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도서 구입 신청을 해서 받아온 도서관 책들과 내가 산 책들, 그리고 크레마에 킨들 까지.

읽을 책이 많아 뿌듯한 맘에 찍은 책 사진.

세상에 책이 얼마나 많은데, 읽을 책이 많다고 그게 기뻐할 일이냐고 묻거든.

나는 성장해서 갑자기 책에 눈을 뜨고 다독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닌, 전형적인 활자중독자에 책덕후로 어린시절부터 주욱 커온 사람. 샤워를 하는 순간에도 뭔가를 읽고 싶으니까 샴푸나 컨디셔너 케이스의 설명문을 꼼꼼히 읽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

그렇게 살아온 많은 시간을 책을 (혹은 잡지를, 만화책을) 읽으며 보냈고, 한때는 책에 관련된 일을 하느라 의무적으로 읽기도 해야했으니. 어느 순간 딱, 하고 책이 물릴 때가 있다. 평소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고 싶은 책들이 넘쳐 허덕이면서, 갑자기 거짓말 처럼 읽고 싶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는 것이다.

그럴때면 허둥대게 된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거다.
삶 전체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단지 읽고 싶은 책이 없는 것 뿐인데.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이 많다는 건 내 삶의 동력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해봤다.
내가 책을 읽으며 보낸 그 많은 시간은 대체 뭘까, 하고.



목적 없이 오롯이 즐거움 만을 위해 책을 읽는 내 행위는 드라마를 보면서 잠시라도 현실에서 벗어나 재미와 위안을 얻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책을 그닥 읽지 않지만 책을 참 동경하는 우리 남편은 늘 책을 끼고 사는 나를 멋있게만, 남들과 조금 다른 사람이라고 까지 우러러보지만. 사실은 내 독서는 도피용 독서가 아닐까.

도망가는 거다, 멀리 멀리.

이 시간이 없었다면
도망갈 잠시의 틈이 내게 없었다면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나는 벌써 무너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책은 내게 즐거운 취미이자 삶의 동력.

나 너 없이 못 살아.

이것 봐, 더 없이 애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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