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양념.밥상 - 쉽고 편하게 해먹는 자연양념과 제철밥
장영란 지음, 김광화 사진 / 들녘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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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뭔가 맛있는것(?)을 해주고 싶어서, 기름을 찾았더니 신랑이 퉁명스럽게 아이 자꾸 살찌게 왜 튀김 요리만 해주냐고, 건강한 요리 좀 해주라고 퉁을 준다. 그러면서 얼마전에는 밥먹을때 백김치를 먹여서 기분이 좋았다는 이야기도 한다. 사실 나도 모르게 내가 좋아하는 대로 자꾸 기름지고 살찌는 육류, 튀김 요리 등을 아이에게 해주려고 해서 스스로도 놀랄때가 많았다. 신랑은 결혼 전부터 워낙에 담백한 입맛을 지니신 어머님의 손맛대로 제철 자연식 건강식을 즐겨 먹어왔었다. 결혼 전후에도 누누히, 요즘 건강한 집들은 냉장고에 고기보다 채소가 많다는 둥 하면서 채소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나 자신이 나물이나 채소를 그닥 좋아하지 않다보니 나도 모르게 고기 요리를 즐겨 해온게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아이 입맛도 그렇지 않았을텐데 엄마가 자꾸 그렇게 해먹이니 아이도 고기, 튀김 등에 적응이 되어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앗차 싶었다. 입맛이 완전히 자리잡힌 후에는 바로잡기 힘들텐데.. 내가 왜 잘못된 입맛을 키워주고 있었던 것인지.

아직은 날씬하고 예쁘게 잘 자라고 있는 우리 아들, 다이어트 하려고 고생하게 만들기보다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주어야 할 것을.. 입이 짧아서 잘 안먹는다고 잘 먹는 반찬 해먹인다고 신경쓴게 화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숨쉬는 양념 밥상.

귀농한 젊은 부부가 시골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제철 식재료로 밥상을 차리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주로 레시피 위주일 거라 생각했는데 3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책자에는 다양한 시골 생활이 담겨 있었다.

그중 내게는 충격으로 느껴진 내용도 있었는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시골에 가서 생활을 하면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하지? (학교가 멀거나 해서 ) 싶었는데 아예 학교를 보내지 않는다니.

하지만 아이들이 놀기만하진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의 일을 도와 밥상 차리기 등도 직접 해보고 있었고, 뭔가 틀에 박힌 전형적인 교육은 아니지만, 어쩌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 자라고 있는듯도 보였다.

 

게다가 엄마 아빠가 모두 글을 쓰다보니, 아빠의 글 쓰는 작업을 많이 도와준 엄마에 대한 고마움으로 아빠는 엄마에게 밥상 안식년 1년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안식년이라니, 대학 교수님에게나 있는 건줄 알았는데 주부에게 안식년이라. 그저 부럽기만 하였다. 아빠와 아이들이 차려주는 밥상. 덕분에 저녁 밥상이 사라지고, 하루 두끼만 먹게 되었다지만 평생 살림, 특히 밥상을 책임져야하는 주부들에게는 그야말로 부러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게다가 저자분은 제철 재료를 이용해 밥상을 차리는일 자체도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이야길 한다.

나는 그냥 간단해보이는 그 한가지 한가지가 다 어렵고 힘이 들던데..

 

그저 남이 고생하는 이야기는 눈에 잘 안들어오고 쉬는 이야기만 부러워하니 참 놀부 심보를 가지고 있는 나란 사람. 스스로 헛웃음이 났다.

 

평생 교직에만 몸담아 계시던 친정 부모님께서 텃밭 농사를 시작하시면서 평생 밭일을 해온 전업 농부들에 비하면 서투른 솜씨지만 그래도 열심히 가꾼 채소를 우리 집 식탁에까지 정성스레 갖다주시곤 하신다. 그 채소들만 챙겨 먹어도 정말 건강 걱정이 한결 줄어들텐데..

매번 채소 아닌 다른 반찬을 떠올리는 나였으니 하는 한숨이 나왔다.

 

책에는 설탕 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 도시 주부들이 챙겨 먹는 올리고당, 식용유 등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어 있었다.

저자는 아예 쌀로 조청을 만들어먹고 각종 꽃과 식물들로 효소를 만들어 먹는다. 또 식용유는 아예 끊어버리고 들기름을 압착하지 않고,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을 만큼으로 오래 볶지 않고 짜서 먹는 등,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보다 더 건강히 아이들의 몸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집에 있으면서 내가 아이를 위해 제대로 한게 무언가 싶은 대목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우리 아이 식단때문에 반성이 많이 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게으름을 줄이고 반찬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기름진 음식도 줄이고 책에 나온대로 소박하더라도 건강한 채식 밥상을 지켜 보고 싶어졌다. 다행히 얼마전부터 아이가 버섯을 좋아하기 시작해서, 표고와 느타리 버섯을 넣어 밥을 지어주면 다른 반찬 없이도 밥한공기 뚝딱 잘 먹어주고 있다. 아이 입맛 돌려놓고, 맛있게 밥해주기,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주부의 역할로 내 모습을 되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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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8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브캣 2013-05-28 16:28   좋아요 0 | URL
아..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에고..정말 심란하셨을듯.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