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의 일
김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는 완전히 나의 ‘믿고 보는 작가’
리스트에 오르신 김혜진 작가.

이분은 최근의 한국 소설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소설을 쓰신다.
서사 트릭이나 의도적인 블랙유머,
만담 풍의 내레이션, 그런 거 없고
고전적이고 심플한 서사 체계로
그냥 주욱 처음부터 끝까지 쓰시는데,
아 뭐랄까. 글을 넘나 잘 쓰심.
심지어 작품을 거듭하며 점점 잘 쓰심.

원체 뭐든간에 장식 없는 기본 메뉴일 수록
주방장의 실력이 드러나지 않는가.
필력 무엇. 작가님 부러워요. ㅠ _ 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해 중반 부터인가, 더 이상 이곳에 읽은 책들을 기록하지 않게 되었다. 정신도 몸도 너무 바빴다.
그렇다고 책 자체를 읽지 않은 것은 아니며,
읽은 책을 기록하는 일도 언제나처럼 에버노트에
차곡 차곡 쌓여 있다.

에버노트에 읽은 책 리스트를 새길 때에
만일 그 책이 인상 깊고 마음에 들었다면
특별히 볼드체를 적용한다.
볼드체로 기록되는 책이 매년 열 권 남짓 되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했던 생각들이 있다.

첫째는,
이런 소설을 써내는 소설가들이 이미 세상엔 많은데
나란 인간이 대체 왜 뭔가를 더 써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가 하는 약간의 자학과 씁쓸함.

둘째는,
이게 2019년의 마지막 책이 되겠구나,
이렇게 멋진 소설로 한해가 끝나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

2019년의 마지막,
두터운 볼드체로 리스트에 기록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연인을 읽은 것이 1년 전이라고?
믿을 수 없어.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

요즘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
시간은 있는데, 머리에 들어 오지 않는다.
큰 일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예전에, 한참 대본 습작을 하고 있을 때,
결혼 준비를 하게 되면서 좀처럼 대본이
써지지 않았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너무나 즉물적인 고민들이 끼어 있어서,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는 대본 쓰기라는 작업과
즉물적인 고민들이 내 머릿속에 동시에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나는 그 어느 하나를 깔끔히 내쳐버릴 만큼
대차고 오롯한 인간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그 두가지를 동시에 품을 수는 없는 인간이었다.

요즈음이 그렇다.
정말 좋아하는 신형철의 책을 읽다가,
이게 다 무엇인가 싶어진다.
나는 당장 사야 할 ‘물건’들이 많다고-.


변화의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안정을 찾게 되면.
그때 나는 또 같은 모습으로 지내고 있겠지.
책을 읽고, 읽고,
남편과 아이들과 웃고,
그러다 한참을
나와 상관도 없고 별 쓸데 없는 문제들에 골몰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역시 글을 쓰는 것과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행위이다. 대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깊이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최근 관심이 생긴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 때문에
읽게 된 책인데, 오히려 책을 읽는 내내
오자와 세이지의 인품이 보이는 듯 해서 그에 반해버렸다.
나는 항상 최고의 음악인들 특유의,
세계, 아니 전 우주을 품는 듯한 그들의 머릿속,
약간은 나이브한 듯 하면서도 고집 있고 내면적이고
무엇보다도 굉장히 성실한, 그런 모습에 끌리곤 한다.

그게 내가 타고나지 못했지만 내가 꿈꾸는 모습인가 보다.
음악인을 선망하는 문학인이랄까, 하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묘한 책이다.

읽는 내내 나의 ‘PC함에 대한 뿌리깊은 고집’이 글에 대한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중간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멋진 내용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끝까지 읽었다.

역시 중요한 건, 말의 힘. 단어의 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12-06 0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쿠마 2018-12-06 17:26   좋아요 0 | URL
네, 제가 리뷰를 무성의하게 대충 쓰다보니 용어도 한글로 변화해 볼 생각을 못했네요. 분명 좋은 단어가 있을텐데.. 정치적 공정함, 이라든지요. 최근에 구병모 작가의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라는 단편이 이 ‘피씨함’이라는 주제를 주인공인 작가 ‘P씨’를 설정해 중의적으로 사용해 썼는데, 재미있는 단편이에요. (뜬금없는 수다죠? 갑자기 PC라는 용어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