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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시피 - 나의 친구, 강아지를 위한 힘센 한 끼
김지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자연식은 친구들의 위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소화된다. 사료가 소화되는데 7~10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생식은 2~4시간, 화식은 3~5시간 정도로 사료와 생식 그리고 화식은 소화 시간에서 큰 차이가 난다.
(...) 자연식에 물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음수량 조절에도 도음이 되니 자연식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자연식을 시작한 지 어느덧 8년이 되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친구들의 신체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만 신경 쓴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며칠간 먹을 양을 한 번에 만들어 소분해두면 사료만큼 간단히 급여할 수 있다. 칩뽀의 활력은 직접 만든 힘센 한 끼에서 오는 것임을 확신한다.
p.16-17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건 키우지 않는 사람이건, 많은 사람들은 사료가 강아지 건강에 제일이며 다른 것, 특히 사람이 먹는 음식은 먹이지 않는 게 좋다고들 하는데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사료는 인간이 강아지의 끼니를 간편하게 챙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형태일 뿐이고, 심지어 강아지를 위한 완전식품처럼 떠받들여지는 사료 대부분은 완전식품은커녕 이걸 먹어도 되나 싶은 쓰레기에 가까웠으니까 말이다.
물론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휴먼그레이드 등급에 사용한 재료 및 성분이 좋다고 소문난 비싼 사료도 있지만 일단 내가 맛본 바로는 맛이 드럽게 없었기에, 먹는 즐거움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고 이건 강아지도 다르지 않다고 보는 나는 건강에 나쁘지 않은 선에서 강아지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려고 나름대로 신경을 써왔다.
그 결과 우리 강아지는 제조환경과 재료와 성분 등을 고려하여 엄선하는 건사료 반, 집에서 준비하는 자연식 반 정도의 비율로 식사를 한 지 오래지만 (간식도 시중에서 파는 간식은 절대 먹이지 않고 집에서 준비하기 때문에 간식까지 포함하면 강아지가 먹는 음식 중 건사료 비율은 더욱 줄어든다) 강아지의 식단에서 건사료를 빼고 자연식만으로 채우지는 못했던 이유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 대부분이 사라졌다.
먼저, 나는 전문가가 아닌 내가 만든 요리만 먹이면 영양불균형으로 강아지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자연식을 하려면 강아지에게 필요한 영양소도 챙겨야하고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의 비율도 맞춰야 하고 배우고 신경써야 할 게 많다는데 건강한 식단으로 내가 잘 챙겨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자연식을 너무 엄격하고 까다롭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는데, 8년간 자연식을 먹어온 저자의 강아지 두 마리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자처럼 강아지가 먹어도 되는 식재료를 준비하고 동물성 단백질 비율이 60~70%가 되도록 구성하며 채소는 강아지가 소화하기 쉽게 잘게 다져서 요리하는 정도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갖 조미료로 간을 맞추고 더 다양한 재료를 써야 하는 사람의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강아지 자연식 요리 과정이 단순하기는 하지만, 특히나 <개시피>는 요리에 있어 자타공인 똥손 망손에 매일매일 귀차니즘이 하늘을 찌르는 나도 모두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면서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탄생시키는 강아지 자연식 레시피들로만 준비되었다.
강아지 관절에 좋은 그린홍합을 세척하고 소금기를 빼서 데친 뒤 파프리카와 유기농 아기치즈 1단계(염분과 첨가물이 없는 모짜렐라 치즈를 사용하면 풍미가 더 좋다는 팁도 적혀있다)를 얹어 굽기만 하면 되는 초간단 레시피나 전자레인지로 만드는 건강 케이크 레시피 처럼, 맛깔나는 요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들과 함께라면 나 같은 사람도 강아지를 위한 자연식 만들 수 있다! (어디선가 조정석 씨 목소리가 들린다. 야, 너도 요리 할 수 있어)
본문은 저자가 강아지들과 제주도로 건너갔던 가을부터 겨울, 봄, 여름까지 계절별로 나누어 제철음식으로 만들어 더 맛있고 건강한 강아지 자연식을 만나볼 수 있게 했는데, 두부 크림, 황태 파우더, 고기 소보로, 달걀껍질 파우더, 제주 채소 파우더, 제주 채소 퓌레처럼 만들어두면 요리에 응용하기 좋은 레시피부터 연어 타르트, 두부 크림을 곁들인 강아지 카스텔라, 키슈, 헬시 케이크 같은 베이커리와, 흰살 생선 수프, 굴림만둣국, 늙은호박 수프, 고기치즈롤, 돈까스, 테린, 미트볼 파스타, 양상추롤 처럼 레스토랑의 에피타이저나 본식 같은 요리와, 그릭요거트, 우유푸딩, 펫푸치노, 닭고기 스무디 같은 디저트 레시피까지 다양한 레시피가 담겨있다.
거기에다 요리들은 모두 비주얼적으로도 훌륭해서 내가 다 먹고 싶을 정도였고, 그중 우리 강아지에게 멋진 키슈를 가장 먼저 만들어주고 싶었다.
참, 자연식을 만들어 줄 때 강아지에게 먹어야 하는 양을 잘 모르겠다는 것도 큰 고민거리였는데, 몸무게 5kg의 칩과 5.5kg의 뽀에게 레시피대로 만든 요리를 식사나 간식으로서 얼마만큼 먹이는지를 알려줘서 참고가 되었다.
이렇게 칩과 뽀가 먹는 자연식의 양을 참고하고, 강아지의 변 상태를 확인하며 강아지에게 맞는 양을 찾으면 될 것이다.
<개시피>는 단순히 쉬운 강아지 자연식 요리 레시피만 늘어놓은 책이 아니다.
저자는 육지에서 펫푸드 전문점을 운영하다가 운 고기와 삶은 고기를 구분하는 미슐랭 강아지 칩과 마당에 있는 고양이 밥까지 탐내는 뽀라는 두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제주도로 건너가서 지내고 있는데, 책에는 레시피에 앞서 위치한 짧은 에세이로 제주도에서 민박을 운영하며 강아지 두 마리의 자연식을 손수 만들며 지내는 그 감성까지 담아냈다.
두 강아지들를 향한 사랑이 듬뿍 녹아든 글과 곳곳에 위치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칩과 뽀의 사진은 이 책을 그 어느 레시피북보다 따스한 레시피북으로 만들고, 책을 보는 내내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으며 치유가 되는 기분까지 들게 했다.
책속에 담긴 행복해보이는 칩과 뽀의 모습을 보면 나도 어서 <개시피>를 참고해서 사랑하는 우리 강아지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지는데, 우리 강아지뿐만 아니라 다른 강아지들도 마음껏 뛰어놀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행복을 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개시피>는 많은 강아지들과 그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책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