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아이의 낮잠 시간이 줄고, 취침시간도 늦어져서
이젠 자유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이 책, 조금만 읽고 얼른 자야지, 했는데
그길로 끝까지 읽어버렸다. 
초반엔 거의 억지로 읽었다.
전개의 문제라기 보단 문체가 나와 맞지 않았다.
비유가 범람하고 작가의 두 손이 계속해서 전면에
드러나는 문체 속에서 매 문장마다 덜컹, 덜컹했다. 
전작에선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왜 그럴까, 하고
내내 갸웃하며 불편하게 읽었다.

내 부탁으로 직접 책을 사다 준 남편이 궁금해하며 “재밌어?” 라고 물었을 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면 이쯤에서 그만뒀을 것 같아.” 라고 대답할 정도로.

하지만 억지로 읽다보니
어느새 문장은 흡입력을 되찾았더랬고,
완전히 몰입해서 한달음에 결말을 보고
책을 덮었을 땐 이미 새벽 2시 반.
내일을 위해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한단 생각에
침대로 기어들어갔지만 쉽사리 잠을 잘 수 없었다.
한참을 이 책에 대해 생각했다.
유진에 대해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이 책에 대해 생각했다.

요전에 <사라바>를 읽는 동안
나는 항상 아유무에 대해 생각했었다.
다 읽고 나서도 아유무와 그의 누나와 엄마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이집트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자말렉 지구를 돌아다니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유진이 아니라 책 자체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건 대체 어떤 차이일까, 따위를 궁금해하다
겨우 잠이 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유진의 꿈을 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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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이율배반적인 감상을 남기는 책이다.
지리멸렬하지만 마침내 스스로 매력적이어지는,
내내 시시하지만 종내엔 마음에 무언가를 남기는,
지극히 통속적이지만 영적인.

그래서 어느쪽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좋았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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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4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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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도 사랑스런 작품.
오랜만에 내 가슴에 굵은 획을 긁어놓은 작품을 만났다.
별다른 사전 정보나 기대도 없이 그저 제목에 이끌려
첫장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건 뭐랄까, 못 봤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정도로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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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아리송하다.
1권은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2권도 푹 빠져 읽다가, 종장에 이르러서는
굉장히 허탈해졌다. 이 책의 인상이 달라졌고,
내 취향이 아니라고 고개을 저으며 겨우 끝을 봤다.
물론 푹 빠져서 몰입해있던 내 마음도
어느새 소설 밖으로 빠져나와서는,
마지막엔 그저 그들의 끝을 저 멀리서 구경하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자려고 누워 이것 저것 되새기다보니,
이 소설이 던지는 화두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종장의 그 생경함과, 밑바닥의 어둔 풍경이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책을 덮은 후로 나는
인간에게, 특히 여자에게 있어 `진짜 해방`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나는 작가가 놓은 덫에 보기 좋게 걸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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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비를 바라는 기도 밀리언셀러 클럽 48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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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째의 데니스 루헤인.
좋은 소설가이지만 내 취향에 부합하지는 않는 걸로 판단,
데니스 루헤인 읽기는 일단 여기서 정지 (혹은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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