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포 벤데타 - (정식 한국어판) 시공그래픽노블
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1988년이다. 마가레트 대처가 자신의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있고, 다음 세기가 되어서도 무너지지 않고 계속될 보수당의 집권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하고 있다. 내 막내딸은 일곱 살이며,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에이즈 환자를 수용소에 격리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폭동 진압을 위해 투입되는 전투 경찰은 자신들을 태운 말과 마찬가지로 검은색 복면을 쓰고 있으며 그들이 모는 밴에는 회전하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정부는 모든 동성연애의 싹은 물론 그 추상적 개념마저도 잘라 내고 싶다는 욕구를 표명했으며, 이제 어떤 소수자가 불법의 대상이 될지는 추측을 해 보는 수밖에 없다. 난 몇 년 안에 가족들을 데리고 이 나라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냉정하고 비열한 이 곳이 더 이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잘 자라, 영국. 잘 자라, 홈 서비스. 그리고 승리의 브이(V) 사인. 반갑다, <운명의 목소리>. 그리고 브이 포 벤데타.

_앨런 무어



<왓치맨_Watchmen>의 작가 '앨런 무어'가 쓰고, <슬레인 : 피의 가마솥_Sláine : Cauldron of Blood>, <나이트 레이븐_Night Raven>, <카드로 만든 집_House Of Cards>, <에일리언즈 : 유리 통로>, <이상한 전쟁 이야기>, <갱랜드>, <다크호스 프리젠트 86_Dark Horse>, <호러리스트_The Horrorist>, <헬블레이저 : 레어 컷츠_Hellblazer : Rare Cuts> 등 왠지 심상치않은 제목의 작품들을 주로 발표해 온 '데이비드 로이드'가 그린 디스토피아 그래픽 노블의 기념비적인 작품 <브이 포 벤데타>!

1983년 <워리어_Warrior> 매거진에 처음 연재되기 시작한 이 작품은 일찌기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예언했던 <1984>의 도래를 그리고 있으니 작품 속 전체주의 사회로 묘사되는 가상국가는 근미래(1997년)의 영국으로 시대적 배경을 간추려보자면, 이미 1980년대의 불경기를 지나 3차대전이 발발하고 원자폭탄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아프리카와 유럽이 지구상에서 소멸된 전 세계적 혼란의 시기에 무정부상태의 어수선한 틈을 타 사방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파시스트 단체들과 우익세력들이 주축이 된 '노스파이어_Norsefire'가 정권을 잡은 뒤 흑인과 파키스탄인들, 그리고 동성애자를 비롯한 백인 급진주의자들을 불법체포, 강제구금하는 등 사회적 변혁을 거쳐 통제와 강압으로 '무장'된 경찰국가에서 '빅브라더'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인 '리더_The Leader'와 그의 통치 시스템 '운명_Voice of Fate'이 눈, 귀, 코, 손가락, 목소리, 입 등등의 하부기관들을 이용해 국민들을 감시하며 국가를 지배한다는 설정아래, 정부가 관리하는 수용소에 갇혀 모종의 실험대상으로 정신적 변화를 겪은 사나이가 주인공으로 등장, 수용소를 탈출한 '그'가 벌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극에서 시작된 한 인간의 굴하지 않는 '신념'이 어떻게 전 사회적인 혁명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지 그리고 확고한 '의지'가 어떻게 발휘되며 어떻게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는지 그 과정을 한발두발세걸음네걸음다섯뜀여섯뜀 단계적으로/체계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정권 뒤집기 참 쉽...)
"독재 사회는 피겨스케이팅과 같아. 복잡하고, 기계적으로 정확하며, 무엇보다 불안정하지. 문명의 부서지기 쉬운 껍질 밑에는 차가운 혼돈이 휘몰아치고 있어. 그리고 거기엔 위험하리만치 빙판이 얇은 곳들이 있어...
권력이 처음 혼돈을 발견하게 되면 기존의 거짓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사악한 방법을 쓰기 시작하지. 하지만 그 질서에는 정의란 없어. 사랑이나 자유도 없지.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대혼란에 빠지는 것을 얼마 늦추지 못해."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는 내용만으로도 모자라 그림체 역시 그 못지않게 거칠고 어둡고 심지어 따분하기까지 함에도(인물이든 사물이든 외곽선을 마저 다 그리지 않는 독특한 생략법은 인상적!) 몇 장 넘기다보면 어느 순간 그림체에 익숙해지며 마침내 작품속으로 몰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글을 쓴 작가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와 함께 문득 깨달은 또 하나의 대단한 점은,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놀라운 점이며 독특한 점이고 위대한 점인데 바로 '효과음'이 없다는 것...
TV로 외화를 볼 때 간혹(어디까지나 '어쩌다가') 볼륨을 음소거 상태로 해놓고 보는 경우가 있는데 볼륨을 최대치로 해봤자 어차피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는 데다가 자막이 있으니까 소리가 안 들린다한들 내용을 이해하는데야 별반 큰 문제가 없을뿐더러 때때로 '남다른 재미'를 주고있으니 조용히 외화를 보던 도중 '이쯤에서 이러이러한, 저쯤에서 저러저러한 음향이 들리겠지?' 하는 것을 홀로 상상하는 경우로 상황에 맞춰 적절한 음향효과를 스스로 내다보면 나름 재미가 있더라는...
그런데 <브이 포 벤데타>는 영상매체가 아닌 인쇄매체임에도 '그런 재미'를 주고 있다.(뭐 모든 독자가 '이런 방식'을 재미있어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국회의사당이 폭발하며 불에 타고, 여기 고함소리, 저기 비명소리는 물론 폭죽소리, 폭탄소리, 신음소리, 총소리, 문부수는소리, 구타소리, 불꽃타오르는소리... 암튼, 그림에서 보여지는 모든 소리 효과를 일절 배제한채 오직 독자가 알아서 능력껏 판단/연출/반응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는데, 가령 떼지어 모여 소리지르고 있는 군중들의 모습을 '눈으로 볼지언정' 효과음을 삭제함으로써 실제로는 그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인지, 분노하고 있는 것인지 '귀로 듣지 않으면 다 똑같다'라는 어리석은 생각에 세상 돌아가는 꼴이 훤히 다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국민들 귀만 막아서 안 들리게 하면 마치 다른 세상인줄 알겠지?하는 착각 속에 빠진 위정자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특히나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그러나, 무어와 로이드가 그 모든 '소리'를 일절 차단하기 위해 그토록이나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정부가, 사회가, 체제가 무너지는 소리는 너무나도 크게 들린다. "쿠.와.아.아.아.앙!!!!!!! 와.그.르.르.르르르르...")
"소음은 그 앞에 오는 고요함과 연관돼 있어. 그 고요함이 절대적일수록 뇌성은 더욱 충격적으로 들리지. 우리의 주인은 민중의 목소리를 몇 세대동안이나 듣지 못했어. 이비...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기억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더 큰 소리지."


끝으로, <브이 포 벤데타>가 억압된 사회주의 국가를 배경으로 박해받는 민중의 궐기를 그렸다는 점 때문인지 여기서는 '이거 딱 우리 얘기다'하는가 하면 저기서는 '억지로 갖다 붙이지 마라'하며 상반된 의견을 내세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현실과의 상관성이 어떻든 의미심장한데다 두고두고 곱씹어 볼만한 구석이 있는 작품으로, 세상 그 어떤 민주국가일지라도 비민주적으로 억압되고 통제되는 부분이 어딘가는 반드시 있기에 세상 모든 나라 사람들 역시 '이건 우리랑 비슷하다'라고 여길만한 요소는 얼마든지 있고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완전 상관없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우리네 현실과 똑같다기보다는 우리는 저렇게 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정치하는 국민의 머슴'들한테도 일독을 권함.(국가에서 판금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국방부 불온서적' 목록에조차 올라있지 않은 것을 보니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작품속 상황은 아닌듯해 참으로 다행...?)
"브이, 이 모든 폭동과 소란들... 이것이 무법이란 건가요? 이게 '마음대로 하는 나라'인가요?"
"아니, 이건 그냥 '가지고 싶은 것을 가져라 나라'야. 무법이란 '무질서'가 아니라 '리더'가 없다는 뜻이야. 무법과 함께 질서의 시대가 온다. 진실한 질서는 자발적인 질서를 말해. 광기과 모순의 혼돈 주기가 끝나고 나면 질서의 시대가 시작될 거야. 이것은 무법이 아니야, 이비. 혼돈일 뿐."








덧, 두려움이 없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두렵지만 행동하는 것'이 용기다.

"그래. 왜냐고 묻는다면 비록 난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래. 왜냐고 묻는다면 비록 그들은 날 죽이겠지만 만약 하지 않는다면 내 목숨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야.
그래. 왜냐고 묻는다면 역사는 내 다리를 움직이고 있고, 아무것도 날 멈출 수 없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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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2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보다도 상당히 늦게나오지만 이책도 국내에서 번역되는군요.
 
배트맨 이어 원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데이비드 마주켈리.프랭크 밀러 지음, 곽경신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 / 세미콜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1986년 DC 코믹스 편집국은, 일부는 반세기가 넘게 살아왔던 그들의 영웅들이 시대에 뒤쳐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규모 쇄신이 명백히 예고되었고, DC 코믹스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속적인 세 명의 캐릭터 슈퍼맨, 원더 우먼 그리고 배트맨이 우선적인 쇄신 대상이 되었다.
......중략......
그렇다면 문제는 이 모든 일을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프랭크 밀러가 지원했다
.- 데니 오닐_Denny O'Neil」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배트맨' 이야기, <배트맨 : 이어 원>!
이미 배트맨의 죽음(!)을 그린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가 출간된 상태에서 '뒤늦게, 앞선'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왜일까?
1939년 '밥 케인_Bob Kane'과 '빌 핑거_Bill Finger'에 의해 창안된 배트맨이 첫선을 보인뒤 어느덧 50여 년이 흐른 1980년대 말. 우주적 경제불황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던 용역업체 'G.W.G(=지구는 우리가 지킨다)'는 그동안 행동대장으로 최일선에서 맹활약해오던 '슈퍼맨'과 '원더 우먼'이 병들고 늙었음을 인정, 아쉬운대로 그들의 '외모'만이라도 변형조작하기위해 슈퍼보톡스를 주입하기로 결정하고는 바로 시술에 들어갔는데, 함께 활동하던 배트맨만큼은 어차피 가면을 쓰고 있기에 '외모'변경은 필요없다는 판단아래(사실 외모는 가장 훌륭, 아니 완벽했기에!) 체중조절 및 식이요법에만 치중하기로 의견 일치를 본 후 최상의 트레이너를 모집했고 엄청난 결쟁률 속에서 만장일치로 선정된 이가 바로 '모듬소시지 + 맥주', 아니 프랭크 밀러!!!
이렇게 <배트맨 : 이어 원>은 시작되었다...

프랭크 밀러라면 '과학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휴고상을 수상한 만화'로도 유명한 그래픽 노블계의 최고 걸작이라는 <왓치맨_Watchmen>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라는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를 통해 배트맨의 '최후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 작가였기에 배트맨의 '최초 모습' 역시 그가 직접 그리고 싶어하리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였는데 그는 놀랍게도 다른 그림쟁이를 선택했으니 의외의 인물인 새로운 협력자는 업계에서는 초보에 가까운 '데이비드 마주켈리'!!
자고로 천재는 천재를 알아 본다고 했던가?("어이, 이봐요. 거기, 천오백사십이 번째 방문자! 당신도 천재잖아!"...) '마블_Marvel'에서 출간된 1987년작 <데어데블 : 재탄생_Daredevil: Born Again>에서 이미 프랭크 밀러와 작업한 적 있는 마주켈리는 이번에도 밀러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제 역할을 완벽하게 발휘하고 있으니 아 글쎄, 이 사람 그림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한 컷 한 컷의 그림들이 어쩌면 이리도 효과적절한지 어떤 장면들은 프랭크 밀러 못지않게 대충대충(?) 마치 밑그림도 없이 그저 사인펜으로만 스스슥 슥삭하며 그린 듯 한데도 불구하고(배경도 필요한 것만, 아니 필요없는 것은 제외해가며) 그 상황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해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러면서도 그림체가 참으로 곱디곱다. 아기자기한 알콩달콩함이 물씬 묻어난다고나 할까? 특히나 등장 인물들의 표정 또한 다양하기 그지없으니 '표정을 그린 것'이 아니라 마치 '그림들이 살아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풍부하면서도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책을 보는 내내 '그림 참 설렁설렁 쉽게 그렸다. 그런데도 참 잘 그렸다'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게 만든다. 예를 들자면 가수중엔 고음을 낸다든지 할 때 온갖 인상을 써 가면서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물론 나름 감정 표현의 방법일테고, 사실 이쪽이 훨씬 '인간적'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저 말하듯이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도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사람을 보고 있자면 때로는 나불대는 저 입술을 한대 때려주고 싶을만큼 얄미울(?) 정도인데 '마주켈리'야말로 딱 그런 경우!
사실 그림만 놓고보자면 <배트맨 허쉬>를 그린 '짐 리_Jim Lee(=이용철)'가 훨씬 더 세련되고 깔끔하게 잘 그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시각적인 만족감에선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뿐더러 너무나도 편안하고 쉬워보이기까지 하는 마주켈리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나도 한번 옛 솜씨(?) 발휘해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충동에 내 안의 뭔가가 움찔움찔꿈틀꿈틀들썩들썩불끈불끈...(이쯤에서 <데어데블 : 재탄생>을 비롯한 '마주켈리'의 다른 작품이 보고 싶어지는 것은 두말하면... 무슨 소리? "잔소리!" 정답~)
그렇게 <배트맨 : 이어 원>은 완성되었다...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해야만 했던 꼬마 '브루스 웨인'이 '그날' 이후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되어 다른 사람들한테 자신이 느낀 것과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두려움을 주기위해 무려 18년을 비밀리에 준비한 끝에 진정한 복수의 달인, 브루스 웨인으로 거듭나며 밤을 지배하는 '다크 나이트'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특별한 원년'을 다룬 또 한편의 걸작 그래픽노블 <배트맨 : 이어 원>! 이 비범한 140여 쪽짜리 '만화책' 값은 비싸다면 비싼 14,000원인데, 당신은 어쨌든 이것을 사야 할 것이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에서 말했듯 "진짜 배트맨 팬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이 작품을 간직해야 '진짜 배트맨의 팬'이라 할 수 있기에, 그리고 그 이유는 배트맨의 시작이자 완성인 이야기, 그것이 바로 <배트맨 : 이어 원>이기 때문이다.





덧, 그런가하면, '아, 벌서 1년이 지났어...'하는 아쉬움을 달랠 여유도 없이 이어지는 무려 40여 쪽에 이르는 '후기_Afterword(s)'를 보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다.(그럼 곱배기? 갑자기 짜장면 먹고싶네...쩝)
'마주켈리'가 전담하고 있는 후기에는, 배트맨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여섯 살 꼬마 시절에 그린 배트맨 만화 <배트맨 코믹스>부터 성인이 되어 그린 샘플 시안, 광고 그림, 스티커 세트, 러프 레이아웃, 잉크 완성본과 채색을 입힌 완성본, 단행본 출간 전 연재 당시의 표지 및 속지들, 양장본과 페이퍼백의 커버 디자인 제작과정을 포함,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제작 과정을 담은 미공개 자료들이 그야말로 풍성하게 듬뿍담뿍 실려있어 독자들이 예상치못한 즐거움까지 주고 있으며, 후기에 실린 프랭크 밀러의 서문(?)을 읽으며 동심으로 돌아가는 재미도 쏠쏠~
암튼무튼, 이 작품은 어디 하나 버릴 곳이 없다. 하다못해 껍데기까지도!(절대 버릴 수가 없지. 아무렴!)
 

덧덧, 특히나 이 작품은 배트맨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 대한 프랭크 밀러만의 독특한 해석이 돋보이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제임스 고든' 부서장의 새로운 모습을 두 가지나 발견할 수 있다.
특수부대 출신 덩치를 상대로 나이를 잊은 주먹질 작렬이라든지, 임신한 아내가 있음에도 한눈을 파는 모습이라든지..."고든 아저씨,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투페이스_Two-Face'야!"(나는,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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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3-1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alaxians님,요즘 새로 나오는 sf소설에 대한 리뷰도 좀 올려주세요^^
 
로닌 Ronin 시공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지음, 문은실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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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절벽에 매달려 오갈 곳 없고, 위와 아래에는 굶주린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처한다면...
그런데 어쩌다가 그 절벽에 딸기 한 송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면...

딸기를 따십시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고...
맛을 음미하십시오...

우리가 지금 그 절벽에 있습니다. 우리 삶은 만발한 벚꽃만큼이나 사라지기 쉽고 덧없습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향기롭지요
.-지혜롭고 늙은 스님」


'앨런 무어'와 더불어 그래픽 노블계를 양분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배트맨 :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작가 '프랭크 밀러'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숨은 걸작 그래픽노블 <로닌>!
우선 이 작품의 정체(?)를 먼저 밝히자면 <로닌>은 겉보기와 달리 무려(!) SF다.
봉건시대 일본의 떠돌이 무사 '낭인_浪人을 일컫는 말인 '로닌=Ronin'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나 얼핏 보기에 일본 무사를 연상시키는 표지 이미지로 인해 '일본 시대극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데 '마블 코믹스'에서 <데어데블_Daredevil> 시리즈와 같은 슈퍼영웅물을 그렸고 이후에는 'DC 코믹스'에서 역시 <배트맨 : 다크나이트 리턴즈>와 같은 슈퍼영웅물을 그리게 될 '프랭크 밀러'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의외의 주인공과 설정인걸?싶었던 도입부를 지나자마자 느닷없이 사이버 펑크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이 작품은 엄연한 SF로, 굳이 장르를 가리자면 일본 시대극에 사이버 펑크를 외삽 내지 난도질한 'SF 무협활극'정도?

그래픽 노블치고는 제법 방대한 300여쪽 분량에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1장을 잠시 살펴보자면, 13세기의 봉건시대 일본을 배경으로 주군에 대해 목숨을 건 충성을 맹세한 '무명_nameless'의 '사무라이_さむらい'가 정체불명의 적한테 눈앞에서 주군을 잃는 치욕을 당함으로써 명예를 잃고 '낭인'으로 신분이 전락된 뒤 틈틈이 검술을 연마하며 주군의 원수 '아가트'를 찾아 헤매게 되고...
한편, 때는 바야흐로 알 수 없는 전쟁(또는 공황)으로 폐허가 된 21세기의 뉴욕. 철저한 보안시스템으로 무장된 거대 공장(?) '아쿠아리우스 콤플렉스_Aquarius Complex'를 지휘하는 최첨단 인공지능 컴퓨터 '버고_Virgo'는 그의 단짝이자 비상한 정신을 지닌 인공기관 테스터 '빌리 챌러스_Billy Challas'가 어느날 이상한 검_劍에 관한 꿈을 꾸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악령의 검 속에 갇혀있던 로닌과 검의 주인인 악령의 영혼이 8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각기 다른 사람의 몸에 환생해 다시 한번 처참한 살육전을 벌이기위한 최후의 승부를 준비하는 가운데 운명적으로 둘 사이에 끼어든 아쿠아리우스 콤플렉스의 보안 국장 '케이시 맥케너_Casey McKenna'와의 미묘한 관계를 그리고있는 <로닌>은 마치 대충대충건성건성 그린듯 언제나 변함없이 일관되게 투박하고 거침없어 보이면서도 인상적일정도로 매력적인 '프랭크 밀러'의 밑그림과 때론 은은하고 때론 강렬한 '린 발리'의 채색이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면서 '로닌'의 금빛 명예회복과 핏빛 복수혈전의 흥미로운 과정이 눈부시리만큼 살벌하고 끔찍하리만큼 화려하게 펼쳐지는 또 하나의 걸작으로, '프랭크 밀러'의 팬이라면 반드시 찾아서 감상하시기를 권장함! 

 

 

덧, 악령에 맞설 수 있고 악령을 없앨 수도 있는 유일한 검 '타치_Tachi'. 그러나 악령을 없애려면 그 전에 무고한 자의 피맛을 봐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악령 '아가트'를 만나기 하루 전, 한밤중에 만난 무고한 모자_母子. 한쪽은 무고하기엔 너무 어리고 다른 한쪽은 무고하기엔 너무 부족한 상태...
과연 '로닌'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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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2-2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오랫만에 글쓰시네요.자주좀 리뷰 올려주세요^^

galaxian 2009-03-1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제 글을 기다리셨나요? ^^;
앞으로는 자주자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선형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100년도 아니되는 짧디짧은 인생을 살면서 넘치는 SF적 상상력과 천연덕스러운 익살, 그리고 도무지 겸손할 줄 모르는 박학다식함을 뽐내며 마치 200살을 살다 간 듯한 당신은 우주 최강의 자랑쟁이에 욕심쟁이 '아이작 아시모프'!
외계인일지도 모르는 아시모프가 지구별 인류한테 남긴 유산이 세 가지 있으니, 하나는 태양계 너머 은하계의 모든 과학 지식이 집대성된 '은하대백과사전'이요, 또 하나는 로봇공학 3원칙이 양전자 두뇌에 내장된 충실한 반려자 '로봇'이며, 마지막 하나는 한 사람의 독자가 평생을 읽어도 다 못 읽고 죽을 500여 권 밖에 안 되는 '저서'들이라.
- 스페이스오딧세이」
(...그리고 2008년 11월 7일,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 세 가지'에 새로운 유산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칠십여 년의 인생을 오직 집필만을 목적으로 살아 온 듯한 SF계의 다작가이자 대작가이며 타고난 입담꾼 '아이작 아시모프'가 들려주는, 명확하게 생각하기 & 단순하게 표현하기 & 당당하게 자랑하기에 관한 에세이와 단편 모음집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이 작품은 1992년에 고향별로 돌아간 아시모프를 기리는 의미에서 출간된 유고작 < Gold>의 번역판으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출간 1년만인 1996년에 '한뜻'에서 창작기법에 대한 이론서 <아이작 아시모프 SF특강>과 단편작들로 이루어진 응용서 <골드>로 분책하여 번역출간된 적이 있으나 두 권 모두 절판된지 오래...), 그중 제1부 <과학소설론>은 과학소설의 모든 소재들에 대해 탈지구/범우주적인 시각으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고, 제2부 <과학소설 창작론>은 '과학소설'이 아닌 그냥 '소설' 창작론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글쓰기 입문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언제어디서나 기회만 생기면(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자신의 무한장대한 해박함을 대놓고/숨김없이/노골적으로 공개하기를 결코 주저하거나 잠시도 망설이지 않는 아시모프의 성품과 인품이 작품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으니, 과학소설의 창작기법을 강의하는 와중에도 과학소설의 위대한 기둥이 되는 '생존자들' 아홉 명을 선정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거리낌없이 끼워넣는 겸손한 과시욕을 뽐내는가 하면(작년 초에 사망한 '클라크'가 여덟 번째 '사망자'로, 아직도 한 명이 생존중!), 자신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이를 기념하며 본인이 본인을 인터뷰하는 가상인터뷰를 통해 예의바르게 자기자랑을 하는 등 은하 최강의 자뻑자아를 지닌 것이 확실한 '쉴새없는 말발, 멈춤없는 글발(호불호가 나뉘는 구레나룻발도 추가요!)' 아시모프의 능글뻔뻔함이 활자마다/문장마다/지면마다 흘러넘쳐 도무지 주워담을 수 없는 상태인지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만한 자랑질 책이 또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인데, 그러함에도 아시모프가 싫어지기는커녕 사랑(?)스러워 진다는 점이 이 책의 마력이자 매력!
(아, 이만한 자랑질 책이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  


그리고 제3부 < GOLD : 아시모프 최후의 소설들>에는 1992년 '휴고 상' 중편부문을 수상한 <골드>를 비롯해 15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한뜻'에서 출간되었던 단편집 <골드>에 누락되는 바람에 지난 세월을 '잃어버린 12년'으로만 기억한채 냉동작품 상태에 있던 단편 8편을 모두 해동/소생시킨데다가(그중에는 그 어떤 매체에도 발표된 적이 없는 작품인 <전송가>와 <우주 공간의 나라들 : 현대의 우화>도 포함) '한뜻'판 < Gold>의 문제점(?)이었던 분책을 과감히 해결! 한 권으로 묶어내면서 원래의 < Gold> 모습을 되살린(이전 판본의 오류도 수정했다고 함) 완성/완역/완전판으로 순도 99.99%의 진정한 24k 'Gold'임!(다만, '한뜻'판 <골드>에 실렸다가 이번에 퇴출된 단편 중에는 꽤 괜찮은 작품들도 있기에 '한뜻'판을 아직 못 읽은 독자들한테는 새옹지마가 될 수도...)
본문 내용 외에도 번역자의 해설과 더불어 세 편의 해설글에 방대한 작가연보까지 포함된 빵빵한 부록을 자랑하고 있는데(특히, 유고집의 성격에 어울리는 '헌사'까지 싣는 공을 들였다는 점은 칭찬할만 하다!)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내내 '힘들어도 행복했다'는 편집자의 만족감을 독자들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더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필독서인 이 작품은 창작을 하고 싶다면 / 또는 SF를 읽고 싶다면/ 만약에 호기심에라도 아시모프를 알고 싶다면, 일단 한 권 구입해 놓은 뒤 백과사전을 찾아보듯 틈틈이/ 쉬엄쉬엄/ 야금야금 아껴 읽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작품집으로(그러나 여기서 유의할 점은, 참치를 먹고싶어 하는 당신한테 아시모프는 절대 참치캔을 던져주지 않는다는 점! 기껏해야 낚싯대에 미끼 끼우는 법을 알려줄 뿐이니 참치를 잡고 못 잡고는 물론 잡은 참치로 회를 떠먹든, 통조림을 만들든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할 일~), 굳이 별점을 주자면 "이 책의 기획은 뛰어나! 기획은 뛰어나! 10점 만점에 10점~ 이 책의 구성은 훌륭해! 구성은 훌륭해! 10점 만점에 10점~ 이 책의 내용은 재밌어! 내용은 재밌어! 10점 만점에 10점~"(이 책의 가격은...)
이쯤에서, <최후의 질문>에 나온 명문을 재탕한 기적의책 대표 toonism님의 헌사를 삼탕하자면
그리고 아이작 아시모프가 말하기를,
"SF가 있으라!"
그러자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가 있었다...





덧, 물론 제 아무리 '천상천하유아이작독존'인 아시모프라 할지라도 모든 작품들이 재미있을 수는 없는 노릇! 얼음부대 동장군도 얼려버릴 썰렁함으로 냉동무장된 말장난 작품도 툭! 툭! 튀어나오는데, 요즘같이 칼바람 부는 계절에 방심하고 읽다가는 스쳐도 冬死, 아니 凍死의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하시기를~ 


덧덧, 1987년에 아시모프가 뽑은 '글 쓰는 공룡 아홉 마리', 아니 과학소설 '생존자' 9인의 명단.
1. 잭 윌리엄슨_Jack Williamson : 1908. 4. 29 ~ 2006. 11. 10
2. 클리포드 D. 시맥_Clifford D. Simak : 1904. 8. 3 ~ 1988. 4. 25
3. L. 스프러그 드 캠프_Lyon Sprague de Camp : 1907. 11. 27 ~ 2000. 11. 6
4. 아이작 아시모프_Isaac Asimov : 1920. 1. 2 ~ 1992. 4. 6
5. 로버트 A. 하인라인_Robert A. Heinlein : 1907. 7. 7 ~ 1988. 5. 8
6. 프리츠 라이버_Fritz Leiber : 1910. 12. 24 ~ 1992. 9. 5
7. 프레더릭 폴_Frederik Pohl : 1919. 11. 26 ~
8. 아서 C. 클라크_Arthur C. Clarke : 1917. 12. 16 ~ 2008. 3. 19
9. 폴 앤더슨_Poul Anderson : 1926. 11. 25 ~ 2001. 7. 31

덧덧덧, 제2부 '과학소설 창작론'의 <힌트>편에 실린 '과학소설을 쓰는 법에 대한 아시모프의 3원칙'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훌륭한 작가가 되려면 다른 전문직과 마찬가지로 경력을 쌓기 위한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해야만 한다.
2. 글을 쓰면서 배워야 한다.
3.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쓰고 쓰고 또 썼는데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 거절 편지만 잔뜩 쌓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시모프는 이러한 상황마저 대비해서 마지막 원칙을 추가하였다.
0. 역시 당신은 작가가 될 재목이 아니니 대법원장같이 약간 열등한 직업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또는 외과의나 대통령처럼 열등한 직업을 얻게되더라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용기 잃지 마시라.)

덧덧덧-1. 다들 이 책이 재미있다고 하기에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큰 맘 먹고 구입해서 읽고 읽고 또 읽다못해 창문에 매달리면서까지 읽었는데, 도통 재미있는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아시모프의 후안무치함에 거부감만 잔뜩 쌓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래도 당신은 과학소설 독자가 될 재목이 아니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같이 약간 열등한 작품의 독자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덧덧덧덧,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아시모프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1973년에 '휴고 상' 및 '네뷸러 상'을 동시 수상한 <신들 자신_The Gods Themselves>의 '국내최초' 번역출간을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덧덧덧덧덧, 과학소설의 달인을 만나다
(어쩌면 '클라크'일지도 모르는, 하지만 '실버버그'일 가능성도 있는) 누군가가 '아시모프'한테 묻는다.
"자네는 어떻게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나?"
이에 아시모프, 아주 진지한 태도로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느냐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못해 창문에서 뛰어내려 죽고 싶을 때까지 생각한다네."
지나가던 '하인라인',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 툭 던진다.
"죽고 싶을 때까지 생각하고 쓴단 말이야? 그냥 아무거나 처음에 떠오른 생각대로 쓰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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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8.12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11월호의 휴간과 함께 12월호 정상출간을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나올까?" "글쎄, 나와봐야 알지."하는 기대감과 회의감이 반반 섞인 미심쩍은 반응 속에 '연말 특대호'란 타이틀을 달고 320쪽으로 확장된 지면과 함께 무사히(!) 출간된 '재미있는 소설잡지' <판타스틱> 12월호!
여느때보다 일찍 출간된 12월호를 보며 휴우 다행이야~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놀란 예쁜이 가슴 달래려는데 뒤이어 들려온 이야기는 2009년부터 월간지에서 계간지로의 전환을 알리는 소식!...
폐간은 모면했으나 이전과 같은 월간지 형태의 출간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쩌면 격월간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는 생각했으나 계간지라니! 마치 사랑하는 아내가 "여보, 가끔 봐야 더 반갑고 그만큼 사랑도 깊어지는 거예요. 그러니 우리 이제 주말부부로 지내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숨이 턱 막히는 것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정신이 아득해짐이 느껴졌다...(주말은 무슨! "월말부부, 아니 연말부부라도 마다하지 않겠어요. 어디 있나요? 내 사랑, 여보, 당신, 자기야!!" 엉엉~)
평소에는 첫 장부터 차례대로 읽어나갔지만 12월호만큼은 단연 편집장의 글과 맨 뒷장의 편집후기에 먼저 눈이 갔으니 '여전히 만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독자들의 응원을 무기삼아 반드시 전투에서 살아남겠다!', '적과 동지가 누군지 분명해졌다. 내 그 둘을 결코 잊지 않으리!'를 외치는 편집자들의 글에서 비장미마저 느껴졌는데, 부디 지금의 각오와 예전의 초심을 잃지 말고 와신상담의 자세로 무공을 연마하여 적과 동지들 앞에 당당하게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일어나랏, 판타스틱!"

12월호에는 두 가지 특집기사가 준비되었는데(세 번째 특집기사는 아마도 판타스틱 계간지 전화, 아니 전환에 따른 안내가 아닐까 싶다는...)
12월호의 특집기사 중 첫 번째 '대체 왜 내 원고는 거절당하는가'는 출판에 관심있는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안내서로, 글을 쓰는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동시에 가장 기본이 되는!) 몇 가지 규칙들과 함께 기성 작가들의 냉정한 충고 및 혹시라도 도움이 될만한 글쓰기 서적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결국 기사가 말하려는 바는 '아시모프'의 다음 말과 다름없다. "당신은, 로버트 하인라인이 아니다."
두 번째 특집기사 '너는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 신세기 지구종말 백서'는 마야인들의 달력이 근거가 되었다는 '2012년 12월 21일 지구종말론'을 중심으로 얼마전 화제가 됐었던 '거대 강 입자 가속기와 미니 블랙홀'을 비롯 지구온난화, 혜성 충돌, 지각 변동, 최후의 바이러스, 핵 위협 등에서 발생될 수 있는 지구 멸망 가능성에 대한 기사로, '느닷없이 웬 종말론?'할 정도로 좀 뜬금없지 않은가 싶었는데(금융위기에, 광우병 파동에, 촛불집회에, 연예인들 자살로 기억되는 2008년을 상징?) 혹시라도 지구 멸망이 걱정되는 독자들이 있다면 '그 날' 이후의 세상을 그린 <최후의 날, 그후>를 읽어보시길 권장함. '그 날'이 와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이 남았다'는 '스뜨루가츠끼' 형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아서 클라크'께서 인류의 미래를 3001년까지는 예고했기에 지구멸망까지 적어도 993년이나 남았음!)

소설은,
11월호가 휴간되면서 어쩌면 제목이 바뀌지 않을까?싶었던 '전민희'의 <11월 밤의 이야기>가 오프닝을 장식하며 예고된 모습 그대로 찾아왔는데 이야기속의 이야기로 들려지는 아련한 과거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꿈결처럼 펼쳐지는 것이 '혹시 어디선가 11월호가 출간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에 사라진 11월호를 향한 그리움과 오묘한 조화를 이뤄 애틋함마저 느끼게 했고,
읽는 내내 은근 조마조마하다가 급기야 "뭐야? 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살인자'는!"하게 되는 '로렌스 블록'의 <내 이름은 콘라드>, 아니 <내 이름은 솔져>는 첫 번째 '임무'치고는 너무 깔끔명료한 솜씨로 인해 그후 세 권이나 발표되었다는 나머지 단편집마저 궁금하게 만들고 있으며,
단행본 발간 예정이라는 '나카지마 라모'의 <인체 모형의 밤>에는 12편의 연작단편중 <프롤로그 :: 목저택>과 <사안_邪眼>이 실려있는데 일본문학계의 괴물이자 기인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찝찝한 결말로 독자를 괴롭히고 있는가하면(아무리 끔찍할지언정 다 죽어버리는게 차라리 낫지 틀림없이 불행해질 것을 암시하며 끝나는 이야기, 정말이지 싫다... "괴로움은 현실에서 겪는 것만으로도 지나치게 충분하다고!"),
휴고상 수상작이라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플러그 인 베이비>는 미래를 배경으로 원격조정되는 사이버 인체 시스템의 사랑(그리고 성장?)을 나레이션을 사용하여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다.
아, 3부작으로 예정되었던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래비린스>는 2, 3회 분량을 모아 '합본'으로 완결되었는데(오히려 이것 때문에 '12월호가 마지막'이구나 하는 섣부른 생각을 일부 독자들한테 심어주기도 했다...) <보르 게임>을 아직도 못 읽었으니 일단 통과~

만화는,
수다스러운 옛 여자친구와의 저녁 식사를 빙자한 데이트(?) 겸 인생상담이 나도 옛 사랑(?)을 만나면 저리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와 더불어 지구 또는 이 우주 어딘가에 나를 '노리는' 사람이 있을까?가 궁금해지는 '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가 여전히 염장모드로 쾌속연애중이며(아! 우주적 사랑이야기라니...),
5월호의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소녀>에서 맘에 없던 행동을 하는 바람에 이별을 맞보았던 '소녀와 소년'이 뿔달린 중매쟁이 덕분에 6개월 만에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 '박형동'의 <일각소녀>는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으며, 만나야 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됨을 일러주고 있다... "사랑은, 첫 눈에 알아 보는거야. 그냥..."(일각고래야, 내게도 뿔을 하나 다오!~)

그리고, '다음호 안내'는...
없다. 12월호를 끝으로 계간지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으니 다음호라고 해도 무려 2009년 3월호임을 생각하면 다음호 안내를 할 수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계간지 전환 소식을 듣기 전에는 다음호 안내가 없다는 것 때문에 공연히 더 불안한 마음이 들었을 독자들도 있을텐데 일단 안심하시고 10월호에서 '예고'되었다가 불발된 [히어로즈], [새라 코너 연대기], [닥터 후] 등과 같은 '영미권 SF드라마의 세계' 특집기사와 범죄자들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형민우'의 SF판타지무협물 <고스트 페이스>의 연재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보시랏~(내년 3월까지 뭘하며 기다리냐고요? 아래 덧글을 참고하시랏!.)





덧, '특대호'로 출간된 것은 좋은데, 작년처럼 별책부록도 없는 상태에서 예고없이 값이 오른 것은 약간 불만스럽기까지 했다.(여느때처럼 만 원 내고 거스름돈 받는데 1,500원만 주기에 "저... 1,600원 더 주셔야 되는데요..."했더니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그 표정!...)
하지만 어렵다잖아. 돈많고(?) 착한(!) 독자들이 이해해야지! 끄덕끄덕~

덧덧, (참, <판타스틱> 홈페이지를 보면 '이번호 목차'에 아직도 10월호 내용이 올려져 있는데 싸이트가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편집부의 재정비가 있을거라는 '조민준' 편집장의 글이 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신경 좀 써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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