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이어 원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데이비드 마주켈리.프랭크 밀러 지음, 곽경신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 / 세미콜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1986년 DC 코믹스 편집국은, 일부는 반세기가 넘게 살아왔던 그들의 영웅들이 시대에 뒤쳐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규모 쇄신이 명백히 예고되었고, DC 코믹스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속적인 세 명의 캐릭터 슈퍼맨, 원더 우먼 그리고 배트맨이 우선적인 쇄신 대상이 되었다.
......중략......
그렇다면 문제는 이 모든 일을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프랭크 밀러가 지원했다
.- 데니 오닐_Denny O'Neil」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배트맨' 이야기, <배트맨 : 이어 원>!
이미 배트맨의 죽음(!)을 그린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가 출간된 상태에서 '뒤늦게, 앞선'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왜일까?
1939년 '밥 케인_Bob Kane'과 '빌 핑거_Bill Finger'에 의해 창안된 배트맨이 첫선을 보인뒤 어느덧 50여 년이 흐른 1980년대 말. 우주적 경제불황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던 용역업체 'G.W.G(=지구는 우리가 지킨다)'는 그동안 행동대장으로 최일선에서 맹활약해오던 '슈퍼맨'과 '원더 우먼'이 병들고 늙었음을 인정, 아쉬운대로 그들의 '외모'만이라도 변형조작하기위해 슈퍼보톡스를 주입하기로 결정하고는 바로 시술에 들어갔는데, 함께 활동하던 배트맨만큼은 어차피 가면을 쓰고 있기에 '외모'변경은 필요없다는 판단아래(사실 외모는 가장 훌륭, 아니 완벽했기에!) 체중조절 및 식이요법에만 치중하기로 의견 일치를 본 후 최상의 트레이너를 모집했고 엄청난 결쟁률 속에서 만장일치로 선정된 이가 바로 '모듬소시지 + 맥주', 아니 프랭크 밀러!!!
이렇게 <배트맨 : 이어 원>은 시작되었다...

프랭크 밀러라면 '과학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휴고상을 수상한 만화'로도 유명한 그래픽 노블계의 최고 걸작이라는 <왓치맨_Watchmen>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라는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를 통해 배트맨의 '최후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 작가였기에 배트맨의 '최초 모습' 역시 그가 직접 그리고 싶어하리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였는데 그는 놀랍게도 다른 그림쟁이를 선택했으니 의외의 인물인 새로운 협력자는 업계에서는 초보에 가까운 '데이비드 마주켈리'!!
자고로 천재는 천재를 알아 본다고 했던가?("어이, 이봐요. 거기, 천오백사십이 번째 방문자! 당신도 천재잖아!"...) '마블_Marvel'에서 출간된 1987년작 <데어데블 : 재탄생_Daredevil: Born Again>에서 이미 프랭크 밀러와 작업한 적 있는 마주켈리는 이번에도 밀러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제 역할을 완벽하게 발휘하고 있으니 아 글쎄, 이 사람 그림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한 컷 한 컷의 그림들이 어쩌면 이리도 효과적절한지 어떤 장면들은 프랭크 밀러 못지않게 대충대충(?) 마치 밑그림도 없이 그저 사인펜으로만 스스슥 슥삭하며 그린 듯 한데도 불구하고(배경도 필요한 것만, 아니 필요없는 것은 제외해가며) 그 상황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해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러면서도 그림체가 참으로 곱디곱다. 아기자기한 알콩달콩함이 물씬 묻어난다고나 할까? 특히나 등장 인물들의 표정 또한 다양하기 그지없으니 '표정을 그린 것'이 아니라 마치 '그림들이 살아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풍부하면서도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책을 보는 내내 '그림 참 설렁설렁 쉽게 그렸다. 그런데도 참 잘 그렸다'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게 만든다. 예를 들자면 가수중엔 고음을 낸다든지 할 때 온갖 인상을 써 가면서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물론 나름 감정 표현의 방법일테고, 사실 이쪽이 훨씬 '인간적'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저 말하듯이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도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사람을 보고 있자면 때로는 나불대는 저 입술을 한대 때려주고 싶을만큼 얄미울(?) 정도인데 '마주켈리'야말로 딱 그런 경우!
사실 그림만 놓고보자면 <배트맨 허쉬>를 그린 '짐 리_Jim Lee(=이용철)'가 훨씬 더 세련되고 깔끔하게 잘 그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시각적인 만족감에선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뿐더러 너무나도 편안하고 쉬워보이기까지 하는 마주켈리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나도 한번 옛 솜씨(?) 발휘해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충동에 내 안의 뭔가가 움찔움찔꿈틀꿈틀들썩들썩불끈불끈...(이쯤에서 <데어데블 : 재탄생>을 비롯한 '마주켈리'의 다른 작품이 보고 싶어지는 것은 두말하면... 무슨 소리? "잔소리!" 정답~)
그렇게 <배트맨 : 이어 원>은 완성되었다...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해야만 했던 꼬마 '브루스 웨인'이 '그날' 이후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되어 다른 사람들한테 자신이 느낀 것과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두려움을 주기위해 무려 18년을 비밀리에 준비한 끝에 진정한 복수의 달인, 브루스 웨인으로 거듭나며 밤을 지배하는 '다크 나이트'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특별한 원년'을 다룬 또 한편의 걸작 그래픽노블 <배트맨 : 이어 원>! 이 비범한 140여 쪽짜리 '만화책' 값은 비싸다면 비싼 14,000원인데, 당신은 어쨌든 이것을 사야 할 것이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에서 말했듯 "진짜 배트맨 팬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이 작품을 간직해야 '진짜 배트맨의 팬'이라 할 수 있기에, 그리고 그 이유는 배트맨의 시작이자 완성인 이야기, 그것이 바로 <배트맨 : 이어 원>이기 때문이다.





덧, 그런가하면, '아, 벌서 1년이 지났어...'하는 아쉬움을 달랠 여유도 없이 이어지는 무려 40여 쪽에 이르는 '후기_Afterword(s)'를 보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다.(그럼 곱배기? 갑자기 짜장면 먹고싶네...쩝)
'마주켈리'가 전담하고 있는 후기에는, 배트맨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여섯 살 꼬마 시절에 그린 배트맨 만화 <배트맨 코믹스>부터 성인이 되어 그린 샘플 시안, 광고 그림, 스티커 세트, 러프 레이아웃, 잉크 완성본과 채색을 입힌 완성본, 단행본 출간 전 연재 당시의 표지 및 속지들, 양장본과 페이퍼백의 커버 디자인 제작과정을 포함,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제작 과정을 담은 미공개 자료들이 그야말로 풍성하게 듬뿍담뿍 실려있어 독자들이 예상치못한 즐거움까지 주고 있으며, 후기에 실린 프랭크 밀러의 서문(?)을 읽으며 동심으로 돌아가는 재미도 쏠쏠~
암튼무튼, 이 작품은 어디 하나 버릴 곳이 없다. 하다못해 껍데기까지도!(절대 버릴 수가 없지. 아무렴!)
 

덧덧, 특히나 이 작품은 배트맨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 대한 프랭크 밀러만의 독특한 해석이 돋보이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제임스 고든' 부서장의 새로운 모습을 두 가지나 발견할 수 있다.
특수부대 출신 덩치를 상대로 나이를 잊은 주먹질 작렬이라든지, 임신한 아내가 있음에도 한눈을 파는 모습이라든지..."고든 아저씨,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투페이스_Two-Face'야!"(나는,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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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3-1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alaxians님,요즘 새로 나오는 sf소설에 대한 리뷰도 좀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