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tique 판타스틱 2008.12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11월호의 휴간과 함께 12월호 정상출간을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나올까?" "글쎄, 나와봐야 알지."하는 기대감과 회의감이 반반 섞인 미심쩍은 반응 속에 '연말 특대호'란 타이틀을 달고 320쪽으로 확장된 지면과 함께 무사히(!) 출간된 '재미있는 소설잡지' <판타스틱> 12월호!
여느때보다 일찍 출간된 12월호를 보며 휴우 다행이야~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놀란 예쁜이 가슴 달래려는데 뒤이어 들려온 이야기는 2009년부터 월간지에서 계간지로의 전환을 알리는 소식!...
폐간은 모면했으나 이전과 같은 월간지 형태의 출간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쩌면 격월간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는 생각했으나 계간지라니! 마치 사랑하는 아내가 "여보, 가끔 봐야 더 반갑고 그만큼 사랑도 깊어지는 거예요. 그러니 우리 이제 주말부부로 지내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숨이 턱 막히는 것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정신이 아득해짐이 느껴졌다...(주말은 무슨! "월말부부, 아니 연말부부라도 마다하지 않겠어요. 어디 있나요? 내 사랑, 여보, 당신, 자기야!!" 엉엉~)
평소에는 첫 장부터 차례대로 읽어나갔지만 12월호만큼은 단연 편집장의 글과 맨 뒷장의 편집후기에 먼저 눈이 갔으니 '여전히 만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독자들의 응원을 무기삼아 반드시 전투에서 살아남겠다!', '적과 동지가 누군지 분명해졌다. 내 그 둘을 결코 잊지 않으리!'를 외치는 편집자들의 글에서 비장미마저 느껴졌는데, 부디 지금의 각오와 예전의 초심을 잃지 말고 와신상담의 자세로 무공을 연마하여 적과 동지들 앞에 당당하게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일어나랏, 판타스틱!"

12월호에는 두 가지 특집기사가 준비되었는데(세 번째 특집기사는 아마도 판타스틱 계간지 전화, 아니 전환에 따른 안내가 아닐까 싶다는...)
12월호의 특집기사 중 첫 번째 '대체 왜 내 원고는 거절당하는가'는 출판에 관심있는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안내서로, 글을 쓰는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동시에 가장 기본이 되는!) 몇 가지 규칙들과 함께 기성 작가들의 냉정한 충고 및 혹시라도 도움이 될만한 글쓰기 서적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결국 기사가 말하려는 바는 '아시모프'의 다음 말과 다름없다. "당신은, 로버트 하인라인이 아니다."
두 번째 특집기사 '너는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 신세기 지구종말 백서'는 마야인들의 달력이 근거가 되었다는 '2012년 12월 21일 지구종말론'을 중심으로 얼마전 화제가 됐었던 '거대 강 입자 가속기와 미니 블랙홀'을 비롯 지구온난화, 혜성 충돌, 지각 변동, 최후의 바이러스, 핵 위협 등에서 발생될 수 있는 지구 멸망 가능성에 대한 기사로, '느닷없이 웬 종말론?'할 정도로 좀 뜬금없지 않은가 싶었는데(금융위기에, 광우병 파동에, 촛불집회에, 연예인들 자살로 기억되는 2008년을 상징?) 혹시라도 지구 멸망이 걱정되는 독자들이 있다면 '그 날' 이후의 세상을 그린 <최후의 날, 그후>를 읽어보시길 권장함. '그 날'이 와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이 남았다'는 '스뜨루가츠끼' 형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아서 클라크'께서 인류의 미래를 3001년까지는 예고했기에 지구멸망까지 적어도 993년이나 남았음!)

소설은,
11월호가 휴간되면서 어쩌면 제목이 바뀌지 않을까?싶었던 '전민희'의 <11월 밤의 이야기>가 오프닝을 장식하며 예고된 모습 그대로 찾아왔는데 이야기속의 이야기로 들려지는 아련한 과거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꿈결처럼 펼쳐지는 것이 '혹시 어디선가 11월호가 출간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에 사라진 11월호를 향한 그리움과 오묘한 조화를 이뤄 애틋함마저 느끼게 했고,
읽는 내내 은근 조마조마하다가 급기야 "뭐야? 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살인자'는!"하게 되는 '로렌스 블록'의 <내 이름은 콘라드>, 아니 <내 이름은 솔져>는 첫 번째 '임무'치고는 너무 깔끔명료한 솜씨로 인해 그후 세 권이나 발표되었다는 나머지 단편집마저 궁금하게 만들고 있으며,
단행본 발간 예정이라는 '나카지마 라모'의 <인체 모형의 밤>에는 12편의 연작단편중 <프롤로그 :: 목저택>과 <사안_邪眼>이 실려있는데 일본문학계의 괴물이자 기인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찝찝한 결말로 독자를 괴롭히고 있는가하면(아무리 끔찍할지언정 다 죽어버리는게 차라리 낫지 틀림없이 불행해질 것을 암시하며 끝나는 이야기, 정말이지 싫다... "괴로움은 현실에서 겪는 것만으로도 지나치게 충분하다고!"),
휴고상 수상작이라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플러그 인 베이비>는 미래를 배경으로 원격조정되는 사이버 인체 시스템의 사랑(그리고 성장?)을 나레이션을 사용하여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다.
아, 3부작으로 예정되었던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래비린스>는 2, 3회 분량을 모아 '합본'으로 완결되었는데(오히려 이것 때문에 '12월호가 마지막'이구나 하는 섣부른 생각을 일부 독자들한테 심어주기도 했다...) <보르 게임>을 아직도 못 읽었으니 일단 통과~

만화는,
수다스러운 옛 여자친구와의 저녁 식사를 빙자한 데이트(?) 겸 인생상담이 나도 옛 사랑(?)을 만나면 저리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와 더불어 지구 또는 이 우주 어딘가에 나를 '노리는' 사람이 있을까?가 궁금해지는 '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가 여전히 염장모드로 쾌속연애중이며(아! 우주적 사랑이야기라니...),
5월호의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소녀>에서 맘에 없던 행동을 하는 바람에 이별을 맞보았던 '소녀와 소년'이 뿔달린 중매쟁이 덕분에 6개월 만에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 '박형동'의 <일각소녀>는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으며, 만나야 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됨을 일러주고 있다... "사랑은, 첫 눈에 알아 보는거야. 그냥..."(일각고래야, 내게도 뿔을 하나 다오!~)

그리고, '다음호 안내'는...
없다. 12월호를 끝으로 계간지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으니 다음호라고 해도 무려 2009년 3월호임을 생각하면 다음호 안내를 할 수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계간지 전환 소식을 듣기 전에는 다음호 안내가 없다는 것 때문에 공연히 더 불안한 마음이 들었을 독자들도 있을텐데 일단 안심하시고 10월호에서 '예고'되었다가 불발된 [히어로즈], [새라 코너 연대기], [닥터 후] 등과 같은 '영미권 SF드라마의 세계' 특집기사와 범죄자들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형민우'의 SF판타지무협물 <고스트 페이스>의 연재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보시랏~(내년 3월까지 뭘하며 기다리냐고요? 아래 덧글을 참고하시랏!.)





덧, '특대호'로 출간된 것은 좋은데, 작년처럼 별책부록도 없는 상태에서 예고없이 값이 오른 것은 약간 불만스럽기까지 했다.(여느때처럼 만 원 내고 거스름돈 받는데 1,500원만 주기에 "저... 1,600원 더 주셔야 되는데요..."했더니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그 표정!...)
하지만 어렵다잖아. 돈많고(?) 착한(!) 독자들이 이해해야지! 끄덕끄덕~

덧덧, (참, <판타스틱> 홈페이지를 보면 '이번호 목차'에 아직도 10월호 내용이 올려져 있는데 싸이트가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편집부의 재정비가 있을거라는 '조민준' 편집장의 글이 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신경 좀 써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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