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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 - 2024 뉴베리 아너상 ㅣ I LOVE 스토리
다니엘 나예리 지음, 다니엘 미야레스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평점 :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밤은 노곤함과 향기로움이 공존한다.
묘한 밤의 기운을 느린 독서로 다스리는 사월은 신비로운 이야기 읽기에
딱 맞는 시간이다.

그리하여 읽기 시작했던 "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 (다니엘 나예리
지음, 보물창고 펴냄)"은 세계사 시간에나 들었던 낯설지만 익숙한 실크로드를 배경
으로 마법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유독 이야기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펼치는 사미르가 굉장한 매력을 지닌 화자였다.
11세기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벗겨진 머리에 늙지도 젊지도
않은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뚱뚱하기까지한 상인 사미르가 중심에 있다.

그의 본업은 당나귀 등에 값나가는 향신료나 향수, 모피 등을 싣고 다니는 장사꾼
이지만, 장사를 위해 사기꾼보다 더 사기꾼스럽게 입담을 발휘한다.
언제나 길 위에서 삶을 꾸리는 상인들의 고단함을 위로하기 위해 사미르는
사기꾼이나 암살자 등을 등장시켜 얽히고 설킨 관계를 마법처럼 풀어낸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너무 사실적이고, 그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처럼
느껴져 쫓고 쫓기는 사건들 사이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이야기가 너무 치밀해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한다.
역사 속에서나 등장하던 실크로드는 삭막하고, 때때로 위험이 도사린 장소이지만
사미르의 이야기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미르와 그리고 오마르가 등장하며 이 이야기가 뒤죽박죽이 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암사자들에 의해 여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그는 자신의 입담에
취한 듯했다.
"나는 쓰러졌다.
주위가 어두웠다.
대체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건 사고였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 - p.224
사미르의 입담은 죽음의 순간에서 누군가를 구해내는 반면, 그것으로 인해
암사자들에서 쫓기며 수시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고와 같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매순간 우리의 삶을 짓누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내고 내일을 위해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