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 관하여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16
이창동 지음 / 이가서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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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독하게 고난받고, 끝까지 슬픈 운명이 자신을 떠나가지 않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어릴적 6.25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그가 기억하던 것은 김흥남이라는 이름과, 발등과 엉덩이에 있었던 상처였다. 폭력적인 고아원장으로부터 도망치지도 못하고 얻어맞으며 살던 그는, 양부모에게 입양당할 기회도 놓치고 결국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 거지 행세를 하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그가 어른이 되어 모은 300만원은, 그가 믿었던 전문 사기꾼에게 빼앗기고 사기꾼을 찾기 위해 도를 떠돈다. 그러다가 사기꾼을 만나 칼로 찌르고, 그가 가게 된 곳은 교도소. 이 남자는 부모란 정을 느끼지도 못한채, 억울하게 뺏긴 돈은 되찾지도 못하고 교도소에서 전과자란 딱지가 붙어야만 했다. 

누가 이 남자를 좋은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가? 분명 나쁜 운명이 그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그에게도 어느정도 행운이 뒤따랐었다. 청국장을 잘 끓이는 좋은 아내를 만나고, 비록 작은 단칸방일지라도 합쳐서 오순도순 사는 삶. 수십억대의 부자 아버지의 끈을 찾았지만 그 끈을 쥐고 있던 유일한 남자는 죽고, 그에게 오직 금도금한 골동품 시계만을 남겨준다. 누구라도 자신에게 엄청난 유산을 물려줄 사람이 죽게 된다면 허탈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도 한때 방황하였고, 결국 금도금한 시계라도 되찾아서 아버지의 끈을 찾았다는 기쁨에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운명은 그를 괴롭혔지만, 아니 그에게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았어도 괜찮았지만 그는 그것을 알면서도 기쁘게 새 삶을 시작할 마음을 준비하였다. 

이 남자가 겪은 기묘한 운명이란, 과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양한 불행이 그에게 닥쳐왔지만, 그가 겪은 운명이 오히려 그에게 삶의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책을 따라가다보면 과연 이 남자는 불행만을 겪어온 남자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되짚어보면, 그도 어느 정도의 기쁨이 있었던 사람이다. 만약 자신에게 기구한 운명이 닥쳤을지라도, 그 운명에는 불행밖에 없었을까? 비록 슬펐을지라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노라는 이 남자를 기억하며, 나는 더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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