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문장들 - 1만 권의 책에서 건진 보석 같은 명언
데구치 하루아키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원서 제목이 <인생의 교양을 몸에 익히는 명언집>이다. 저자는 1만여 권에 달하는 책을 읽은 엄청난 독서가이다. 1만여 권 중에서 의미 있는 명언들을 골라 저자 자신의 인생의 경험과 결합하여 깊은 명상과 사유로 풀어낸 깊이 있는 책이다.

예쁜 표지에 끌려서 책을 폈다가 저자의 사유의 깊이에 사로잡혀 형광펜으로 그으며 읽었다. 역시 다문다독다상량, 즉,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시는 분답게 글도 대단히 달필이시고 뭐랄까 인생에 관해 달관하고 초월한 느낌을 받았다. 불혹이라는 마흔을 넘어서도 미풍에도 뿌리가 뽑힐 것처럼 사방으로 미친 듯이 흔들리는 내 마음을 돌아보며 인생을 사는 태도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 일에 관하여

일에 완전히 몰입하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어떻게 생각하든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 법입니다.

...

인생의 여러 가지 일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데 되면

불평하고, 질투하고, 좋은 평가를 바라는 이 세 가지가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74~75쪽)

무릎을 탁 치며 공감했고, 이건 좀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뿌듯하기도 했다. 일하는 것 자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몰입', 무아지경에 빠질 만큼 집중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또 아이들을 키우면서 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돈이나 남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즐거운 일, 행복하게 하는 일을 따라 간다. 그리고, 남이 어찌 되든 별 신경쓰지는 않는다. 내가 즐겁고 행복하게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너무 사회에서 동떨어져서 my way로 살고 있나 싶긴 하지만, 내 인생의 최종 승인자는 나 자신이고 내 신앙의 대상인 절대자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나거나 남 위에 군림할 필요는 없다. 물론 평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나도 인정받고 칭찬받고 사례받을 때는 덩실덩실 정도가 아니라 마음 속으로는 발광을 한다. 그리고,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 무언가 사회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작은 바람이 있다.

▶ 지식의 원천에 관하여

우선 지식의 원천은 사람, 책, 여행 세 가지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책을 읽고

많은 현장에 직접 나가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여기서 제가 한 가지 염두에 두는 방법이 '종에서 횡으로'입니다.

(95쪽)

저자는 종으로 역사 속에서 선인들의 삶을 배우고 횡으로 동시대인들에게 배운다고 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세 자녀와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공무원인 아빠의 봉급으로 빠듯하게 쪼들리며 가정을 꾸리면서도 교육열 하나는 지상 최고였던 엄마 덕분에 나는 우리 경제 수준에서 받을 만한 이상으로 좋은 많은 경험을 했다.

어렸을 때 전집 방문판매가 꽤 일반적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들여주었던 책들을 읽었던 것이 내게 직간접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창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매개로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어려서 독서 습관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에 다닐 때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미국 교환학생 경험이 세계에 눈을 뜨게 했던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외국어 습득에 관한 전기가 되었던 것은 물론이다. 쉽게 얻지 못할 학업의 경험, 친구를 사귀고 공동체에 소속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성찰에 관하여

구리를 거울로 삼으면 옷차림을 정리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밝힐 수 있다.

from 이세민, <정관정요>

관찰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외모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든, 상황이 내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든 파악하는 데는 관찰력과 기본 교양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고전을 읽는 것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멀리 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고 난해한 용어들 때문에 고전은 취미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한 권 한 권 연구해보고 싶다. 중학생 때 마크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으면서 큰 감명을 받았는데, 그렇게 어느 세대가 읽어도 큰 감명을 주는 고전들을 소개받아서 느리게 깊게 읽어보고 싶다.

마흔이 어쩌면 인생의 분기점 같다. 평균이라고 해서 평균만큼 80까지 살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삶을 진지하게 알차게 이타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싶다.

인생의 부침에 일일이 요동하지 않고 달관한 저자의 저력이 독서에서 나오는 것 같다. 교양/명언 관련하여 다른 저서들도 있던데 원서를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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