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1만 년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진 나무의 기쁨과 슬픔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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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기억한다. 그리고 역사를 기록한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무가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합당한 주의를 기울여 정확하게 나이테를 읽어야 한다." (75쪽)

이 책은 나이테를 연구하는 연륜연대학자들의 이야기이다. 고대 고고학, 고대 기후학 등 폭넓은 분야에 나이테 연구가 활용되고 있다. 기후의 변화가 인류의 삶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고 기후가 나이테의 좁고 넓음에 새겨져 있다.

나이테 연구는 의외로 천문학자에 의해 시작되었다. 천문학자였던 앤드루 엘리콧 더글러스는 태양의 활동 주기가 나이테에 영향을 주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나이테 자료를 수집했다. 그래서 수목 자원이 풍부한 곳이 아닌, 천체관측에 이상적인 아리조나의 사막 지대에서 연륜연대학이 시작되었다.




목차를 보면 기후와 인류의 역사를 연관지어 보여주는 흥미로운 주제들이 열거되어 있다.

과거의 날씨를 알려주는 모스 부호가 나이테이며,

혹독한 소빙하기 때문에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탄생하고,

나이테가 넓어지면 해적선이 날뛴다.

이뿐만 아니라,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여름이 춥고 겨울이 혹독한 소빙하기가 유럽을 강타했기에 탄생했다. 15세기 유럽을 강타한 '소빙하기'에 포도 재배를 포기하는 포도원이 늘고, 빙하가 전진하고 발트해는 얼어붙으며 나무들의 생장이 느려졌다. 1656~1737년에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들은 나이테가 매우 규칙적으고 좁으며 밀도가 균일한 가문비나무와 단풍나무로 제작되었다.

결국 소빙하기의 승패를 가른 것은 사회적 복원력과 적응 전략의 차이였다. 그런데 승자와 패자가 불변하며 영원한 것도 아니다. 중세 시대에 이어졌던 온난한 기후 동안, 성공적으로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에 정착했던 노르드인들도 소빙하기가 찾아오자 그린란드에서의 경작을 포기하고 정착지를 유기했다. 반면, 유목민 이누이트족은 카약을 타고 이동하며 사냥을 통해 식량을 공급하며 살아남았다.

© skamenar, 출처 Unsplash



인간이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경작지로 사용하기 위해 삼림을 파괴하면서 화석 연료를 태움으로써 수백만 년 분량의 탄소를 대기로 방출함으로써 온실가스 효과를 증기시고 이로 인해 지구 기온 상승, 만년설 감소, 해수면 증가, 폭염, 가뭄, 홍수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연륜연대학자인 저자는 이렇게 인간이 자초한 기후변화 문제는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탄소 퍼즐을 푸는 해답 역시 나이테에 있다고 한다. 전 세계의 서로 다른 수종, 수령, 토양, 기후의 나무에서 얼마나 많은 목질부가 자라고 얼마나 많은 탄소가 저장되었는지 조사할 수 있다. 그 답을 찾고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 학문 분야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 책은 에세이나 인본주의적으로 해석한 책이 아니라 과학책이다. 그런데 인문학적 소양, 인류 역사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저자 덕분에 어느 인문학 도서보다 인류 역사에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과학도서인 데다가 우리나라에서 발전한 학문분야가 아니다보니 생소한 용어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책 뒤에 용어 사전이 친절하게 나와 있다. 그냥 인덱스가 아니라 설명까지 간략하게 잘되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이 용어 설명 뒤에는 당연히 인덱스로 용어와 페이지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궁금했던 내용은 언제든지 다시 페이지를 펴서 찾아볼 수 있다.

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인간의 감상의 한계를 오히려 느낄 수 있었고, 과학에 기반한 무미건조한 이 책에서 인류 역사의 장엄함과 그 역사의 기록자인 나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을 더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120m에 달하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레드우드를 만나러 미국 캘리포니아로 가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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