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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닌 Ronin ㅣ 시공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지음, 문은실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11월
평점 :
「당신이 절벽에 매달려 오갈 곳 없고, 위와 아래에는 굶주린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처한다면...
그런데 어쩌다가 그 절벽에 딸기 한 송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면...
딸기를 따십시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고...
맛을 음미하십시오...
우리가 지금 그 절벽에 있습니다. 우리 삶은 만발한 벚꽃만큼이나 사라지기 쉽고 덧없습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향기롭지요.-지혜롭고 늙은 스님」
'앨런 무어'와 더불어 그래픽 노블계를 양분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배트맨 :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작가 '프랭크 밀러'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숨은 걸작 그래픽노블 <로닌>!
우선 이 작품의 정체(?)를 먼저 밝히자면 <로닌>은 겉보기와 달리 무려(!) SF다.
봉건시대 일본의 떠돌이 무사 '낭인_浪人을 일컫는 말인 '로닌=Ronin'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나 얼핏 보기에 일본 무사를 연상시키는 표지 이미지로 인해 '일본 시대극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데 '마블 코믹스'에서 <데어데블_Daredevil> 시리즈와 같은 슈퍼영웅물을 그렸고 이후에는 'DC 코믹스'에서 역시 <배트맨 : 다크나이트 리턴즈>와 같은 슈퍼영웅물을 그리게 될 '프랭크 밀러'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의외의 주인공과 설정인걸?싶었던 도입부를 지나자마자 느닷없이 사이버 펑크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이 작품은 엄연한 SF로, 굳이 장르를 가리자면 일본 시대극에 사이버 펑크를 외삽 내지 난도질한 'SF 무협활극'정도?
그래픽 노블치고는 제법 방대한 300여쪽 분량에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1장을 잠시 살펴보자면, 13세기의 봉건시대 일본을 배경으로 주군에 대해 목숨을 건 충성을 맹세한 '무명_nameless'의 '사무라이_さむらい'가 정체불명의 적한테 눈앞에서 주군을 잃는 치욕을 당함으로써 명예를 잃고 '낭인'으로 신분이 전락된 뒤 틈틈이 검술을 연마하며 주군의 원수 '아가트'를 찾아 헤매게 되고...
한편, 때는 바야흐로 알 수 없는 전쟁(또는 공황)으로 폐허가 된 21세기의 뉴욕. 철저한 보안시스템으로 무장된 거대 공장(?) '아쿠아리우스 콤플렉스_Aquarius Complex'를 지휘하는 최첨단 인공지능 컴퓨터 '버고_Virgo'는 그의 단짝이자 비상한 정신을 지닌 인공기관 테스터 '빌리 챌러스_Billy Challas'가 어느날 이상한 검_劍에 관한 꿈을 꾸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악령의 검 속에 갇혀있던 로닌과 검의 주인인 악령의 영혼이 8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각기 다른 사람의 몸에 환생해 다시 한번 처참한 살육전을 벌이기위한 최후의 승부를 준비하는 가운데 운명적으로 둘 사이에 끼어든 아쿠아리우스 콤플렉스의 보안 국장 '케이시 맥케너_Casey McKenna'와의 미묘한 관계를 그리고있는 <로닌>은 마치 대충대충건성건성 그린듯 언제나 변함없이 일관되게 투박하고 거침없어 보이면서도 인상적일정도로 매력적인 '프랭크 밀러'의 밑그림과 때론 은은하고 때론 강렬한 '린 발리'의 채색이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면서 '로닌'의 금빛 명예회복과 핏빛 복수혈전의 흥미로운 과정이 눈부시리만큼 살벌하고 끔찍하리만큼 화려하게 펼쳐지는 또 하나의 걸작으로, '프랭크 밀러'의 팬이라면 반드시 찾아서 감상하시기를 권장함!
덧, 악령에 맞설 수 있고 악령을 없앨 수도 있는 유일한 검 '타치_Tachi'. 그러나 악령을 없애려면 그 전에 무고한 자의 피맛을 봐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악령 '아가트'를 만나기 하루 전, 한밤중에 만난 무고한 모자_母子. 한쪽은 무고하기엔 너무 어리고 다른 한쪽은 무고하기엔 너무 부족한 상태...
과연 '로닌'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