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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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다.

번역이 아쉽다.
(나, 지금은 하지 않고 있지만
책을 몇 권 정도 번역했던 출판 번역가이기에
불어권 번역 책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원문, 그러니까 불어로 된 문장이 이랬겠지, 하고
떠올리는 사람이다.
번역이 너무 직역에 가까울 수록 그렇다.
이 책의 번역이 그랬다.
오역이 아닌, 지난한 ‘미녀냐 추녀냐’ 논쟁이긴 하지만
어쨌건 나는 이런 번역을 읽을 때
몰입에 방해를 받는 편이다.)

좋은 소설이라 뭔가 자꾸 아쉬웠다.
조금만 더, 뭔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오랜만에 별 다섯 개 짜리 소설을 만났을텐데—

참, 여성 등장 인물들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도.
이건 이젠 대부분의 남자 작가들의 소설에서는
같은 불만을 갖게 되기에 뭐.

그런데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본다.
그래서 내가 소설을 쓴다면,
그 안의 남성 등장인물들은 남자들의 마음에 들까?
정말?

아니면 남성과 여성의 대립은 애초에 평등선상에
이루어질 수 없기에 남성 등장인물의 전형성 문제는
고려할 필요도 없는 건가?

하-,
머리는 아픈데
포기하고는 싶지 않은 문제들이다.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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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 <환상의 빛>을 아주 좋게 읽었다.
이 책은 그냥 겨우 읽었다.

초반에 뭔가 미세하게 거슬리는 부분이 몇 군데 걸려서
책을 덮어버릴까 고민도 했다. 그래도 그냥 끝까지 읽어는 봤다.

책을 덮고는, 왜 이 책이 내게 그리 별로였나
가만히 생각해봤다.

소설을 끌어가는 비밀의 힘, 약하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초반에 그러리라 짐작하게 된다.
인물들, 전형적이다.
니코, 제시카 ...
소설의 쿨함을 위해 등장한 인물들 같아 보인다.
결정적으로,
여성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이 (좋게 말해) 고리타분했다.

이전작에서도 그랬던가?
이전에 읽은 두 작품에선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었다.
딱히 거슬리는 부분도 없었다.
아마 그때는 내가 놓쳤을 수도 있다.
작가의 마음이 변했거나, 내 마음이 변했거나.
아님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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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반짝 2018-06-0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놓고 아직 읽지 않았는데요...
<환상의 빛>이 너무 좋아서 <금수>도 읽었는데 온통 불륜,불륜,불륜이라 별로였어요. 그래서 이 책에 기대가 컸는데 별로인 것 같네요. ㅜㅜ 아웅... 정말 제가 변한 걸까요, 작가가 변한 걸까요.^^

이쿠마 2018-06-07 13:51   좋아요 0 | URL
저도 환상의 빛은 아주 좋았고, 금수는 그럭저럭 좋았는데.. 이 책은 다른 작가가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네요-. 그런데 이건 전적으로 제 취향에 제 생각일 뿐이구요, 이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테고 안녕반짝 님도 읽고 좋아하실 지도 모르지요. 안녕반짝 님의 평도 궁금해요!
 

이 길고 긴 이야기에 어떤 반응을 해야할까.

<도둑 신부>로 마거릿 애트우드에 매료되어 그 다음은 <시녀 이야기>를, 그리고 이 작품 <눈 먼 암살자>를 읽었다.

읽기 어려웠다.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여러 개인적인 이유로.
우선, 나는 sf를 정말 싫어한다.
특히 외계 종족이 등장하고 그들이 전투를 벌인다면 더더욱.
그런데 소설 속 소설 속 소설이 그러한 sf다 보니 읽기가 싫었다.
그 부분만 뛰어넘을 순 없었다,
그 sf이야기가 단순한 흥미거리가 아니라
(나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모든 sf가 그러하듯)
세계에 대한 은유였으며 그들의 현실 관계와 가치관에 대한
암시였으므로.

또 다른 이유. 나는 너무 일찌감치 ‘비밀’을 눈치챘다.
아이리스였다는 것, 로라가 당한 일들...
그 모든 것은 초반에 암시되어있는데, 내겐 너무 명확해 보였다.
이 책이 내 추측대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다른 어떤 것이 있기를 바라며 책을 읽어야 했다.
그리고 책은 정확히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러나 줄거리가, 반전이 중요한 책이 아니다.
위의 이유들로 힘겹게 읽어야 했지만
이상하게 자꾸만 나를 부른 책이었다.
아이가 아파 정신이 없었던 지난 주,
잠시의 틈만 나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솔직히 로라와 아이리스가 리니와 함께 보낸 어린시절 말고
성인이 된 후의 그들의 이야기는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슬프고 아름다웠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지 않나.

어릴적에 엄마가 사준 ‘이티’ 오디오테잎이 있었다.
노란새 라벨이 붙어있던 그 테잎을 틀면
이티 내용을 성우들이 실감나는 연기로 낭독해주었고,
마지막엔 한글 주제가가 흘렀다.
“식빵 같이 생긴 이티의 머리,
하하하하 우습다~”

나는 이 테잎을 너무나 좋아해서
족히 백번은 더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내 귀엔 너무나 우스웠던 그 노랠
또 깔깔거리며 들었던 거다.

커가면서, 그리고 이렇게나 큰 지금에도

한번씩 그 노란 카세트테잎이,
웃음소리 가득한 그 노래가,
은근하던 성우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리고 매번 그 기억을 떠올릴 때면
이상하게 가슴이 조여오는 것이다.
왜그런지 눈물이 나려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미 잃어버린 시절이기 때문에.
그때 어린애였던 나와 그 아이의 무수한 잠재적인 시간들이
그 이후 실제로 흘러왔던 시간들과 판이했음을
자꾸만 떠올리게 되기에.


그러니까 이 소설엔 그런 힘이 있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해 느끼는 가슴 아픈 아름다움.
우울질의 바이올런스 선생이었다면
아, 아름다워,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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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도서 구입 신청을 해서 받아온 도서관 책들과 내가 산 책들, 그리고 크레마에 킨들 까지.

읽을 책이 많아 뿌듯한 맘에 찍은 책 사진.

세상에 책이 얼마나 많은데, 읽을 책이 많다고 그게 기뻐할 일이냐고 묻거든.

나는 성장해서 갑자기 책에 눈을 뜨고 다독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닌, 전형적인 활자중독자에 책덕후로 어린시절부터 주욱 커온 사람. 샤워를 하는 순간에도 뭔가를 읽고 싶으니까 샴푸나 컨디셔너 케이스의 설명문을 꼼꼼히 읽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

그렇게 살아온 많은 시간을 책을 (혹은 잡지를, 만화책을) 읽으며 보냈고, 한때는 책에 관련된 일을 하느라 의무적으로 읽기도 해야했으니. 어느 순간 딱, 하고 책이 물릴 때가 있다. 평소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고 싶은 책들이 넘쳐 허덕이면서, 갑자기 거짓말 처럼 읽고 싶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는 것이다.

그럴때면 허둥대게 된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거다.
삶 전체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단지 읽고 싶은 책이 없는 것 뿐인데.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이 많다는 건 내 삶의 동력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해봤다.
내가 책을 읽으며 보낸 그 많은 시간은 대체 뭘까, 하고.



목적 없이 오롯이 즐거움 만을 위해 책을 읽는 내 행위는 드라마를 보면서 잠시라도 현실에서 벗어나 재미와 위안을 얻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책을 그닥 읽지 않지만 책을 참 동경하는 우리 남편은 늘 책을 끼고 사는 나를 멋있게만, 남들과 조금 다른 사람이라고 까지 우러러보지만. 사실은 내 독서는 도피용 독서가 아닐까.

도망가는 거다, 멀리 멀리.

이 시간이 없었다면
도망갈 잠시의 틈이 내게 없었다면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나는 벌써 무너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책은 내게 즐거운 취미이자 삶의 동력.

나 너 없이 못 살아.

이것 봐, 더 없이 애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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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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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껏 나쓰메 소세키를 안 읽었을까?
왠지 고리타분할 거란 편견이 있었는데,
아, 좋다. 재미와 생각할 거리란
소설의 두 마리 토끼를 매끈하게 잡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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