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아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내로라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빨간 머리 앤>의 루스 모드 몽고메리 작가님의 단편소설이라고 하여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예전에 지경사라는 출판사에서 소녀 소설을 많이 냈었는데 그 중에 <과수원 이야기>라는 몽고메리 작가님 책이 있었다. 숟가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엄청 추녀라고 생각하는 아름다운 여성을 짝사랑하며 고뇌하는 건전하고 아름다운 청년의 사랑이야기였는데 정말 무해하고 낭만적이어서 소녀였던 내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놨었다.

(스포일러 포함)

이번에 만난 정말 짧은 단편 소설 <꿈의 아이>는 깊이 사랑하는 젊은 커플이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사랑스러운 남자아이가 세상을 떠나면서 정신이 혼미해진 조세핀과 그의 남편 데이비드 이야기이다. 조세핀은 한밤중에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해변을 헤매고 다닌다. 익사를 두려워 한 데이비드는 함께 밤이면 밤마다 따라 나간다. 마을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사는 정신병원 (asylum은 당시에 거의 강제 수용소 같은 분위기였음)에 수감할 것까지 이야기하며 의중을 살피지만, 데이비드는 분노한다.

그날도 해변을 헤매고 있었다. 이제 조세핀은 밤뿐만 아니라 시도때도 없이 배회한다. 데이비드는 절망을 안은 채 동행한다.

정말 들렸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정말 들렸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리고 작은 쪽배 한 척이 바다에서 둥둥 떠온다.

마치 모세를 싣고 나일강을 떠가는 역청 배처럼!

아내는 아무 의심도 저항도 없이 아이를 데려다가 자기 아이처럼 돌본다. 데이비드는 바다 건너편 마을로 가서 아이의 신원을 결국 확인하고, 친자로 받아들이고 그 후에 낳은 아이들까지 모두 함께 대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간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해변을 배회하는 조세핀과 자신 역시 아이를 잃어 슬프지만, 조세핀까지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아내의 뒤를 따라 가며 지켜보는 데이비드의 모습에 눈물이 왈칵 솟았다.

환청이 들릴 만도 하지, 환각이 보일 만도 하지.

아이를 품어보고 잃을까 봐 덜덜 떨어본 사람들은 더욱이 감정이입될 것 같다.

바다에서 아기를 실은 배가 둥둥 떠온다는 설정 자체가 허황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허구가 주는 희열은 내 마음에도 위로가 되었다. 하늘이 보내주신 거야. 조세핀에게 다시 보내주신 거야.


영한대역으로 월간지 형식으로 매달 출간하실 것 같다. 한글 번역으로 먼저 읽고 영어로도 한번 더 읽었다.

정말 좋은 기획인 것 같다. 표지 뒷날개를 보면 여태까지 본서를 포함하여 네 권이 출간되었고, 한 권이 곧 출간 예정인 것 같다.

원숭이의 손

나이팅게일과 장미

누런 벽지

꿈의 아이

영 굿맨 브라운 (예정)

모두 읽어보고 싶다. 매월 단편소설 하나씩 깊이 읽고 영어원서로도 읽으면 영혼의 양식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기획이 소멸하지 않도록 일조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1만 년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진 나무의 기쁨과 슬픔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는 기억한다. 그리고 역사를 기록한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무가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합당한 주의를 기울여 정확하게 나이테를 읽어야 한다." (75쪽)

이 책은 나이테를 연구하는 연륜연대학자들의 이야기이다. 고대 고고학, 고대 기후학 등 폭넓은 분야에 나이테 연구가 활용되고 있다. 기후의 변화가 인류의 삶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고 기후가 나이테의 좁고 넓음에 새겨져 있다.

나이테 연구는 의외로 천문학자에 의해 시작되었다. 천문학자였던 앤드루 엘리콧 더글러스는 태양의 활동 주기가 나이테에 영향을 주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나이테 자료를 수집했다. 그래서 수목 자원이 풍부한 곳이 아닌, 천체관측에 이상적인 아리조나의 사막 지대에서 연륜연대학이 시작되었다.




목차를 보면 기후와 인류의 역사를 연관지어 보여주는 흥미로운 주제들이 열거되어 있다.

과거의 날씨를 알려주는 모스 부호가 나이테이며,

혹독한 소빙하기 때문에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탄생하고,

나이테가 넓어지면 해적선이 날뛴다.

이뿐만 아니라,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여름이 춥고 겨울이 혹독한 소빙하기가 유럽을 강타했기에 탄생했다. 15세기 유럽을 강타한 '소빙하기'에 포도 재배를 포기하는 포도원이 늘고, 빙하가 전진하고 발트해는 얼어붙으며 나무들의 생장이 느려졌다. 1656~1737년에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들은 나이테가 매우 규칙적으고 좁으며 밀도가 균일한 가문비나무와 단풍나무로 제작되었다.

결국 소빙하기의 승패를 가른 것은 사회적 복원력과 적응 전략의 차이였다. 그런데 승자와 패자가 불변하며 영원한 것도 아니다. 중세 시대에 이어졌던 온난한 기후 동안, 성공적으로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에 정착했던 노르드인들도 소빙하기가 찾아오자 그린란드에서의 경작을 포기하고 정착지를 유기했다. 반면, 유목민 이누이트족은 카약을 타고 이동하며 사냥을 통해 식량을 공급하며 살아남았다.

© skamenar, 출처 Unsplash



인간이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경작지로 사용하기 위해 삼림을 파괴하면서 화석 연료를 태움으로써 수백만 년 분량의 탄소를 대기로 방출함으로써 온실가스 효과를 증기시고 이로 인해 지구 기온 상승, 만년설 감소, 해수면 증가, 폭염, 가뭄, 홍수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연륜연대학자인 저자는 이렇게 인간이 자초한 기후변화 문제는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탄소 퍼즐을 푸는 해답 역시 나이테에 있다고 한다. 전 세계의 서로 다른 수종, 수령, 토양, 기후의 나무에서 얼마나 많은 목질부가 자라고 얼마나 많은 탄소가 저장되었는지 조사할 수 있다. 그 답을 찾고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 학문 분야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 책은 에세이나 인본주의적으로 해석한 책이 아니라 과학책이다. 그런데 인문학적 소양, 인류 역사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저자 덕분에 어느 인문학 도서보다 인류 역사에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과학도서인 데다가 우리나라에서 발전한 학문분야가 아니다보니 생소한 용어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책 뒤에 용어 사전이 친절하게 나와 있다. 그냥 인덱스가 아니라 설명까지 간략하게 잘되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이 용어 설명 뒤에는 당연히 인덱스로 용어와 페이지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궁금했던 내용은 언제든지 다시 페이지를 펴서 찾아볼 수 있다.

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인간의 감상의 한계를 오히려 느낄 수 있었고, 과학에 기반한 무미건조한 이 책에서 인류 역사의 장엄함과 그 역사의 기록자인 나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을 더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120m에 달하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레드우드를 만나러 미국 캘리포니아로 가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이티브 뺨치는 일본어 표현 200
이나가와 유우키 지음, 이동준 옮김 / 시원스쿨닷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유용한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일상 속에서 바로바로 쓸 수 있는 실용적이고 유용한 '구어체' 표현을 아주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는 표현 책이다. 약간 높은 초급부터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일어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 온 중급에게 가장 적합할 것 같다.

* 눈치 100단이네!

* 양말 짝짝이로 신고 왔어!

* 헬스 다녀

* 얘가 어디서 큰소리야?

200개 표현 중에는 이런 표현들이 있는데, 이렇게 표현을 보면 20여년간, 일어를 접해온 나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데, 실제로 우리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말 아닌가? 너무너무 재미있고, 궁금해서 몰입하게 된다.


일단 40개씩 표현을 묶어서 mp3 음원을 제공한다. QR 코드로 찍어서 재생하면 한글 해석, 주제 문장, 예문까지 원어민 음성으로 제공해준다. 이것을 하루내 재생하고 귀에 익혀도 엄청난 인풋이 될 것 같다.



하단에 대화문이 나와 있는데, 실용성 높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문장들이다. QR 코드로 찍어서 음원을 들으며 아예 외워두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숨은 보석은 '플러스 표현'이라고 된 부분이다. 이 부분에 알아두면 좋을 만한 어학 상식, 어려운 말은 아니더라도 현지에서 살아보지 않으면 접할 일이 없는 주옥 같은 표현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각 장 뒷부분에는 이렇게 공부한 표현을 리뷰할 수 있는 연습문제가 있다. 다 아는 것 같은데 사실상 문제 풀려면 막힌다. 연습문제 풀고 다시 문장을 확인하면서 다시 한번 머리에 콕콕 집어넣을 수 있다.

어학을 배울 때, 특히 회화를 배울 때는 우리 나라 말을 해당 외국어로 전환시키는 것을 배우는 것이 먼저라고 알고 있다. 기본적인 문법, 구문, 어휘 등은 당연히 병행해가면서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확장해 가는 것이 주도적인 학습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처음 배울 때 교재에 붙어 있던 CD를 배경음악 삼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틀어두었었다. 그리고 어학용 교재로 나왔던 일본어 <빨간머리 앤>도 그냥 틀어두었다. 신기하게도 하나도 못 알아듣던 것을 공부를 조금씩 해 가면서 귀가 트여갔다.

한글과 일어 양쪽을 자연스럽게 호환시키는 일을 하므로 일어를 듣고 무슨 의미인지만 아는 것이 아니라, 책에 나오는 일본어를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그리고 한국어를 자연스러운 일본어로 변환하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40문장씩 끊어서 QR 코드를 찍어서 듣게 되어 있는데 200문장 한번에 들을 수는 없는 것인지 문의해봐야겠다. 무한반복시켜놓고 오며가며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귀에 배고 몸에 배게 하고 싶다.

Practice makes perfect!!!

배우고 또 배우니 즐겁지 아니하랴!

정말 좋은 교재인데, 많은 일본어 학습자들이 공부하여 네이티브의 뺨을 치고, 네이티브가 혀를 내두를 만큼 일본어 고수가 되시면 좋겠다.

덧) 엮은 분이 내가 잠시 연구생으로 몸담았던 릿쿄대학교에서 공부하신 분이어서 괜히 쓸데없이 반가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의 문장들 - 1만 권의 책에서 건진 보석 같은 명언
데구치 하루아키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원서 제목이 <인생의 교양을 몸에 익히는 명언집>이다. 저자는 1만여 권에 달하는 책을 읽은 엄청난 독서가이다. 1만여 권 중에서 의미 있는 명언들을 골라 저자 자신의 인생의 경험과 결합하여 깊은 명상과 사유로 풀어낸 깊이 있는 책이다.

예쁜 표지에 끌려서 책을 폈다가 저자의 사유의 깊이에 사로잡혀 형광펜으로 그으며 읽었다. 역시 다문다독다상량, 즉,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시는 분답게 글도 대단히 달필이시고 뭐랄까 인생에 관해 달관하고 초월한 느낌을 받았다. 불혹이라는 마흔을 넘어서도 미풍에도 뿌리가 뽑힐 것처럼 사방으로 미친 듯이 흔들리는 내 마음을 돌아보며 인생을 사는 태도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 일에 관하여

일에 완전히 몰입하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어떻게 생각하든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 법입니다.

...

인생의 여러 가지 일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데 되면

불평하고, 질투하고, 좋은 평가를 바라는 이 세 가지가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74~75쪽)

무릎을 탁 치며 공감했고, 이건 좀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뿌듯하기도 했다. 일하는 것 자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몰입', 무아지경에 빠질 만큼 집중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또 아이들을 키우면서 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돈이나 남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즐거운 일, 행복하게 하는 일을 따라 간다. 그리고, 남이 어찌 되든 별 신경쓰지는 않는다. 내가 즐겁고 행복하게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너무 사회에서 동떨어져서 my way로 살고 있나 싶긴 하지만, 내 인생의 최종 승인자는 나 자신이고 내 신앙의 대상인 절대자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나거나 남 위에 군림할 필요는 없다. 물론 평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나도 인정받고 칭찬받고 사례받을 때는 덩실덩실 정도가 아니라 마음 속으로는 발광을 한다. 그리고,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 무언가 사회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작은 바람이 있다.

▶ 지식의 원천에 관하여

우선 지식의 원천은 사람, 책, 여행 세 가지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책을 읽고

많은 현장에 직접 나가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여기서 제가 한 가지 염두에 두는 방법이 '종에서 횡으로'입니다.

(95쪽)

저자는 종으로 역사 속에서 선인들의 삶을 배우고 횡으로 동시대인들에게 배운다고 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세 자녀와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공무원인 아빠의 봉급으로 빠듯하게 쪼들리며 가정을 꾸리면서도 교육열 하나는 지상 최고였던 엄마 덕분에 나는 우리 경제 수준에서 받을 만한 이상으로 좋은 많은 경험을 했다.

어렸을 때 전집 방문판매가 꽤 일반적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들여주었던 책들을 읽었던 것이 내게 직간접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창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매개로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어려서 독서 습관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에 다닐 때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미국 교환학생 경험이 세계에 눈을 뜨게 했던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외국어 습득에 관한 전기가 되었던 것은 물론이다. 쉽게 얻지 못할 학업의 경험, 친구를 사귀고 공동체에 소속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성찰에 관하여

구리를 거울로 삼으면 옷차림을 정리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밝힐 수 있다.

from 이세민, <정관정요>

관찰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외모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든, 상황이 내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든 파악하는 데는 관찰력과 기본 교양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고전을 읽는 것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멀리 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고 난해한 용어들 때문에 고전은 취미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한 권 한 권 연구해보고 싶다. 중학생 때 마크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으면서 큰 감명을 받았는데, 그렇게 어느 세대가 읽어도 큰 감명을 주는 고전들을 소개받아서 느리게 깊게 읽어보고 싶다.

마흔이 어쩌면 인생의 분기점 같다. 평균이라고 해서 평균만큼 80까지 살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삶을 진지하게 알차게 이타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싶다.

인생의 부침에 일일이 요동하지 않고 달관한 저자의 저력이 독서에서 나오는 것 같다. 교양/명언 관련하여 다른 저서들도 있던데 원서를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과서 밖 조선의 역사 - 우리가 알아야 할
장수찬 지음 / 사람in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위 '국뽕'도 '자기 비하'도 모두 경계해야 할 국가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렇게 모든 세대가 힘들까?' 고민하기도 한다. 남편 회사 동료분 딸이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신경성으로 대장이 과민해져서 큰 병원도 가 보고 그랬다고 하여 안쓰럽게 느낀 적이 있다. 유사 이래 가장 가난하다는 20대, IMF를 겪으면서도 강인하게 이겨내 오신 우리 부모님 세대인 60-70대, 그리고 대학생 때 IMF를 겪고 고달픈 청춘을 보냈는데 이제는 꼰대 소리 듣는 기성세대가 된 우리 세대인 40대 등 다들 척박하고 거칠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측은지심'을 가지지 않고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듬어 안을 수가 없다.

우리 역사에 관해서 모두 비하해서도 안 되고 무조건 옹호해서도 안 되며, 냉철하고 날카로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온고지신의 정신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쓴 조선 역사이다. 연대기별로 기술된 역사가 지루하다면 관점의 각도를 조금씩 돌려서 새로운 자극을 얻으면 역사 이해가 다면적이고 풍부해져서 더 머릿속에 잘 각인될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런 책을 좋아한다. 즉, 지루한 교과서에서 피와 살을 가진 사람들이 사람 사는 냄새 풍기며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문화인류학적, 사회학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정말 재미있다.



"조선 시대 여성은 남성처럼 계급장을 달았다?"

"조선판 SKY 캐슬이 있었다?"

"부의 흐름을 바꾼 조선판 반도체는 홍삼이었다?"

"한글이 조선 여인의 한을 풀어주었다?"

"구한말 사진관을 개업한 전문직 여성이 있었다?"

목차만 봐도 흥미진진한 주제가 적지 않다. 조선 시대 당시의 여성 인식과 사회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들을 심혈을 기울인 자료 조사와 사진 등의 사료들을 책에 충분히 이미지로 실어서 이해를 돕는다.

조선시대에 의외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으며 내시도 나라를 구하였고 당시 홍삼이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주는 반도체처럼 치트키 역할을 했으며 성군으로만 알고 있었던 정조의 또다른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오늘을 만들어 온 과거의 삶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이렇게 역사를 다면적으로 공부했더라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 외에도 꼼꼼한 사료 조사로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재미있는 역사책을 여러 권 집필하셨다. <보물탐뎡 : 어느 고서수집가의 비밀노트>, <장수찬의 역사툰>도 구매하여 읽어볼 생각이다.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초등학생 아들과 읽어보면 본격적으로 국사를 공부할 중고등학교 준비가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