 ‘이즈의 무희’라는 작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그 설명은 얼마쯤은 반가웠으나 얼마쯤은 안타깝기도 했다. 설국이나 이즈의 무희를 읽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시각과 재미를 주겠으나 읽지 않은 사람들에겐 압박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 그만큼 시인은 그 작품과 작가를 사랑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의 해설은 내멋대로 할테다!라는 내겐 조금 부담스러웠다. 새로운 발견을 위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만 말이다.
_
여름이 다가올 무렵, 하얗고 서늘한 풍경 속에서 혼자 눈장난을 하다가 시들해진 볼이 다 튼 얼굴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큰 눈의 어린이를 떠올린다. 내게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런 느낌이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더욱 그렇게 다가왔다. 기회를 놓쳐서 영원히 그 쪽은 바라볼 수 없게 된 노인 아이. 그 슬픔과 허무로 인해 눈물 흘릴 지언정 그 공허를 알 길이 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