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4주
허트 로커 - The Hurt Lock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임스 카메론의 전 부인이자 영화적 동료였다는 '캐서린 비글로우'.. 아카데미 역사상 여성 감독 최초로 감독상을 2010년에 수상하며 단박에 이목을 끌어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고 영화까지 작품상을 수상하며 각본상, 음향상, 편집상, 음향효과상까지 6개 부문을 석권한 저예산 전쟁영화 <허트 로커>.. 얼마난 대단한 작품이길래 아바타를 제치고 탄 것일까.. SF적 재미로 충만한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타기가 어렵다는 불문율을 깨기가 역시나 어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역시 전쟁 영화같이 작품적 메시지가 있는 영화가 우선은 어필이 돼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이번에 작품상을 탄 <허트 로커>는 어떤 메시지를 담아내며 밀도감있게 또 심도있게 그렸던 것일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영화라면 총탄이 난무하고 여기저기 폭탄이 터지며 액션적 비주얼을 영화적 기법으로 덧칠해서 긴장감과 재미를 주면서 그런 흥행을 담보로 하는 전쟁 영화가 다수를 이루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작품상을 탄 <허트 로커>는 확실히 기존의 전쟁 영화와는 다르다. 어찌보면 얼마전 개봉한 <그린 존>과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이 영화가 더욱더 1인칭 시점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듯 핸드헬드 기법으로 다큐스럽게 만든 영화다. 그래서 상을 준 것일까.. 아마도 내 개인적인 생각에 이 영화는 전쟁이 주는 소재적 특수성때문에 한 몫한게 아닌가 싶다. 무수히 많은 전쟁 영화들이 무리를 짓는 군인들과 그속에서 펼쳐지는 액션적 전쟁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한마디로 폭발물 해체를 밥먹듯 하는 군인들의 살떨리는 현장을 종군 기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들의 고뇌를 그려낸 영화다.





그래서 보는이로 하여금 실제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현장의 리얼리티를 살리며 긴장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마치 저 사제 폭판이 언제쯤 터질 것인가.. 해체 과정에서 터지지 않을까.. 혹시나 숨어있는 적이 언제쯤 총을 난사할지 모른다등.. '폭발'이 주는 파괴적 공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50kg가 넘는 방호복을 입고 실제 폭탄을 해체하는 이는 단 하나뿐.. 그 주인공은 이라크 바그다드에 뿌려진 각종 사제 폭탄들.. 말 그대로 부비트랩이 난무한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폭탄 제거에 일생을 마친 군인이다.

그래서 여기 주인공 '제임스(제레미 레너)'는 마치 1인칭 슈팅게임 FPS속에서 미션을 수행하듯 폭탄물 해체의 에피소드를 선보이며 열연을 펼쳤다. 이런 잔혹한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내무 생활에서는 악동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시가전에서 총기 오발로 동료 병사를 쐈던 그지만.. 군대내에서 무료함을 지금까지 수백 여개의 폭탄을 해체한 경력처럼 그런 폭탄 해체를 통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도 모른다. 물론, 옆에서 지켜보는 동료들은 심장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심정이겠지만서도.. ㅎ

암튼, 이렇게 영화는 전쟁이라는 큰 주제에서 '폭발물 제거'라는 작은 소재를 끄집어내 그들의 일상을 좇듯 덧칠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재미적 요소는 떨어지지만 그들이 펼쳐낸 살떨리는 폭발물 제거라는 미션을 실행하는 자든 지켜보는 자든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그런 모습은 핸드 헬드 기법의 다큐적 모습으로 그려냈으니 더 생동감있지 않나 싶다. 특히나 마지막 씬은 나름 압권이었다. 해결할 줄 알았는데..

결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경력답게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비주얼과 메시지는 이게 아닐까 싶다. 보통의 전쟁영화가 보여주는 참상을 그려내기 보다는 폭발물과 긴장된 전쟁을 치르는 군인들의 공포와 긴장감에 초점을 맞춰 핸드헬드 기법으로 생생한 현장 그 자체를 전달해낸 역량에 있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영화 시작에 얘기한 것처럼 "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 같아서 종종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The rush of battle is often a potent and lethal addiction, for war is a drug)"

즉, '전쟁은 마약이다.'로 귀결되며 여기 폭발물 제거의 달인 '제임스'는 사실 생명 구조에 목숨을 거는 전쟁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그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 주는 스릴감 자체에 중독된 인물이고, 또 그렇게 그는 중독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폭발물 제거가 성공하든 못하든 그는 제대하는 그날까지 오늘도 내일도 보무도 당당하게 그렇게 또 일을 나서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그들의 일상이고 또 우리들이 처한 일상의 그림들이 아닌가 싶다. 마치 중독되어 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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