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왕자 책읽는 가족 2
강숙인 지음, 한병호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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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로 여행을 떠나면서, 그 중에서 들렀던 곳 중 하나인 중원 미륵리사지. 나는 마지막 왕자를 들고 가서 읽으며 그 숨결을 새기고자 했다. 다양한 석탑들과 넓은 터와 풍경을 가진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이 곳이 바로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의 첫째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슬픔으로 지나가며 도중에 누이인 덕주공주는 월악산에 덕주사를 지어 남쪽을 바라보도록 돌에 마애불을 만들었고, 태자는 이곳에서 석굴을 지어 북쪽을 향해 덕주사를 바라보게 하였다고 한다. 덕성공주와 마주보며 그 뜻을 기리기 위해서 불상을 세우고, 그 사이로 석등을 세운 곳이라고 전해진다. 물론 그 출처는 정확하지 않으며, 제작된 년도는 고려 초기로 생각된다. 이 중원미륵리사지속에서, 마의태자의 소나무와 같은 신라를 향한 굳건한 그 혼이 살아 숨쉬고 있는 듯 했다.

마지막 왕자는 신라 제 56대 왕 경순왕의 태자, 선의 이야기이다. 당시에 후삼국 시대에 대한 역사책을 읽으면서, 내가 주로 보아온 시점들은 모두 당시 백성들에게 칭송받던 왕건이었다. 견훤이 왕이 되기까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나온 적도 없고, 신라의 경순왕은 왕건이 떠오르는 해가 되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조차도 그 이야기가 소개돠지 않았다. 오직 왕건의 이야기로, 고려의 건국자였던 그가 어땠는지만 나와서 한때는 잘못된 관점만을 옳은 것이라 여기고 믿고 지내왔다. 하지만, 이번에 마지막 왕자를 읽으면서 후삼국 시대에 서기때부터 내려져온 신라의 역사가 무너지는, 그런 엄청난 순간의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는가에 대하여 이 이야기가 나왔다.


선과 막내 아들은 경순왕이 신라를 왕건에게 넘기자, 눈물을 흘리면서 사랑하는 신라가 떠나는 것을 보며 선은 마의만을 입고 다니며 떠돌아다녔고, 막내 아들은 세상의 속리에서 벗어나 불교의 도를 깨우치기 위하여 스님이 되어 떠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내일,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중국에 병합한다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식민지로 넘긴다고 한다면 그 때의 내 심정은 어떨까? 아마도 애통하다못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고 말 것이다.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를 빼앗아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까지 우리나라를 구하려고 했던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그 장렬한 혼을 빼닮고 싶었던 나였다. 그리고 선도 똑같았었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지키려고 노력했으며, 견훤보다도 더 무섭다고 생각했던 왕건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그 순간, 그의 마음은 찢어지는듯 아팠었을 거라는게 내 마음까지 전해졌다.

경순왕이 선에게 물었다.

"너에게 약혼자가 있다. 비록 아름다우나 죽을 병에 걸려 곧 있으면 죽을 참이다. 또 다른 여인이 있다. 귀족집안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너의 선택은 무엇이냐?"

나는 그 질문의 의도조차도 파악 못하고, 책을 읽으면서 당장 '당연히 귀족 집안 여자를 선택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선은 그것이 신라와 고려의 이야기에 해당하냐고 물으며, 그는 약혼자를 택할 것이라고 했다. 나라가 망하는 한이 있어도 나라를 위해 투지를 살리겠다고 앞서 말한 것과, 당장에 귀족 집안을 택하겠다는 책을 읽으면서 나의 심리변화에 참 놀랬다. 결국 나 또한 선처럼 조국을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이다.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도전을 하면 더 행복할 것을 알면서도, 안전하면서 불행하지도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길을 택하려 한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일반인이고, 의지가 약해 인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나는 어느 쪽일까? 마지막 왕자를 읽으면서 선과 같은 사람이 되고 프나. 그렇지 않은 나 또한 1000년의 아름다운 신라를 보존하려 했던 것과 같이 이 대한민국을 보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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