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7월 3주
이끼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판에서 명성을 가져다 준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등으로 잘 알려진 연출자 '강우석' 감독이 전작들처럼 사회풍자식의 대중성있는 코미디 액션이 아닌 이번에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그것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서스펜스를 가득 탑재한 스릴러물이다. 어찌보면 첫 시도하는 장르연출인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윤태호 원작의 인기 웹툰 <이끼>를 영화화했으니 말이다. 어찌보면 영화와 만화는 비주얼적 측면에서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장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원작의 아우라가 좋고 제목처럼 음습한 분위기에 제대로 된 스릴러 웹툰을 보여주었다는 호평이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강우석식 대중성을 가미한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답게 그림이 나온 느낌이다. 극중 유해진 때문에 간간히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는데.. 아무튼, 난 아쉽게도 원작을 보지 못한 채 오로지 줄거리만 알고 2시간 반이 넘는 그 마을로 '농촌스릴러' 여행을 떠났으니.. 그 마을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한번 살펴보자.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20년간 의절한 채 지내온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의 부고 소식에 그가 거처해 온 시골 마을을 찾은 아들 유해국(박해일),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마침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왔던 해국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마을에 남기를 원하는데.. 그의 선언에 마을 사람들은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낸다. 단 한 사람 천용덕(정재영) 이장을 제외하고, 한번 살아보라고 말하는 이장의 말에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금새 돌변하고 컽보기에는 평범한 시골 노인 같지만, 섬뜩한 키리스마로 마을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한 이장과 그를 신처럼 따르는 마을 사람들 결국, 해국은 이곳에 사람들이 모두 의심스럽기만 한데...



이렇게 어느 한 청년이 뜻하지 않게 아버지의 죽음때문에 한 마을을 찾게되고, 그 아버지의 죽음이 무언가 석연치 않음에 마을에 칩거하며 죽음의 원인 파헤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과 사고를 그린 영화다. 그런데, 영화는 아버지의 부고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때는 거슬러 올라가 1978년 어느 가을..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 유해국의 아버지는 기도원 원장으로 절실한 크리스찬이었고 죄 많은 사람들을 신(神)께 인도하는 착한 목자였다. 바로 그의 삶은 오로지 구원이자 구원만이 살길이었다.

이런 그가 돈을 횡령했다는 모함으로 공공의 적 '강철중'처럼 막가파식 천 형사(정재영)에게 잡혀가 고초를 껵고 결국 수감생활까지 한다. 그리고 천은 유씨에게 제안한다. 우리 한번 같이? 살아보자고.. 리고 세월이 흘러 산 속의 요새같이 생긴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30여년을 같이 살았던 유씨가 죽는다. 이장부터 해서 마을사람들은 어찌된 거냐며 안타까워 하는데.. 이 부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씨의 아들 유해국.. 장례만 치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갈 줄 알았던 그가 마을에 남겼다면서 이장부터 다른 사람들은 해국을 경계한다. 그것도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듯이 말이다.

바로 이장의 지시가 있었으니.. 그는 전직 형사 출신으로 끄나풀도 많고 불린 재산도 많아 이 마을을 좌지우지하는 신(神)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의 말 "이 마을에선 내가 시작이자 끝이다."처럼 말이다. 이렇게 한 마을의 신적인 존재이자 날선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비밀스런 천용덕 이장을 비롯해 극중의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중심을 이룬다. 특히 이장의 켵에 수족처럼 따라다니는 오른팔로 동네 대소사를 모두 책임지는 순박한 마을 청년 김덕천(유해진)..

그리고 과거 살인 경력으로 천 형사 손에 이끌려 또 유목형 목자에게 인도돼 참회의 삶을 살고 있는 전석만(김상호)과 하성규(김준배), 하지만 둘은 참회라는 속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본연의 악의 본성을 드러낸 인물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유일한 여성 주민이자 슈퍼 주인 이영지(유선), 그런데 그녀는 여기 사건과 관계없는 듯 보이지만 그녀는 제 3자의 시선으로 이 사건을 목도하는데.. 그리고 주인공 유해국때문에 지방으로 좌천된 박민욱(유준상) 검사, 박검사는 유씨를 미워하지만 범인은 검거때문에 그와 손을 잡는다.



이렇게 이 마을은 유해국을 내쫓으려는 순간부터 무언가 음습하고 비밀스런 분위기로 전환된다. 그리고, 유해국은 아버지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면서 맞딱뜨리게 된 살해의 공포, 그리고 그 모든 현장을 목도한 한 여자와 이런 사건을 높은 성에서 내려다 보는 전지전능한 영주처럼 지시내린 이장, 그리고 그런 이장에 맞서 죽기전까지 구원의 삶을 끝까지 놓치 못하면서 자기안의 또 다른 본능에 시달려온 해국 아버지 유목형.. 결국 유씨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아니 30여년전 시작된 유씨와 천씨 둘의 관계는 어찌돼서 이렇게 파국을 맞이한 것일까..

과연, 아들 해국은 아비를 누가 죽였는지 또 그 죽음의 원인은 무엇인지 밝힐 수 있을까.. 결말에 밝혀지지만 결말도 좀 함의적 연출이라 뭐라 말하기가 그렇다. 아무튼, 영화상의 큰 대결구도는 어찌보면 유목형과 천용덕 이장으로 압축될 수 있고, 30년전부터 시작된 악연이 이어져 오며 같은 하늘 아래 한 곳에 모여살면서 하나는 신께 구원의 길을 찾아 신이 되려는 사람과 하나는 그런 신이 아닌 인간의 신으로 군림하며 살려는 사람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빚어진 비극적 이야기 <이끼>.. 

그것은 인간사 가장 더러운 진면목들이 여기 낯선 시골 마을에 뭉쳐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그런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베트남전, 부동산 투기, 수상쩍은 기도원, 경찰과 검찰로 대표되는 공권력의 폭력 행사, 자력구제할 수 없는 소녀를 마을 남자들이 집단으로 강간하는 사건까지.. 어느 한 구석에는 반드시 '걸려든다'는 이 불편한 진실들로 포장된 더러움이 결국 파멸과 구원의 양 갈래로 치닫으며 바위틈속에 착 달라붙어 낀 이끼처럼 욕망이 꿈뜰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욕망은 지워도 지워지지 않게 음지의 습한 곳에서 계속 자라나며 인간의 욕망을 옭아매고 있다. 결국, 그것이 구원과 파멸의 길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영화 <이끼>가 주는 메시지는 제목처럼 사람은 이끼처럼 살아가는 욕망의 덩어리라 말하고 있다. 여기 천용덕 이장과 마을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연출은 기존의 강우석식 작품들과는 또 다른 깊이있는 사람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그의 의도대로 다소 어둡게 극을 전개시켰다.

또한 극의 중반까지 스릴러적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흔적속에 곳곳에 얹혀진 특유의 유머를 통해 '진실의 게임'으로 치닫는 드라마적 요소를 보다 효과적으로 몰입과 이완을 교차시키는 능숙한 연출을 선보인점은 돋보였다. 하지만 원작과는 다른 느낌으로 묵직함대신 헐거운듯 조여주는 대중성을 가미한 스릴러로 그렸기에, 사실 본연의 스릴러로 보기에는 어렵다.

더군다나 중간중간에 뜬금없이 튀어나온 유머는 어찌보면 장르적 쾌감을 분산시킬뿐.. 전체적인 구도도 서스펜스가 음습한 스릴러보다는 이낀 낀 사람들의 욕망을 드라마적으로 표출한 '선과 악'의 대결구도에 어느 한 마을의 비밀스런 이야기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찌보면 더 대중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영화 <이끼>.. 2시간 반이 넘는 런닝타임이 지루하진 않았지만, 2시간 정도로 연출해 스피드하고 스릴감있게 전개했다면 '바위틈에 낀 묵은 이끼'처럼 더 음습했을텐데 아쉽다. 이것이 나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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