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5월은 내 평생 처음으로 칼새가 눈에 들어오지 않은 5월이었다. 새들이 한바탕 즐거워하는 동안 나는 창문을 외면하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칼새를 다시는 못 보더라도 상관없다고 느꼈다.
인생이 기묘하고도 희한하게 꼬이면서, 나는 다른 피조물과 어울리지 못하고 공허한 대기 속을 떠도는 불가해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인류 전체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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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제주 - 일 년의 반은 제주살이
엄봉애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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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고요와 어디에든 있는 바람과 비 내리는 어느 날 검게 젖어 가는 돌담 사이에 오래오래 서 있을 수 있으면 좋았고, 뜨거운 햇볕에 지치면 숲 그늘을 찾아 앉아 바람에 땀을 들이는 그런 시간이면 족했다. -85


아무튼 제주! 액자속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한 책표지가 인상적인 책, 그 곁에 나란히 앉아서 넓고 푸른 제주의 바다를 보고 싶어진다.

몇 년 전에 보름 간 제주에서 지낸 적이 있는 터라 공감가는 이야기가 많았고, 언제가 될지모를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기에 마치 마음 맞는 친구와 만나서 수다떠는 기분으로 읽었다.

작가님의 거침없고 맛깔나는 글솜씨에 큭큭 참던 웃음보가 몇 번이나 터졌는지 모른다. 왜그러냐고 의아해하는 짝꿍에게 제대로 대답도 못할만큼 한 번 터진 웃음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도 엄마 이야기에는 나도모르게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왜 모두 내 이야기인것 같은지..... 글이란 정말 이상하고 매력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햇살이 좋은 날, 불어오는 바람을 가득 안고 오름을 걷고 산을 오르고 꽃과 나무, 바다를 보면서 느꼈던 생각, 추억들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었다.


보름간 살면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우리는 편리함을 선택했다. 산을 좋아하는 짝꿍 덕에 거의 매일 찾아다녔던 오름, 성산 일출봉, 송악산, 사려니 숲, 만장굴, 산굼부리, 섭지코지..... 누가봐도 여행객이었다. 멋진 풍광, 초록 숲, 바다, 바람을 가슴 가득 품고 돌아오면서도 벌써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제주의 넓고 푸른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을 얻어서 살아보고 싶었다. 매일 같은 날이라해도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유유자적 동네 산책을 하며 지내는 일상, 단풍든 제주를 거닐고 싶다고.

그래서 다시 만난 제주가 반가웠고,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서 들썩거렸다.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여서 삭막하고 바쁘게 살아가던 우리에게 찾아온 여유, 편안함이 좋았다. 인증샷을 남기고 서둘러 돌아서는 곳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소소한 추억, 기억이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함께 제주를 걷고 오르면서 나누었던 유쾌한 일상 이야기, 인생 이야기, 추억, 속 깊은 이야기 그리고 제주의 풍경이 함께 따라왔다.


파도는 오늘도 눈앞까지 쫓아와 하얗게 부서지며, '잘 왔다, 잘왔다', '마음 무거운 하루가 힘들었다면 모두 내게 실어 보내면 된다'며 나를 어루만졌따. 괜찮다고 다독였다. 180-181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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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덤으로 얻는 조그만 기쁨도 한몫을 한다. 고개를 숙여 발끝을 바라보면 여기저기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난 우리 들꽃들이 지천이다. 꽃 이름도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자꾸만 이름을 부르다 보면 혼자서 푸르륵대며 웃을 수밖에 없다.
뽀리뱅이, 개불알풀, 씀바귀, 쥐오줌풀⋯⋯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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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네이티브처럼 말하고 쓰는 법 - 원어민처럼 자연스러운 영어에는 원리가 있다
최정숙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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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네이티브처럼 말하고 쓰는 법!

영어회화 공부를 시작한 지가 벌써 몇 년째인지, 올해는 그만할까하면서도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의 시선을 붙잡은 책이다.

그나마 글자로 보면 머릿속으로는 따라가지만, 막상 말을 해야하는 상황이면 간단한 단어마저도 생각나지 않고 하얀 백지가 되어버리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말하는 외국인들은 드라마나 K-pop으로 배웠다고 하는데 나는 왜 안되는 걸까, 이번에는 기필코 제대로 알아야겠다.


우리말 그대로 영어로 말하는 한국식 영어가 아니라 원어민처럼 말하고 쓰기 위한 영어식 사고가 필요하다.

저자는 내가 말하려는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영어적 구조를 반드시 학습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파트 1에서 제공하는 한국어와 영어 구조의 결정적인 차이를 설명하는 핵심 10가지를 통해 스스로 연습하고 저자와 함께 풀어가보자.

네이티브처럼 말하기와 네이티브처럼 쓰기로 구성되어 있다.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그는 계획을 생각해 낼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를 어떻게 말할 것인가?

'The bike ride gave him some time to come up with a plan.'

저자의 강의를 듣고 있는 듯 자세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come up with와 think about의 의미의 차이나 쓰임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이동 수단에 따라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진다는 것도 짚어주었다.

사물 주어라는 용어가 낯설었다. 영어에서 부사절은 문장의 뒤에 쓰이는데, 주어 자리에 들어갈 만큼 중요한 내용일 때는 이 부사절을 사물주어의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비슷한 문형을 보니 눈에 들어오고 이해가 되었다.


단어의 의미와 뉘앙스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있는 시간이었다. stop, cease, halt, pause 모두 멈추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다.

아마도 대부분 나처럼 stop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문맥에 맞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한다.

네이티브처럼 쓰기는 우리가 책을 읽거나 일상에서 말하듯 긴 문장이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벅찼지만, 한 문장씩 설명을 들으면서 차근차근 써 본다.

네이티브처럼 말하고 쓰기, 우리말을 하듯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수 있도록 문법, 단어의 쓰임, 늬앙스, 문맥에 대해 꼼꼼하게 읽으면서 영어문장의 구조와 원리를 알아가는 시간, 재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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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별것 없다. 이기고 지는 것이 무슨 대순가 빼앗고 빼앗기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 상대를 위해 내어놓은 서로의 마음이 진실로 따뜻하다면, 두 손을 잡고 우리의 끝 날을 향해 천천히, 느리게라도 함께 갈 수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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