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선형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100년도 아니되는 짧디짧은 인생을 살면서 넘치는 SF적 상상력과 천연덕스러운 익살, 그리고 도무지 겸손할 줄 모르는 박학다식함을 뽐내며 마치 200살을 살다 간 듯한 당신은 우주 최강의 자랑쟁이에 욕심쟁이 '아이작 아시모프'!
외계인일지도 모르는 아시모프가 지구별 인류한테 남긴 유산이 세 가지 있으니, 하나는 태양계 너머 은하계의 모든 과학 지식이 집대성된 '은하대백과사전'이요, 또 하나는 로봇공학 3원칙이 양전자 두뇌에 내장된 충실한 반려자 '로봇'이며, 마지막 하나는 한 사람의 독자가 평생을 읽어도 다 못 읽고 죽을 500여 권 밖에 안 되는 '저서'들이라.
- 스페이스오딧세이」
(...그리고 2008년 11월 7일,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 세 가지'에 새로운 유산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칠십여 년의 인생을 오직 집필만을 목적으로 살아 온 듯한 SF계의 다작가이자 대작가이며 타고난 입담꾼 '아이작 아시모프'가 들려주는, 명확하게 생각하기 & 단순하게 표현하기 & 당당하게 자랑하기에 관한 에세이와 단편 모음집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이 작품은 1992년에 고향별로 돌아간 아시모프를 기리는 의미에서 출간된 유고작 < Gold>의 번역판으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출간 1년만인 1996년에 '한뜻'에서 창작기법에 대한 이론서 <아이작 아시모프 SF특강>과 단편작들로 이루어진 응용서 <골드>로 분책하여 번역출간된 적이 있으나 두 권 모두 절판된지 오래...), 그중 제1부 <과학소설론>은 과학소설의 모든 소재들에 대해 탈지구/범우주적인 시각으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고, 제2부 <과학소설 창작론>은 '과학소설'이 아닌 그냥 '소설' 창작론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글쓰기 입문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언제어디서나 기회만 생기면(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자신의 무한장대한 해박함을 대놓고/숨김없이/노골적으로 공개하기를 결코 주저하거나 잠시도 망설이지 않는 아시모프의 성품과 인품이 작품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으니, 과학소설의 창작기법을 강의하는 와중에도 과학소설의 위대한 기둥이 되는 '생존자들' 아홉 명을 선정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거리낌없이 끼워넣는 겸손한 과시욕을 뽐내는가 하면(작년 초에 사망한 '클라크'가 여덟 번째 '사망자'로, 아직도 한 명이 생존중!), 자신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이를 기념하며 본인이 본인을 인터뷰하는 가상인터뷰를 통해 예의바르게 자기자랑을 하는 등 은하 최강의 자뻑자아를 지닌 것이 확실한 '쉴새없는 말발, 멈춤없는 글발(호불호가 나뉘는 구레나룻발도 추가요!)' 아시모프의 능글뻔뻔함이 활자마다/문장마다/지면마다 흘러넘쳐 도무지 주워담을 수 없는 상태인지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만한 자랑질 책이 또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인데, 그러함에도 아시모프가 싫어지기는커녕 사랑(?)스러워 진다는 점이 이 책의 마력이자 매력!
(아, 이만한 자랑질 책이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  


그리고 제3부 < GOLD : 아시모프 최후의 소설들>에는 1992년 '휴고 상' 중편부문을 수상한 <골드>를 비롯해 15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한뜻'에서 출간되었던 단편집 <골드>에 누락되는 바람에 지난 세월을 '잃어버린 12년'으로만 기억한채 냉동작품 상태에 있던 단편 8편을 모두 해동/소생시킨데다가(그중에는 그 어떤 매체에도 발표된 적이 없는 작품인 <전송가>와 <우주 공간의 나라들 : 현대의 우화>도 포함) '한뜻'판 < Gold>의 문제점(?)이었던 분책을 과감히 해결! 한 권으로 묶어내면서 원래의 < Gold> 모습을 되살린(이전 판본의 오류도 수정했다고 함) 완성/완역/완전판으로 순도 99.99%의 진정한 24k 'Gold'임!(다만, '한뜻'판 <골드>에 실렸다가 이번에 퇴출된 단편 중에는 꽤 괜찮은 작품들도 있기에 '한뜻'판을 아직 못 읽은 독자들한테는 새옹지마가 될 수도...)
본문 내용 외에도 번역자의 해설과 더불어 세 편의 해설글에 방대한 작가연보까지 포함된 빵빵한 부록을 자랑하고 있는데(특히, 유고집의 성격에 어울리는 '헌사'까지 싣는 공을 들였다는 점은 칭찬할만 하다!)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내내 '힘들어도 행복했다'는 편집자의 만족감을 독자들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더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필독서인 이 작품은 창작을 하고 싶다면 / 또는 SF를 읽고 싶다면/ 만약에 호기심에라도 아시모프를 알고 싶다면, 일단 한 권 구입해 놓은 뒤 백과사전을 찾아보듯 틈틈이/ 쉬엄쉬엄/ 야금야금 아껴 읽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작품집으로(그러나 여기서 유의할 점은, 참치를 먹고싶어 하는 당신한테 아시모프는 절대 참치캔을 던져주지 않는다는 점! 기껏해야 낚싯대에 미끼 끼우는 법을 알려줄 뿐이니 참치를 잡고 못 잡고는 물론 잡은 참치로 회를 떠먹든, 통조림을 만들든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할 일~), 굳이 별점을 주자면 "이 책의 기획은 뛰어나! 기획은 뛰어나! 10점 만점에 10점~ 이 책의 구성은 훌륭해! 구성은 훌륭해! 10점 만점에 10점~ 이 책의 내용은 재밌어! 내용은 재밌어! 10점 만점에 10점~"(이 책의 가격은...)
이쯤에서, <최후의 질문>에 나온 명문을 재탕한 기적의책 대표 toonism님의 헌사를 삼탕하자면
그리고 아이작 아시모프가 말하기를,
"SF가 있으라!"
그러자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가 있었다...





덧, 물론 제 아무리 '천상천하유아이작독존'인 아시모프라 할지라도 모든 작품들이 재미있을 수는 없는 노릇! 얼음부대 동장군도 얼려버릴 썰렁함으로 냉동무장된 말장난 작품도 툭! 툭! 튀어나오는데, 요즘같이 칼바람 부는 계절에 방심하고 읽다가는 스쳐도 冬死, 아니 凍死의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하시기를~ 


덧덧, 1987년에 아시모프가 뽑은 '글 쓰는 공룡 아홉 마리', 아니 과학소설 '생존자' 9인의 명단.
1. 잭 윌리엄슨_Jack Williamson : 1908. 4. 29 ~ 2006. 11. 10
2. 클리포드 D. 시맥_Clifford D. Simak : 1904. 8. 3 ~ 1988. 4. 25
3. L. 스프러그 드 캠프_Lyon Sprague de Camp : 1907. 11. 27 ~ 2000. 11. 6
4. 아이작 아시모프_Isaac Asimov : 1920. 1. 2 ~ 1992. 4. 6
5. 로버트 A. 하인라인_Robert A. Heinlein : 1907. 7. 7 ~ 1988. 5. 8
6. 프리츠 라이버_Fritz Leiber : 1910. 12. 24 ~ 1992. 9. 5
7. 프레더릭 폴_Frederik Pohl : 1919. 11. 26 ~
8. 아서 C. 클라크_Arthur C. Clarke : 1917. 12. 16 ~ 2008. 3. 19
9. 폴 앤더슨_Poul Anderson : 1926. 11. 25 ~ 2001. 7. 31

덧덧덧, 제2부 '과학소설 창작론'의 <힌트>편에 실린 '과학소설을 쓰는 법에 대한 아시모프의 3원칙'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훌륭한 작가가 되려면 다른 전문직과 마찬가지로 경력을 쌓기 위한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해야만 한다.
2. 글을 쓰면서 배워야 한다.
3.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쓰고 쓰고 또 썼는데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 거절 편지만 잔뜩 쌓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시모프는 이러한 상황마저 대비해서 마지막 원칙을 추가하였다.
0. 역시 당신은 작가가 될 재목이 아니니 대법원장같이 약간 열등한 직업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또는 외과의나 대통령처럼 열등한 직업을 얻게되더라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용기 잃지 마시라.)

덧덧덧-1. 다들 이 책이 재미있다고 하기에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큰 맘 먹고 구입해서 읽고 읽고 또 읽다못해 창문에 매달리면서까지 읽었는데, 도통 재미있는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아시모프의 후안무치함에 거부감만 잔뜩 쌓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래도 당신은 과학소설 독자가 될 재목이 아니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같이 약간 열등한 작품의 독자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덧덧덧덧,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아시모프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1973년에 '휴고 상' 및 '네뷸러 상'을 동시 수상한 <신들 자신_The Gods Themselves>의 '국내최초' 번역출간을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덧덧덧덧덧, 과학소설의 달인을 만나다
(어쩌면 '클라크'일지도 모르는, 하지만 '실버버그'일 가능성도 있는) 누군가가 '아시모프'한테 묻는다.
"자네는 어떻게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나?"
이에 아시모프, 아주 진지한 태도로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느냐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못해 창문에서 뛰어내려 죽고 싶을 때까지 생각한다네."
지나가던 '하인라인',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 툭 던진다.
"죽고 싶을 때까지 생각하고 쓴단 말이야? 그냥 아무거나 처음에 떠오른 생각대로 쓰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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