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비바, 제인

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한사건, 다섯 여성의 이야기.
교통사고로 밝혀진 하원의원과 20대 인턴의 불륜. 그 불륜 당사자들과 연관 있는 5명의 여인 아니 4명의 여인들의 이야기이다.
정치,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능력을 인정 받는 촉망받던 인턴에서 한순간에 잘나가는 정치가의 발목을 잡은 불륜녀의 나락으로 떨어진 아비바 그러스먼과 딸의 잘못된 사랑을 되돌리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노력했던 레이첼,  비밀을 간직한 채 이벤트 기획자로 생활하는 제인과 그의 딸이자 파트너이면서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했지만 그 비밀을 알고나서 혼란에 빠진 루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원의원의 부인인 엠베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이가 들고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레이첼이 친구를 따라 통신을 통한 만남을 통해 한 교수를 만나게 된다. 그 교수는 아비바가 레이첼의 딸이라고 생각못하고 정치가를 좀먹은 존재로 아비바를 맹렬하게 비난한다. 불륜 소식이 벌어지고 난 후에도 비슷하다. 정치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비바에 대한 신상털기와 비방이 쇄도하며 아비바가 새출발을 하고자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진 내용은 그녀의 앞길을 가로 막는다.
 
분명 함께 사랑을 했든, 잘못을 저질렀든 했는데 왜 아비바만 비난을 받는 걸까? 그게 정말 옳은 것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안타까움이 들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현실의 나도 그런 사건이 터지면 언론이나 여론에 따라 한사람, 특히 상대 여자를 비난했던 것 같다.
정말 한 사람만의 잘못이라고 몰아붙여서 한명은 인생의 나락으로 한명은 아무 꺼리낌없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현실의 세계와 맞물려 씁쓸함을 느끼며 지금까지의 내 자신의 모습을 반성해본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작가는 소문만큼이나 어마어마한 필력을 자랑하는 것 같다. 순식간에 읽게 된 [비바, 제인] 이 책을 나는 언론 종사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한 사람에게 이목이 쏠리게 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하는 건 언론이 아닐까 싶다.

[서평]아날로그

아날로그
기타노 다케시 지음, 이영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9월

[이런 사랑 또 없습니다]

진짜 이런 사랑이 현실에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이야기이다.
10년 전이라면 있었을 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떨지….

건축 디자인사무소에 다니는 사토루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컴퓨터를 통해 하루이틀이면 작성할 시연작품도 며칠 밤을 새며 직접 만드는 걸 선호한다. 
어느날 본인이 참여했던 피아노라는 카페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 여인과 매주 같은 시간에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출장, 어머니의 부고 등 두사람의 만남은 순탄치 않다.

컴퓨터 없이 일을 하기 힘든 세상에서 컴퓨터보다는 손으로 일을 하기 원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방식을 고수하는 사토루에겐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연애는 참 어울리는 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이세상에 존재할까 싶은 사토루의 아날로그적인 행동들이 낯설지만 추억을 떠올린다. 과거 핸드폰이라는 게 흔하지 않았을 때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만나거나 만남의 장소에 메시지를 남겨놓기도 했었다. 그때는 친구가 언제 올지, 어디쯤 왔는지 묻지 않고 그저 올꺼라는 믿음과 함께 기다렸고 모두 약속에 대해 가급적 지키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이 바뀜에 따라 삶의 모습도 변해가면서 많이 편리해졌지만 가끔은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뭔가 여유가 있었던 과거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어린왕자의 재림

어린왕자의 재림
나하이 지음, 강지톨 그림 / 좋은땅 / 2018년 5월

몇 개월전 우연히 어린왕자 릴레이 낭독을 한적이 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각 장마다 녹음해서 까페에 올리는 건데 내가 맡았던 부분은 왕의 별이었다. 어렸을 때 읽고 난 후 오랜만에 기억하는 어린왕자는 장미꽃과 여우, 비행사 정도였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들은 어린왕자에는 참 많은 등장인물이 나왔다.
미처 기억에 없던 그들의 별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린왕자를 새로운 마음으로 봤었는데. 이번에 우연히 어린왕자의 재림이라는 책을 읽게 됐다.
어린왕자가 뱀에 물려 죽은 이후의 이야기로 나하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만나는 어린왕자이다.
우여곡절 끝에 B612 별로 돌아간 어린왕자는 장미와 이별하고 별은 파괴된다.
별이 파괴되기 전 장미의 씨앗과 장미 위에 있었던 애벌레와 함께 새로운 별을 찾게 된 어린왕자는 별에서 함께 할 친구를 찾아 다시 여행을 떠난다.
 
아마 낭독을 통해 어린왕자를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이 책을 보면서 이런 인물도 있었나 하면서 많이 낯설었을 것 같다. 새로운 어린왕자를 만나기 전 기존의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르겠다.
 
기존의 책속의 어린왕자는 순수한 모습이 주를 이뤘다고 하면 이 책속의 어린왕자는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기존처럼 만약 순수하게 사람을 바라보기 보다는 좀 더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판단을 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또다른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원래의 어린왕자를 더 기억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서평]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어린 시절 박사가 되길 꿈꿨던 소년이 변화를 거듭하여 삼성전자 회장까지 역임하게 된다.
그 사람은 바로 권오현 회장. 권오현 회장이 미국의 유학을 가고 실리콘밸리를 거쳐 삼성 반도체와 삼성 디스플레이를 거쳐 회장이 되기까지 가졌던 경영철학, 경영 경험을 젊은 후배들을 위해 정리해 놓은 책이다.
리더, 조직, 전략, 인재라는 경영에서 중요한 4가지 요소로 이야기를 나누어 각각에 대한 본인이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을 이야기 한다.
첫 장 리더에서는 리더가 갖춰야 하는 덕목에 대해 이야기 한다. 리더는 “진솔함”, “겸손”, “무시욕”이라는 내적인 덕목과 “통찰력”, “결단력”,”실행력”,”지속력”이라는 외적인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모든 기업의 리더는 반드시 예비 리더의 재능과 잠재적인 리더십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
리더의 능력은 선천적인 부분이 1/3 이고 나머지는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그러므로 미래의 리더를 탄생시키기 위해선 미리 교육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많은 리더가 직원들을 단순한 ‘베이비시터’로 대하고 그렇게 활용합니다.”
즉 , 부하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감독하고 보고 받으려고 하다보니 부하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결국 리더는 항상 바쁠 수 밖에 없고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가 아닌 보조역할이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일에 뛰어들지 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리더십은 옛 시대의 잔재물로 이제는 권한 위임을 통해 직원의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 책은 현업에서 직접 경험하고 이루었던 초격차 전략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배울 점이 많다. 회사의 리더나 중간관리자들 뿐만 아니라 말단 직원이나 예비 직장인들까지 모두 한번쯤 읽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점에 대해 속시원하게 긁어주는 부분도 있고 내가 바라던 리더의 모습도 있어서인지 경영서적인데도 불구하고 푹 빠져서 읽었던 책인 것 같다.

[서평]늦은 점심

늦은 점심
장준혁 지음 / 북랩 / 2018년 8월

오후 두시, 늦은 점심.
늦깎이 사랑 , 두 남녀의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

그녀와 마지막 점심 겸 데이트를 한 그 횟집.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길래 이렇게 씁쓸하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까?
밤에 요리사로 일하는 준민. 그는 항상 오후 2시에 늦은 혼밥을 즐긴다. 어느날 부터인가 자주 마주치는 여자가 있고 어느날 그녀에게 말을 걸게 된다.
알고 보니 그녀는 초등학교 동창이었고 그걸 계기로 둘은 일주일에 한번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한다.

연애를 한번도 해보지 못한 그, 준민. 일반적인 소설에서는 아무리 연애를 못해본 남자라도 운명의 그녀를 만나면 연애 고수처럼 준비된 연애박사가 되는데 준민은 진짜 현실속에서 볼만한 연애를 한번도 못한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연애소설이라면 기대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재미없고 쑥맥이며 뭔가 답답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 그들의 사랑에 동화되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의 사랑을 친구로써 들어주고 있었다면 분명 재미없고 멋지지 않은 남자였지만 예나에겐 누구보다 의지되고 마음이 가는 남자였을 것 같다.

그런 그들이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참 안타깝고 이별을 선택한 후 행하던 예나의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라서 마음이 아프다.

사랑 얘기는 조금 힘들었지만 준민이 학창시절을 회상하면서 얘기하는 이야기들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나에게 많은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그런 부분들이 이 소설을 보면서 좋았던 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