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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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이 시절 미국작가들이 나는 좀 별로다. 그래서 설터도 안 맞지 않을까... 하고 예상은 했었다.

철지난 패션지를 들춰보는 것처럼 한물간 20세기 감성.

굉장히 시대를 타는 소설이 있고 설터도 그런 부류인 것 같다. 마치 한때는 세련되었던 하이패션계의 철지난 최신동향처럼...

중년 혹은 노년으로 접어든 우아한 남성들은 한결같이 아직 어린 여성들의 젊음, 싱그러움을 욕망한다. 지방시가 잘 어울릴 것 같은 등이 예쁜, 혹은 가슴이 예쁜 그녀들, 그녀들을... 그러면서  한편으론 그녀들의 치기어린 어리석음을 은밀하게 혐오한다.

설터는 다소 진부한 소재인 치정, 불륜, 혹은 중년남성들이 꿈꾸는 여성들을 세련된 화보집처럼 그려내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트루먼 카포티 원작의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이 시절 감성의 여성들도 나는 좀 별로다.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을 그나마 오드리 헵번이 연기했기에 망정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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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나이듦에 대하여 -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당신에게 보여주고픈 그림들
이연식 지음 / 플루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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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이 책을 쓰는데 영감을 준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에 감사하며...

윌리엄 터너의 말기 작품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그는 이전까지 내겐 고루하고 따분한 풍경만 그리는, 별 관심없는 화가중 하나였다.) 이 책 이후 터너를 완전히 다시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말년의 그림들은 사납고 역동적이고... 너무나 아름답다. 격렬한 불꽃이 사그라들듯 나이가 들수록 그 빛이 흐려지는 예술가의 처연함도, 말년의 도전적인 변화가 오히려 사람을 압도하는 예술가의 파워풀함도 두루 느껴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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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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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다. 효모를 넣지 않은 퍽퍽한 빵을 삼키는 것처럼 거칠다. 그 속에 기발함과 뜨거움이 있다. 그런 점이 이상하게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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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 우주의 건축가와 함께 나란히 걷고 싶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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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일은 유쾌한 소일거리였다. 마루가 더러워지면 아침 일찍 일어나 가재도구를 모두 집 밖의 풀밭으로 끌어냈다. 침대와 침대틀은 한 묶음밖에 안 된다. 그런 다음 마룻바닥에 물을 끼얹고, 호수에서 가져온 하얀 모래를 그 위에 뿌리고는 마루가 하얗게 될 때까지 솔로 북북 문질렀다. 마을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마칠 무렵이면 내 집은 아침 햇살로 충분히 말라서, 나는 다시 안에 들어가 명상을 계속 할 수 있었다.

살림살이가 모두 풀밭에 나와서 마치 집시의 봇집처럼 작은 무더기를 이루고, 책과 펜과 잉크가 그대로 놓여 있는 세발탁자가 소나무와 호두나무들 사이에 서 있는 광경은 보기에도 유쾌했다. 그 물건들도 밖에 나온 것을 기뻐하는 듯했고, 안으로 다시 끌려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듯했다. 이따금 나는 그 위에 차양을 치고 그 밑에 앉아 있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이 물건들 위에 햇빛이 빛나는 광경은 볼만했고, 자유로운 바람이 그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도 들을 만했다. 아무리 익숙한 물건도 집밖에서 보면 안에 있을 때보다 훨씬 흥미로워 보인다.



소로는 노예제도를 지지하고 멕시코 전쟁을 추진하는 미국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인두세를 거부하고 납세거부라는 평화적 방법으로 국가부정에 저항할 권리를 갖는다는 시민불복종을 집필했다. 소로의 책들 중 가장 관심가고 읽고 싶은 책이라면 단연 시민불복종인데 공교롭게도 월든을 먼저 접했다. 이 책을 선택한 건 순전히 번역자의 영향이 크다. 아마도 김석희선생의 번역이 아니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책. 잘한 선택이었지 싶다.

몇 주동안 밤마다 느림을 몸소 체험하며 월든 숲속의 작은 오두막에서 소로와 함께한 기분. 때로는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로 쓰여진 천재들의 작품을 읽는 것 외에는 독서란 무익하고 쓸데없는 짓이라며 후려치는 소로의 꽉막힘에 답답해 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힐링받는 좋은 시간이었다. 책 말미의 사족같은 역자 해설마저도 완벽하게 기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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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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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황정은... 황정은의 글에는 혐오의 정서와 연민의 정서가 극단적으로 뒤엉켜 있다.
그것들은 날 강렬하게 끌어당기기도 하고 다시는 들춰보고 싶지 않을 만큼 싸늘한 허무를 느끼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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