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을 좋아하지만 나름의 선정 기준이 있다. 우선, 참신한 소재와 구성에 마치 자석처럼 끌리며 눈과 손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듯 보이나, 결국엔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 작가임을 알기에, 항상 신선하고 놀랄만한 스토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이유로 스토리가 아니라면 같은 듯 다른 표현이지만 세련되고 정제된 언어의 미학을 보여주는 책이 좋다. 물론, 스토리와 언어의 미학 둘 다를 내포한 책이라면 금상첨화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후자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또 하나의 기준이 있다면 작가이다. 조정래는 나의 까다로운 선택의 범주에 있지 않은 거의 유일한 국내 작가가 아닐까 한다. 부족한 내 안에 가득한 인지 편향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정래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읽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가 없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과의 너무나 강렬했던 첫사랑은 지금까지도 나의 눈과 귀를 가리며 맹목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가득했던 첫사랑과 조우가 예전의 기억과 느낌을 그대로 살릴 수는 없다. 사람과의 만남이 그러하듯 책과의 만남도 첫 느낌을 능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믿도 읽는 조정래 작가의 혼을 알기에 실망감이 따르지는 않았다. 2년 전 ‘천년의 질문’ 이후 출시된 장편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2년 전 책과 달리 이 책은 제목에서 책의 주제와 내용이 모두 보이기에 큰 신선감은 없었으나 이 작가의 책은 일단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고 진부한 내용도 지겹지 않다는 데 매력이 있다.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물질의 노예로 전락한 인간들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경고라는 슬픈 내용이었다. 알람이 울리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야 하는 데, 경종이 울림에도 더 이상 놀라지 않음은 나 또한 물질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까?

나라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눈과 귀를 덮고 싶을 때가 많은 것은, 막강한 권력과 부패 앞에 내 자신이 너무나 무기력하고 달라지지 않는 악인의 교만함 때문이다.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면서도 아무 실천도 하지 않으며 감정적 분노만 앞세우는 내가 더 싫어진다. 꼿꼿하고 빳빳하게 기개를 세우며 사회를 바꾸어 보고자 했던 운동권 출신의 이태하, 한지섭은 결국 세파에 시달려 한풀 꺾인 신세가 되었다. 이태하는 검사를 포기하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머임)의 일원으로, 한지섭은 정치를 내려 놓고 귀농하여 영농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너와 우리의 맥박은 언제나 영원히 함께 뛰고 있다고 생각하며 둘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으나, 이 세상을 혐오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며 각자의 위치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51명으로 시작한 민변 회원이 30년 사이에 1,200명이 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은 것 또한 물질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판사, 검사, 변호사의 삶이 아닌 민변의 일원이 되어 약자를 도우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자기희생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힘겨운 싸움을 해 왔던 극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을 ’순결한 영혼, 상처투성이의 영혼, 가장 고독한 영혼‘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고, 황금종이의 위력에 지배받지 않으며 독야청청하기란 얼마나 외롭고 힘든 길인지 잘 암시하고 있다. 이태하와 한지섭이 뜻을 같이 공유하며 넘어지지 않도록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우정이 따뜻하고, 각자의 다른 위치에서 약자들의 위로와 힘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2의 이태하와 한지섭 같은 인물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에 여전히 세상은 살아갈만한지도 모른다.

2권 후반부에 KTX를 타고 가는 이태하는 영어 범람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의 존엄성과 국민적 자주상 상실의 시대라 할만큼 영어의 지배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영삼 정권시에 영어 조기교육을 강조하며 시작된 영어 사대주의는 갈수록 심해져서 상습적으로 사용된 단어는 한글인지 영어인지 모르는 것도 있다. 회사, 상품, 아파트, 가게, 노래, 가수 이름 등 예시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더 신선한걸 찾은 탓인지 여러 언어를 섞거나 혼합하여 국적 불명의 언어도 많다. 심지어 관공서에서 내세우는 프로젝트나 슬로건에도 영어가 들어감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내가 쓰는 글에도 영어가 살아 숨쉬고 있다. 심지어 난 영어 전공자이지만 필요시에만 사용하고 아름다운 한글이 오래 오래 사랑받고 존중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작가는 소설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제시(p. 149)’라는 표현으로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를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시대의 풍자와 비판을 통해 시원하고 통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였더라면 책을 덮고 내 마음이 편안했으리라. 그러나, 마지막 장에서 의로운 길을 가고자 했던 민변 이태하도 10억 앞에서 고민하는 내용으로 끝이 난다. 무조건 흔들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단칼에 내치지 못하고 있다. 여전이 마음 속 내적 갈등 상태로 책이 끝난다. 현재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서 겅아지에게 막대한 유산을 물려 줄 수도 있는 시대가 아닌가? 이태하의 고민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임을 암시하며, 황금종이의 엄청난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치고 있다.

돈이 인간의 실존이자 부조리가 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불감증이 심해지고, 인간의 마음 속에 돈의 필요성이 기본값으로 내재되어 이제는 필요를 넘어 악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소설로 인해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의식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물질에 지배받지 않는 자유함으로 그것을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할지 고민해야겠다.

인간이 저지르는 많은 어리석음 중에서 가장 큰 어리석음두 가지는, 첫째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고, 둘째는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을 자꾸자꾸 생각하며 후회하는 것이라고 했다. - P85

정경유착, 경언유착, 경유착, 권경유착이 상시적으로벌어지고 있으니 권력이 바뀔 때마다 ‘경제개혁, 재벌개혁‘ 구호를 요란하게 떠들어대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물쭈물 용두사미가 되고는 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 P94

왜 그 명칭이 ‘KTX‘인지 이태하는 기차를 탈때마다 눈에 거슬리고 비위가 상했다. 그것은 갈수록 통제불능 상태로 범람하고 있는 영어 남발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수출에 주력하는 개인기업도 아니고 국가가 경영관리하는국철에 왜 굳이 ‘KTX‘라고 외국어를 붙이는가. 외국인들이편하라고? 외국 사람들이 몇이나 타는가. 글로벌 시대에 맞춰서? 이 열차가 파리나 뉴욕까지 달리는가? 영어 남발은 김영삼 정권의 영어 조기교육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 단지들이 국적 불명의 뜻 모를 외국어 명칭들을 경쟁적으로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 P140

우리는 왜 국가적으로 이런 조처를 취하지 못하는가. 영어간판을 쓰되 위에는 반드시 한글로 쓰고, 아래에는 영어를 쓰게 하는 방법 말이다. 이것은 쇄국이 아니다. 그건 국가적 존엄성과 국민적 자주성을 스스로 지키는 일인 것이다. 이 나라의 이 정신없는 영어 범람 현상을 미국 사람들은 뭐라고 하며바라볼까 고마워할까, 기특하다고 할까, 스스로 문화식민지가 되려고 허둥거리는 꼴을 보며 불쌍해하고 경멸할까. - P141

소설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제시라고. 아마 작가는 독자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그 답은 역사에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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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 (Paperback) - 『트러스트』원서
Hernan Diaz / Penguin Random House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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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오랜만에 장편 소설을 읽으며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호사를 누렸다. 빨리 읽고 싶어서 잠드는 시간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난 스포일러나 티저 없이 책을 읽는 것을 즐기고 단편 보다 장편 소설을 선호한다. 분명 목차를 보면 네 명의 작가가 쓴 단편 소설을 묶은 것 처럼 되어있다. 이해가 안되어 읽으면서 겉 표지 작가와 목차 속 작가를 얼마나 많이 넘겨 보았는지 모른다. 전체 흐름을 이렇게 뒤 늦게 깨닫고 짐작도 할 수 없어서 계속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추리 소설 형식을 빌린 것도 독자를 긴장시키는 묘미라 하겠다.

나의 이해력에 혼란을 준 것 외에 또다른 묘미는 영어가 너무 너무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고난도 어휘도 있었지만 현학적이라는 느낌보다 세련되고 정제된 절제미에 압도되어 수 많은 인생 문장을 건질 수 있었다. 언어의 채석강에서 옥석을 구분하느라 땀흘린 작가의 노력을 읽으며, 수려한 문장을 마음의 양식으로 삼을 수 있음에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내적인 정서와 심상을 언어, 노래, 그림 등의 다양한 외적 수단을 통해 표현하고 독자들이 이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축복인 것 같다. 언어와 동행하며 명불허전의 대어를 낚는 작가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다.

수려한 언어와 문체에 매료된 것 외에 이 책의 독특한 구성은 나의 이해력에 큰 도전과 흥미를 주었다. 끝까지 결말이 어떻게 날지 예상할 수가 없어서 기대가 너무 컸기에 책을 내려 놓고 야간의 실망감이 동반되었는지도 모른다. 1부(Bonds)가 끝났을 때도 약간 허무했고, 2부(My life)를 읽을 때는 여전히 미궁이여서 엉뚱한 곳으로 결론을 짓고 있었다. 난 책에서 항상 교훈을 건지려는 고지식한 면이 있는 것 같다. 2부에서 개인의 자산이 공공 선에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3번 이상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난 이것이 책의 주제일거라 추측하며 읽었고 부에 대한 신선한 개념을 정립하게 되었다고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나, 3부에서 부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 준다. 돈은 허상이지만 모든 것의 중심에 있고 실제로 모든 것이기도 하다는 표현이 있다. 자신은 공공 선에 기여한 삶을 살아 왔다고 굳게 믿으며 자신의 부는 국익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했다고 확신하는 주인공은 또 다시 부를 이용하고 비서를 뽑아 그녀를 통해 새로운 자서전을 작성하여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다. 외적으로 보여지는 삶과 자신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서 어느 것이 진정한 나인지는 결국 4부에서 밝혀지는 것 같다.

4부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 생활과 외로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외적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결혼 생활 이면에 좁혀지지 않았던 외로움의 거리가 있었고, 두 사람 사이의 정신적 거리는 결국 삶의 일부가 되었다. 불황기에 이루었던 선견지명을 통한 금융업계의 탁월한 성공은 아내의 도움 때문이었다. 사기와 조작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세상의 눈을 가리기 위해 자선사업에 매달린 것일까? 부에 대한 지칠줄 모르는 욕심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도 자신은 공공 선에 기여하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주인공에 나는 큰 배신감을 느꼈다.

사람들은 승리의 능동적 주체이지만 패배의 수동적 객체( active subjects of our victories but also the passive objects of our defeats)가 된다고 했다. 금융업계에서 그가 거둔 승리와 쾌거는 자신의 총명함과 직관의 결과이고 사회의 비난과 중상 모략은 왜곡된 것이어서 자서전을 통해 공공 선에 기여한 자신을 모습을 증명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인간의 악함을 읽었다. 아내의 고민과 외로움에 상관없이 그녀는 평생 자선 사업을 하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노라 굳게 믿고 있는 그를 통해 인간의 교만함을 읽었다.

물질적 풍요의 선물은 권태감(ennui)일까?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도덕적 불편함(moral discomfort)이 필요한 것일까? 그래서 자선 사업과 봉사를 권장하는 것일까? 결국 물질과 공공 선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가? 또한 이 책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사람의 믿음(Trust)은 어디까지 신뢰할만한가? 주인공의 부와 결혼 생활은 자신이 믿고 있는 것, 아내가 믿는 것, 비서가 믿는 것,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다르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나에 대한 신념이 또 얼마나 틀릴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남들이 나를 바라보고 또 나에 대해 믿고 있는 것이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내가 틀린 것을 나의 신념처럼 확고하게 믿고 있을까봐 두렵다. 결국 인간은 자신에 대해서조차 잘 알지 못하는 이리 나약한 존재인가? 아님 알면서 자기 부인을 하지 못하는 악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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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 (Paperback) - 『트러스트』원서
Hernan Diaz / Penguin Random House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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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one was that the ideal conditions for business were never given. One had to create them.

And his second and main discovery was that self-interest, if properly directed, need not be divorced from the common good, as all the transactions he conducted throughout his life eloquently show.

These two principles (we make our own weather; personal gain oughtto be a public asset) I have always striven to follow. - P140

again he proved that personal profit and the common good were not at odds with each other but could become, incapable hands, two sides of the same coin. - P146

She was too fragile, too good for this world and slipped away from it much too soon. Words are not enough to say how dearly I miss her. The greatest gift I have ever received was my time by her side.
She saved me. There is no other way to put it. She saved me with her humanity and her warmth. Saved me with her love of beauty and herkindness. Saved me by making a home for me. - P158

It is hard work to give money away. It requires a great deal of planning and strategizing. If not managed properly, philanthropy can both harm the giver and spoil the receiver. Expand. Generosity is the mother of ingratitude. - P167

My actions safeguarded American industry and business. I protected our economy from unethical operators and destroyers of confidence. I also shielded free enterprise from the dictatorialthe Federal Government. Did I turn a profit from these actions? No doubt. But so will, in the long run, our nation, freed from both market piracy and state intervention. - P185

No one besides me would ever notice this connection, of course. Still, these encrypted and often involuntary allusions have fueled my work from thevery start. So again, in an imprecise way, I believed for all these years that if I tapped into that spring directly it would be contaminated or even dry out. But now, at seventy, it is different. Now I feel strong enough.

And this is why I find myself facing these implausibly open doors on thisfall morning. To revisit the place where I became a writer. To look for theanswers to the enigmas I thought had to be left unresolved so they could feedmy work. And to finally meet, even if it is only through her papers, Mildred Bevel. - P197

This was at the center of his business practice. "A selfish hand has a short country. This, Bevel insisted,
reach," he would often say. Or, "Profit and common good are but two sides of the same coin." Or, "Our prosperity is proof of our virtue." Wealth had, for him, an almost transcendental dimension. Nowhere was this clearer than in his legendary string of triumphs of 1926, he often repeated. While geared toward profit, his actions had invariably had the nation‘s best interest at heart. Business was a form of patriotism. As a consequence, his private life had become, increasingly, one with the life of the nation. - P275

They are, for the most part, thank-you letters. Musicians from all over the country thanking her for pianos, violoncellos and violins; conductors from small towns thanking her for the instruments and funding for their orchestras; mayors and congressmen thanking her for alibrary branch; a letter from Governor Al Smith thanking her for the wingfor the humanities at 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Troy.

There is a shift in content in some letters after the 1929 crash. In addition to all her cultural patronage it is clear that she has been involved in helpingthose who lost everything during the crisis. Her emphasis is now on housingand on loans to businesses. The owners of factories, stores and farms write tolet her know how much the aid received has done for them and their commu-nities. But these letters are outnumbered by a renewed outpour of gratitude from the same kind of beneficiaries she favored in the past - libraries, musical institutions, universities. - P302

"True idealists, in contrast, care about the welfare of others above and especially against their own interests. If you enjoy your work or profit from it, how can you be sure you‘re truly doing it for others and not yourself?
Abnegation is the only road that leads to the greater good. - P334

Despite everything, I had consistently chosen to respect and look upto him. Only now did I realize how active and conscious that choice had been.

Year after Ihad made up for his shortcomings. Helped him be my parent. AndI had loved our hard, complicated life. And I had loved him for his dim yet unbending principles and passions and for his wild notions of freedom and independence. But now I had to find a way to love a new, still shapeless idea of him. - P343

Some journals are kept with the unspoken hope that they will be discovered long after the diarist‘s death, the fossil of an extinct species of one.

Others thrive on the belief that the only time each evanescent word will be read is as it‘s being written. And others yet address the writer‘s future self:

one‘s testament to be opened at one‘s resurrection. They declare, respectively, "I was," "I am," "I‘ll be."

Over the years, my diary has drifted from one of these categories tot he next and then back. It still does, even if my future is shallow. - P375

"Imagine the relief of finding out that one is not the one one thought one was"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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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Things Like These : Shortlisted for the Booker Prize 2022 (Paperback, Main) - 『이처럼 사소한 것들』원서
Claire Keegan / Faber & Faber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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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큰 울림이 있는 책을 만나니 누군가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 같다. 어제 늦게까지 읽다가 살짝 피곤했는데 마지막 페이지가 너무 큰 감동이 되어 잠이 확 깨면서 흥분 상태가 되어 잠을 설치기도 했다. 갑자기 J.K.Rowling의 명언이 떠올랐다. “If you don’t like to read, you haven’t found the right book.” 역시나, 심금을 울리는 좋은 책을 만나면 아니 읽을 수 없고 지루할 수가 없다.

이 책은 허구이지만 가슴 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 고발 소설이다. 아일랜드 Magdalen Laundry를 검색하면 믿을 수 없는 과거의 흑역사를 알 수가 있다. 18세기에 자행되었는데 최근까지 지속되었고, 정부가 알면서 묵인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사랑과 자비를 실천해야 하는 수녀원과 교회가 한 통속이 되어 3만명 이상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고 몇 백명의 여자 아이들이 죽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 악하게 만드는 것일까? 난 철없을 때 성선설을 믿었지만 이제는 원죄설을 믿는다. 상상하기 힘든 아일랜드의 암울한 이 역사가 바로 인간이 얼마나 악하고 가증스러운지 말해 주지 않나 싶다. 이 사건이 수녀원에서 일어났다는 것 때문에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인공 아내 Eileen은 불편한 심기를 참지 못하는 남편에게 묵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있어야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고 한다. 즉, 자신의 자녀가 아니니 눈을 감으라고 조언한다. 마을 사람들도 소문으로 수녀원에서의 악행을 알고 있었지만 간과하며 모두 공범이 된 셈이다.

한 쪽 눈을 쉽게 감고, 한 쪽 귀를 잘 닫는 보통 사람과 다른 여린 심성의 주인공 Bill Furlong이 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하며 눈 뜨자마자 일터로 달려가는 그에게 아내와 다섯명의 딸들은 소중한 자산이고 살아가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문득 문득,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공허감도 느끼곤 했다. 크리스마스는 사람들 안에 있는 최상의 것과 최악의 것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사실인 것 같다.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에도 풍요의 건너편에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더 많이 느끼는 그늘이 존재하지 않는가?

크리스마스에 수녀원으로 석탄 배달을 갔다가 고통을 호소하는 어린 소녀를 도와주지 못하고 돌아선 주인공은 자신의 위선에 실망감을 느끼고 결국엔 다시 발길을 돌려 그녀를 구출해 온다. 무엇이 그를 용감하게 했을까? 삶의 재정적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기에 아내가 눈 감으라고 하지 않았는가? 마을 사람들, 심지어 신부님도 악행을 알고 있지만 묵인했기에, 소녀를 구출한 그는 앞으로 더 큰 것과 싸워야 한다. 최악의 것이 아직 그에게 오직 않았다(The worst is yet to come.)는걸 알면서 과감한 행동을 한다. 그런 그는 완전 새롭고 감지하기 어려운 기쁨이 가슴 속에서 샘솟는걸 느낀다. 자신만을 위해 살아갈 땐 느끼지 못하던 뜨거움이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동력은 불우한 시절에 Mrs Wilson이 그에게 보여주고 행했던 작은 것들 때문이었다. 그런 작은 친절이 없었다면 그 역시 수녀원의 소녀들 처럼 착취당하며 살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베푼 것들은 작은 것들(책 제목: 이와 같이 작은 것들)이었으나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기에, 그 역시 소녀를 간과할 수 없다는 양심의 소리가 있지 않았나 한다. 일상의 작은 친절은 결코 작지 않은 큰 일을 만들어 갈 때가 매우 많은 것 같다. 누군가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지 않는가?

마지막 큰 울림을 준 문장은 오래 오래 곱씹으며 나를 돌아보게 하는 명언이 될 것 같다.

“서로 돕지 않고 살아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단 한번이라도 용기내어 도전하지 않고, 몇 년을, 몇 십 년을, 평생을 살아가면서 거울 속 자신을 보면서 기독교인이라 부를 수 있는가”
“Was there any point in being alive without helping one another? Was it possible to carry on along through all the years, the decades, through an entire life, without once being brave enough to go against what was there and yet call yourself a Christian, and face yourself in the mirror?” P.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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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설교에서 목사님을 통해 이 책의 저자 찰스 스펄전이 ’설교의 황태자’라 불리셨다는걸 듣고 이 책을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작년부터 전도하고 싶은 지인들이 너무 많아 계속 기도 중이라 방법을 알고 싶기도 했다. 다 읽고 나니 목사님의 뜨거운 열기가 내게도 전해지는 느낌이고 왜 그렇게 강렬한 영적 부흥이 영국에서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난 하나님과 뜨거운 사랑을 시작한지 채 2년도 안되었지만 새벽마다 영혼 구원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 그럼에도 아직 제대로 한 명도 인도하지 못함에 자책감이 들어서 이 책이 더 내 시선을 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초반부는 예비 목회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 초신자인 나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아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영혼 구원을 향한 목사님의 강렬한 메세지는 잘 느낄 수가 있었다. 언제 어느 설교를 하든, 항상 예수님과 연결시켜 마무리를 하고 항상 예수님만 드러나는 설교를 해야한다는걸 읽으며 평소 답답했던 내용이 이해가 되었다. 주일 설교를 항상 메모하며 집중하는데, 몇 번은 분명히 예수님이 등장하지 않으셨는데(예를 들어, 구약 설교) 항상 마무리를 예수님의 십자가로 끝나셔서 설교가 갑자기 전환되어 내가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해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아마도 담임 목사님도 찰스 스펄전 목사님의 조언을 참고했거나 의견을 같이 했을 수도.

후반부 야고보서 5:19-20절을 인용한 말씀도 역시나 강렬하다. 야고보서는 전체 서신 중 가장 실용적이라고 하셨다. 즉, 형제 중에 미혹되어 진리에서 벗어난 자가 회개하여 돌아오게 한 자는 영혼을 사망에서 구원한 자요 허다한 죄를 덮는자라는 구절을 인용하여 탕자를 인도하여 돌아오게 하는 것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믿지 않는 영혼 구원도 물론 중요한데, 믿다가 미혹되어 떠난 자, 즉, 탕자들을 구원할 경우 2가지 혜택을 주신다는 것이다. 죽음의 길에서 구원하는 것과 허다한 죄를 다 덮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얼마나 감사한 특권인가?

그렇게 뜨거운 불같은 설교로 엄청난 부흥을 일으키신 목사님도 우울증에 시달리셨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그런 우울감도 감사의 조건이라고 하셨다. 즉 본인이 우울증을 겪어 보셨기에 신성한 민감성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성도들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할 수 있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무서운 영적 우울감 때문에 하나님께 더 매달리고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일까? 전적으로 나를 맡기고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안정적인 기쁨인가? 내가 약할 때 강함이 되시는 분이 아니던가? 약함 조차 감사의 조건으로 고개 숙이라 하신다. 이만큼 영혼 구원은 엄청난 사역이고 커다란 책임인 것이다.

마지막 Sunday School teacher/ Sabbath School teacher는 그야말로 나를 위해 준비하신 내용이었다. 내가 올해 처음으로 주일학교 교사를 지원하고 마침 1월 말에 수련회까지 있어서 1월엔 거의 주일 학교만 생각하며 보냈다. 사실 난 나의 손길이 꼭 필요한 곳에 서고 싶었는데 막상 자원하니,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 자리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란 생각에 매우 우울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또 생각이 달라진다. 경건한 성경 구절, 복음을 잘 가르치고 그들을 위해 항상 기도해야 할것이다. 또한 미혹의 길로 가지 않도록 예방적 차원에서 어린 양들을 잘 인도해야하는 엄청난 책임이 내 어깨 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월 내내 우울했던 나를 위해 이 책을 준비하신 것일까? 작년부터 계속 기도했던 지인들 전도도 잘 안되고 처음 지원했던 주일 학교 교사 자리도 내 마음을 무겁게 하던 차에, 이 책은 마치 영혼 구원이 아니면 차라리 나에게 죽음을 달라고 외치라는 것 같았다. 나에게 간절함이 부족했는가? 기도가 부족했는가? 하나님의 열심에 나의 열심을 더한 것이 아닌가? 자책감으로 시달리던 차에 불같은 책을 읽으니 더 책임감이 무거워진다. 작은 자 중의 작은 자인 내가 쓰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주심에 감사하자. 쉬지 않고 성경을 읽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가르치면서 더 좋은 방법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는 특권을 허락하시길 기도하자.

“And He saith unto them, Follow me, and I will make you fishers of men.” Matthew 4:19

“Brethren, if any of you do err from the truth, and one convert him; let him know, that he which converted the sinner from the error of his way shall save from death and shall hide a multitude of sins.” James 5: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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