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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 방구석 문화여행자를 위한 58가지 문화 패키지 여행
한민 지음 / 부키 / 2018년 3월
평점 :
요즘 2차 세계대전 다큐멘터리에 흠뻑 빠져있다. 생전에 크게 관심두지 않았던 전쟁사가 이렇게나 흥미진진할 줄은 몰랐다.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가 일으킨 2차 세계대전은 5천만명이 넘는 인명을 희생시켰다. 이 책은 문화 심리학이라는 아주 생소한 분야의 학문을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지루할거란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다. 구어체로 작성되어 친밀감을 더할 뿐 아니라, 꽤나 묵직한 무게와 두께를 선보이는만큼 재미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문화와 심리학이 결합되면 이렇게나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앞서말한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제목처럼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와 같은 맥락으로. 1930년대의 암울한 시기에 미국은 영웅을 필요로 했다. 비록 가상의 인물일지라도 말이다. 국내로치면 바로 홍길동이 떠오를 것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도 그랬다. 히틀러가 집권한 당시 그는 영웅이었다. 실업을 구제했고, 독일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비록 그것이 인종차별주의라는 극단적인 조치임에도 독일인들은 충분히 수긍했다. 현재 시점에서 본다면 미친 것 같지만, 여전히 백인 우월주의가 머릿 속에 박혀있는 미국 중장년층 백인 남성들의 표로 트럼프가 당선된 걸 보면 이는 아직도 유효하다 것이 사실이다. 전쟁에 지지 않았더라면 히틀러의 제3제국은 건재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극단주의는 사라져야하는 것이 맞겠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본다면 틀리다고 할 수도 없다. 당시의 강대국들은 약소국들을 식민지화 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마냥 재미로만 봤던 2차세계대전 다큐였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나름의 도약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문화의 다양성을 말한다.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비극적인 세계대전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는 이상에 가깝다. 여전히 미국은 인종차별주의를 일삼으며,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인들이 동남아시아인들에게 대하는 태도와 백인들에게 대하는 태도는 현저히 다르다.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슈퍼맨이 왜 미국으로 갔는지, 피라미드는 누가 지었는지, 좀비영화는 왜 끝없이 제작되는지, 귀신도 나라마다 왜 다른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다 마찬가지다. 배척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주는 문화심리학이 모든 이의 가슴 속에 굳게 자리잡아야 하겠다. 이 책이 그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