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사마 야요이, 왜 호박을 자꾸 만드는 거야? I LOVE 아티스트
파우스토 질베르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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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그림책 읽기에 제격은 시간이다.

낮과 밤이 길이를 조율하는 계절의 시간은 그림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읽혀진다.

작고 귀여운 ILOVE아티스트 시리즈 중 하나인

"쿠사마 야요이 왜 호박을 자꾸 만드는 거야? (파우스토 질베르티 글,그림/

보물창고 펴냄)"는 일본의 유명 화가, 곧 100세가 되는 쿠사마 야요이의

이야기이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인테리어 소품이나 유명 브랜드 콜라보로 잘 알려져

있는데 어릴적 쿠사마 야요이는 조금 이상한 아이였고, 어른이 되어서도

독특한 그녀의 예술 세계는 쉽사리 인정받지 못했던 것 같다.

어릴적 그림을 도피처로 삼아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던 아이였다는 아이,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 공부를 했지만 가난은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

다녔던 것 같다.

어린시절에 생긴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으로 점 그리기를 무한 반복해

작품을 완성했던 그녀, 땡땡이 호박이 그녀를 살게 한다는 그녀의 말이

아프지만 그녀는 호박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커다랗고 모양이 제각각인 호박에 찍힌 수많은 점들, 쿠사마 야요이의 그림이나

소품을 마주하는 사람들도 쿠사마 야요이처럼 행복을 느끼고 자신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아이나 어른 모두가 행복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길을 잃은 어느 날,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들이 수많은 점들이 나에게도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며 오월 그림책 읽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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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름은 ㅅ I LOVE 그림책
모니카 아르날도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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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지고 다시 피는 오월은 책읽기와 어울리는 좋은 계절이다.

오월 첫 책읽기는 그림책 읽기로 정하고 만난 표지가 귀여운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선생님 이름은 ㅅ (모니카 아르날도 지음, 보물창고 펴냄)"은 알 수

없는 제목과 동시에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이 표지를 가득 채운다.

새 학기 첫날, 2반 아이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마도 새 학기가 시작된 첫날이 이 일로 인해 더 요상하고, 낯설고 떨리는

처음의 순간이 유쾌하지만 당혹스럽게 시작된다.

친구들이 교실에 모두 들어왔음에도 이상하게 선생님만 보이지 않아 아이들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생님 자리에는 김이 나는 커피 한 잔과 무언가 이상한 샌드위치만 덩그라니

자리 잡고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은 점점 커져가고,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

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을 하며 각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본다.

피부색이 다르고, 이동의 수단이 다른 친구가 뒤섞인 2반 선생님은 과연

어떤 분이실까?

칠판에 '선생님 이름은 ㅅ'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발견한 아이들은 혹시 선생님이

샌드위치일까 살짝 고민을 한다.

이내 아이들은 샌드위치 선생님과 샌드위치에 대한 공부를 이어나가는데

미술도 음악도 모두 샌드위치에 대한 것 뿐이다.

각자 의견을 내뱉으며 수업을 이어가지만 여전히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문이 열리며 뛰어들어오는 남자, 2반 아이들은 흠뻑 젖은 옷을 입고

뛰어들어온 사람은 칠판에 이렇게 적는다.

스펜서 선생님.

아이들은 까르르 웃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지만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장마다 스펜서 선생님은 아이들의 뒤 혹은 옆 창 밖에서 교실에 들어오지

못할 사건을 몸으로이야기 하고 있었다.

유쾌한 새 학기 첫날, 선생님은 당혹스러웠지만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첫 만남의 어색함이나 낯섬 대신 즐거운 시작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오월 그림책 읽기도 또 이렇게 휘리릭, 나도 샌드위치 선생님을 만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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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 - 2024 뉴베리 아너상 I LOVE 스토리
다니엘 나예리 지음, 다니엘 미야레스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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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밤은 노곤함과 향기로움이 공존한다.

묘한 밤의 기운을 느린 독서로 다스리는 사월은 신비로운 이야기 읽기에

딱 맞는 시간이다.



그리하여 읽기 시작했던 "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 (다니엘 나예리

지음, 보물창고 펴냄)"은 세계사 시간에나 들었던 낯설지만 익숙한 실크로드를 배경

으로 마법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유독 이야기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펼치는 사미르가 굉장한 매력을 지닌 화자였다.

11세기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벗겨진 머리에 늙지도 젊지도

않은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뚱뚱하기까지한 상인 사미르가 중심에 있다.



그의 본업은 당나귀 등에 값나가는 향신료나 향수, 모피 등을 싣고 다니는 장사꾼

이지만, 장사를 위해 사기꾼보다 더 사기꾼스럽게 입담을 발휘한다.

언제나 길 위에서 삶을 꾸리는 상인들의 고단함을 위로하기 위해 사미르는

사기꾼이나 암살자 등을 등장시켜 얽히고 설킨 관계를 마법처럼 풀어낸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너무 사실적이고, 그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처럼

느껴져 쫓고 쫓기는 사건들 사이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이야기가 너무 치밀해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한다.

역사 속에서나 등장하던 실크로드는 삭막하고, 때때로 위험이 도사린 장소이지만

사미르의 이야기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미르와 그리고 오마르가 등장하며 이 이야기가 뒤죽박죽이 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암사자들에 의해 여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그는 자신의 입담에

취한 듯했다.


"나는 쓰러졌다.

주위가 어두웠다.

대체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건 사고였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 - p.224


사미르의 입담은 죽음의 순간에서 누군가를 구해내는 반면, 그것으로 인해

암사자들에서 쫓기며 수시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고와 같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매순간 우리의 삶을 짓누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내고 내일을 위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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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야! 토끼야! I LOVE 그림책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지음, 탐 리히텐헬드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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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시작부터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급기야 눈이 내리고

이어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추운 밤 밖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를 벗 삼아 그림책 한 권을 읽어

보았다.


"오리야! 토끼야!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글, 보물창고 펴냄)"는 제목이 주는

궁금증과 표지가 주는 귀여움이 뒤섞인 그림책으로 오른쪽과 왼쪽에 서로

다른 표현이 있어 표지를 보며 나 역시 주인공이 오리인지 토끼인지

궁금해졌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그림 속 주인공에 대해 토론이 이어진다.

토끼의 귀같기도 하고 오리의 부리같기도 한 그림에 나 역시 그림책을

돌려가며 방향에 따라 다른 주인공을 유추해보았다.

빵을 먹는 오리인지? 당근을 먹는 토끼인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이 친구가 더욱 궁금해지는 건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잠자는 상상력을 동원해 이 친구가 오리인지, 토끼인지 결말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누가, 어떤 시선으로 보는가에 따라 이 친구의

이름이 정해지는 재미가 나름 괜찮아 다음 장, 또 다음 장을 넘기며

메마른 상상력을 깨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늘과 바다가 등장하며 물 속에 오리의 부리 대신 토끼의 귀가 들어가

더위를 식힌다는 의견과 목이 마른 오리가 물을 마신다는 의견들에 나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의 의견을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결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다양한 시선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 정답을 찾아내기 보다 서로의

상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라

오리도 토끼도 아닌 그 어떤 것으로 해석해도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이번에는 또 누가 새로운 발견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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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푸른 동시놀이터 13
김이삭 지음 / 푸른책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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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이 살금살금 봄을 피해 뒷걸음을 치는 기분이다.

아직은 매서운 바람이 가득하지만, 낮이면 봄을 닮은 햇빛이 구석구석에

남은 얼음과 눈을 녹이고 있다.

잠이 쉬이 들지 않는 밤, 책 한 권으로 위로를 받고 싶어 꺼내든 동시집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김이삭 동시집, 푸른책들 펴냄)"는 표지 그림과

제목이 주는 귀여움에 괜히 마음이 간질거렸다.

봄바람이 살랑일 때면 동네 어느 골목길에서 색이 다른 고양이들을

마주치곤 했는데 혹시 그 중에 릴리 아가씨가 있었을까?

괜한 상상에 기분이 몽글해졌다.

4부로 나누어 각 부마다 소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동시집은 때때로 고양이다

등장하고 시골집 이야기나 바다, 농부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며 이어진다.

고양이 릴리 아가씨를 읽으며 도도하고 사뿐거리며 길고 느리게 기지개를

켜는 릴리 아가씨의 모습이 그려져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담장 밑에서 잠을 청하는 길고양이를 만난다면 밥보다 잠을 외치며 유리

구두를 벗고 낮잠을 청하던 릴리 아가씨를 떠올릴 것만 같다.

동시집을 읽는 내내 그저 그런 일상 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에 살짝 놀랐고 유난스럽거나 분주하지 않은 동시들을 따라 시인이 본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등장하는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3월이다. 아직은 꽃샘추위에 꽃을 피우기 위해 변덕스러운 날씨들이

이어지지만 겨울과 봄을 잇는 시간이 지나면 향기롭고 화려한 봄이

시작될 것이고, 동네를 누비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우리동네에 사는 릴리 아가씨를 찾아 걷는 내내 봄마중을 하는 아이처럼

나도 설레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내가 읽고도 괜히 마음이 포근해지던 동시들로 곧 올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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