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아이의 낮잠 시간이 줄고, 취침시간도 늦어져서
이젠 자유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이 책, 조금만 읽고 얼른 자야지, 했는데
그길로 끝까지 읽어버렸다. 
초반엔 거의 억지로 읽었다.
전개의 문제라기 보단 문체가 나와 맞지 않았다.
비유가 범람하고 작가의 두 손이 계속해서 전면에
드러나는 문체 속에서 매 문장마다 덜컹, 덜컹했다. 
전작에선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왜 그럴까, 하고
내내 갸웃하며 불편하게 읽었다.

내 부탁으로 직접 책을 사다 준 남편이 궁금해하며 “재밌어?” 라고 물었을 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면 이쯤에서 그만뒀을 것 같아.” 라고 대답할 정도로.

하지만 억지로 읽다보니
어느새 문장은 흡입력을 되찾았더랬고,
완전히 몰입해서 한달음에 결말을 보고
책을 덮었을 땐 이미 새벽 2시 반.
내일을 위해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한단 생각에
침대로 기어들어갔지만 쉽사리 잠을 잘 수 없었다.
한참을 이 책에 대해 생각했다.
유진에 대해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이 책에 대해 생각했다.

요전에 <사라바>를 읽는 동안
나는 항상 아유무에 대해 생각했었다.
다 읽고 나서도 아유무와 그의 누나와 엄마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이집트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자말렉 지구를 돌아다니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유진이 아니라 책 자체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건 대체 어떤 차이일까, 따위를 궁금해하다
겨우 잠이 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유진의 꿈을 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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