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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작가가 경제학도였다가 늦게 미술을 공부하는 이라 그런지 내용곳곳에 예술적 향기가 묻어난다.각박한 경쟁사회지만 본인이 노력하기에따라 예술을 추구하고 즐길수 있다는 설명이다.비록 늦게 시작해서 늘그막에 성공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은 시대와 분리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예술에는 그시대의 시대사조와 철학이 배어들게 마련이다.
특히 조선시대의 평생도는 태어나 죽기전까지 그시대를 산 인생을 보여주는 재료로 쓰여셔 장중한 설명이 따라붙지만 그 속에 배여있는 건 중압감과 유교적 가치관이 진하다. ..과거급제로 대표되는 입신양명과 가문의 위신을 세워야하는 유학적인 이데올로기를 출사로 구현해야하는 만큼 과거급제자를 얼마나 떠받들며 대우했던 시대의 마음씀을 알 수 있다.그 시대의 엄친아들은 과거급제자와 비교하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지금의 학벌과 스펙좋은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보다 더하겠지?
수수함과 단단함이 배여있는 것이 한국의 전통이라여겼지만 19금이나 섹스면에서보면 유교적인 사회에도 성욕을 주체못하는 표현들이 종종 있었다.춘화가 유행한 걸보면..조선사회의 뒷면이기도하고 현재 우리사회의 문제이기도하다.
한편 서양에서는 19세기에 거창하지않은 사진같은 소재로도 새로운 예술을 촉발할 수 있었다.
모네나 고흐나 인상파라는 새로운 미술사조를 개척한 사람들도 사진한장에서 시작한만큼 ..
우리나라 미술문화의 백미는 선비적인 사군자나 산수화에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서양의 회화처럼 화려하거나 요란하지않고 오히려 영국의 자연주의사조에 가깝다. 정갈하고 소란스럽지않고 ..그냥 숲 한가운데 들어온 것같은 느낌..아마 조선500년동안 거의 변치않은 미술관이다.
아마 우리전통의 미는 수수함과 단아함이 아닐까? 종종 서양것과 한국적인 미를 비교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모두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서양의 사조는 19세기이래 변해갔다.피카소로 대표되는 20세기사조의 원류는 인상파에서찾아야할 것이다.사물을 분해해서 그리는 시도는 당대로는 획기적이기도 했지만 왜 피카소가 세잔이나 고흐를 존경했다고 했는지 이유가 있다. 이와 닮은 모네의 수련이나 인상파의 그림들을 보자.자연주의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한편으로는 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에서 나타난 하층민들의 음식문화를 보자. 궁중요리나 프랑스요리같이 거창하지도 않으면서 어머니의 손맛을 전달하는 향토음식들을 다양하게 떠올리게 한다.단순화된 그림배경의 편안함은 휘황한 궁전이나 지나치게 짜임새있는 현대의 건축물들이나 석조의 운치와는 다르다.사진과 인상파의 유행은 아마 시민 사회로 전환되어가는 세태를 암시한 건 아닐까?전에는 귀족들만 거금을 들여 초상화를 그릴 수 있었으니..
뒤늦게 유명세를 탄 예술인들을 보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가져볼만하지만 이들의 인생을 깊숙이 살펴보면 무작정 기다리거나 시도하기도 쉽지 않다.게을러보이는 같은그림인데도 세잔은 과일하나를 100여번을그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새로운 예술은 끊임없는 시도에서 나온다..
일본이라면 우리는 민족주의에 고양되어 치를 떠는 경향이 많은데 나름 그들도 심미관이 있다.
일본의 미의식을 좀 살펴보자.일본의 야스쿠니신사를 보면 벚꽃은 아름다우나 지는 벚꽃처럼 화려하게 죽으라며 젊은이들을 가미가재로 떠밀었다.예술의 미의식과 인명의 무고함을 혼동한 결과이기도하다.그런데 일본의 애국심은 비틀리고 다소 왜곡되었다.왜 하필 벚꽃과 사무라이를 연계시킨단 말인가..그들의 심미관과 민족주의는 참 괴이하다.
전통적으로 잘난척하지말라는 사회의 암묵적 강박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로 되어가는 것같다.그리고 그것이 시대의 흐름인가보다.
한마디 더 하면 저자는 독자에게 느리게 갈망정 무엇인가를 끈질기게 추구하며 게을러야지, 무작정 게으른 건 안 된다고 얘기한다..
어쩌면 작자는 강박에 쫓기는 현대한국인들의 삶을 풍자하고 충고한 것은 아닐까? 주위를 둘러보면 얼마든지 즐길 얘깃거리가 항상 있게 마련이다.쫓기며 살지말고 때론 옆을 돌아보고 인생을 즐기며 살라고 타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