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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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유전자가 인간과 절반 이상 비슷한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통해 우리가 사는 지구별 생명체들의 발생과 유전, 진화, 그리고 죽음의 비밀을 파헤쳐 온 생물학자인 저자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에서 박사후연구원, 연세대 생물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에서 연구팀을 이끌며 세계 최초로 세포노화시계를 되돌리는 특정 DNA 부위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 활동 외에도 대중강연을 통해 생물학 최신 이슈와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는 저자가 쓴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을 보겠습니다.



새로운 생명현상을 만났을 때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현상이 '어떻게 일어났는가'와 '왜 일어났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비밀을 풀어줄 두 가지 질문입니다. '어떻게 일어났는가'라는 지문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누구에 의해 어떤 순서로 일어나느냐에 통합니다. 이것이 '기전 연구'입니다. '왜 일어났는가'는 진화와 연결됩니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은 존재들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채택한 또는 버리지 않은 수많은 생명현상의 조각들은 다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진화의 과정에서 적응하며 자연선택된 것입니다. 아무런 의미 없이 일어나는 생명현상은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새로운 생명현상을 마주했을 때 위의 두 가지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수정란은 하나의 개체를 온전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의 수정란에서 서로 다른 세포들이 만들어지는가?' 바로 이것이 발생학을 만들어낸 질문이자 발생학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은 다 자라서 성충이 되면 959개의 체세포를 갖게 되며 그중 생식기를 만드는 세포는 22개입니다. 유전자에는 발생뿐 아니라 노화와 세포사멸 등도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존 설스턴은 예쁜꼬마선충의 모든 세포를 추적 관찰해 죽는 것밖에 없는 세포가 131개나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그 세포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예쁜꼬마선충 발생에 필요한 유전자, 사멸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연구를 통해 코로나 백신도 만들어낼 수 있었고, 인간 노화를 막는 연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대 생물학은 왓슨과 크릭이 작성한 이 논문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논문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우리가 가정한'이라는 표현입니다. 그들은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본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가정해야 설명이 가능하다며 자신들이 세운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즉 DNA가 특이한 모양으로 짝을 이룬다고 추측한 것입니다. 이 그림이 유전자 복제를 의미했고, 돌연변이가 나타나며 새로운 형질도 탄생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지구상에서 종 다양성을 볼 수 있습니다.




30년간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한 생물학자인 저자가 풀어주는 생물학은 놀랍도록 재미있습니다. 일반인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던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해서 그동안 노벨상을 세 번이나 받았습니다. 첫 번째 노벨상으로 인해 세포가 죽는 이유가 죽기로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고, 두 번째 노벨상으로 인해 RNA 간섭 현상을 밝혀내 항암 치료제나 살충제 개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노벨상으로 인해 녹색 형광 단백질을 발견해 유전자 연구에 좋은 표지가 되고 상업적으로 형광 물고기도 만들었습니다. 연구에 초파리나 생쥐를 사용한다는 것은 들었지만, 지렁이처럼 징그럽게 생긴 길이 1mm의 이 선형동물이 생물학에서 이렇게나 중요한 역할을 하다니 정말 놀라웠습니다. 정말 책 제목 그대로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입니다. 예쁜꼬마선충으로 인간의 노화도 연구하고 있다니, 불로불사로 그려지는 미래의 모습이 예쁜꼬마선충 덕분이라고 말할 날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아주 작은 몸으로 놀라운 일들을 하는 예쁜꼬마선충은 저자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주당'이라고 이름 붙인 알코올에 내성을 갖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그것입니다. 또 다른 한국 박사가 붙인 '네모'와 '오래살아'란 돌연변이 유전자도 책에 소개되었는데, 이름만 들어도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 알겠고, 한국 이름을 보니 더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한국 이름이 더 많이 붙을 과학계를 기다리며, 그들의 연구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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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11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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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라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에는 출판사에 들어가 호러와 미스터리에 관련된 다양한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1994년 단편소설로 데뷔해 2001년 첫 장편소설 "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2010년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으로 제10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으며, 지금은 '미쓰라 월드'라 불리는 특유의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한국 출간 10년을 맞아 새 옷을 입고 본문 또한 시대에 맞게 다듬은 <일곱 명의 술래잡기>를 보겠습니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18년 동안 '생명의 전화'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누메타 야에는 어린아이가 놀이를 하는 것 같은 아주 기분 나쁜 목소리로 '다~레마가 죽~였다...'란 말을 수화기 너머로 듣습니다. 어린아이의 장난이라 생각해 이것저것 물었으나 곧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는 앞선 목소리를 모르는 눈치입니다. 야에는 혼선이 되었을 거라 얼버무리고, 남자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월요일부터 옛 친구들 5명에게 전화를 걸어 받으면 자살을 미루는 시험을 하고 있었답니다. 일주일간 계속해서 살아남게 되면 다시 힘을 내자면서요. 친구가 5명뿐이라 난처해진 남자는 토요일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구들과의 통화에서 친구들의 근황을 묻고, 자신의 힘든 상황을 얘기하며 어릴 적 추억의 장소에 있다고 말했답니다. 그러자 모두가 그 장소를 알았고 야에도 그 동네에 살았던 터라 어디인지 알았습니다. 남자와의 통화를 끊고 야에는 정신보건 복지센터에 도움을 청해 다음날 전화를 걸 시간에 그 장소에서 남자를 만나 설득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직원 도키와 요시미츠와 마쿠마 과장이 함께했으나 남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야미 고이치는 호러 미스터리 작가로 '일곱 명의 술래잡기'란 제목으로 작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형사가 집에 왔고 고이치는 다몬 에이스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는지 물어봅니다. 초등학교 동창인 다몬에게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전화가 오는데, 지난주 금요일 밤에 자기의 상황을 얘기하면서 정서가 불안해 보였답니다. 고이치의 이야기를 들은 형사는 신사의 경내와 절벽 아래를 조사해 보니 뭔가 커다란 것이 절벽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흔적이 발견되었고, 그 아래에 있던 바위 위에 혈흔이 있었으며, 가까운 수풀 속에 뭔가를 끌고 간 듯한 흔적이 발견되었답니다. 시체를 발견하진 못했으나 흔적들로 미뤄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높아 수사 중이라고 합니다.

다몬이 있는 장소는 통화를 한 친구들만 아는 외진 곳이라 범인이 있다면 전화를 건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와중에 다몬이 전화를 건 친구들이 하나둘씩 죽기 시작합니다. 누가 범인이고, 무엇 때문에 다몬의 친구들을 죽이기 시작했는지, 봉인된 기억의 진실은 무엇인지, <일곱 명의 술래잡기>에서 확인하세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어릴 때 누구나 한번은 해본 놀이입니다. 술래가 되어 한 팔에 눈을 감고 붙인 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동안 나머지는 시작 자리에서 술래가 있는 곳까지 움직입니다. 술래가 다 외치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움직이는 사람은 술래의 손을 잡고 나머지가 끊어줄 때까지 대기해야 합니다. 이 놀이와 똑같은 '다루마가 굴렀다'가 <일곱 명의 술래잡기>에 등장합니다. 역시 어렸을 때 하는 놀이는 나라를 불문하고 비슷한가 봅니다. 친구들과 함께 한 이 놀이를, 즐거운 추억으로 슬며시 미소가 나올 이 놀이를, 이 책에선 오싹하게 묘사합니다. 술래를 포함해 함께 한 친구는 6명인데, 어느 순간 1명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시작된 공포 게임은 "오징어 게임"처럼 공포스러워집니다. 많아진 1명은 누구이며, 6명을 봉인한 어릴 적 기억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 비밀에 다가갈수록 무섭게 다가옵니다. 왜 '미쓰다 월드'란 말이 있는지 저자의 작품을 읽을수록 더욱 공감을 하게 됩니다. 호러와 미스터리를 융합해 호러 미스터리란 장르를 표지부터 내용까지 이보다 더 찰떡으로 소화할 수가 없습니다. 진정 무서운 것은 괴물이 아니라 일상 속 평범한 것인 만큼, 친구들과 밥 먹는 시간도 잊을 만큼 재미있게 놀아서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놀이가 무서울 수도 있다니, 어릴 때의 기억을 나도 모르게 다시 더듬게 만드는 <일곱 명의 술래잡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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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문장들 - 10년 차 카피라이터의 인생의 방향이 되어준 문장
오하림 지음 / 샘터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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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좋아 카피라이터가 된 저자는 TBWA KOREA에서 가장 오랜 카피라이터 생활을 지낸 후 지금은 29CM의 유일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 자신의 감정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한 문장들을 모으는 걸 좋아하며 세상을 떠다니는 문장을 붙잡고 살아가는 저자가 선보인 <나를 움직인 문장들>을 보겠습니다.



나의 '자존'을 만드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자존에 타인은 필요 없습니다. 내가 아는 나만의 완성도를 쌓아나가는 행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은 알기에 최선을 다하는 그 행위,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50년간 15만 명을 돌본 정신과 의사가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라는 것을 알았답니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순간이 와주면 고맙겠지만 그것을 기대하며 살면 결국엔 실망 가득한 삶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기대는 내가 이룰 수 없으나 오늘 만나는 사람, 점심과 저녁의 메뉴, 상대에게 얼마나 반갑게 인사할지 정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소함은 그저 하면 됩니다. 그저 하면 되는 사소함이 모여 매일이, 일주일이, 1년이, 평생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지킨 그 사소한 즐거움이 언젠가 무너진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고 그저 하는 수밖에요.

'정의'란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이국종 교수의 말. 그 말과 비슷한 말은 '일상'일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약속을 모두가 지켜줬기 때문에 어제와 같은 오늘이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을 해내는 것이 정의라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멋지게 살고 있습니다. 잘 지켜봤자 최대치는 평범한 일상이라 그동안 모르고 살았을 뿐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모두가 지킨 정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실패 지점'. 해석에 따라 이 실패는 한계가 되기도,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실패를 극복해 더 높은 실패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니. 운동이란 것은 매번 자신의 체력을 극한까지 도달해 한계를 맛봐야 끝이 납니다. 운동을 중도에 포기하는 이유가 매번 경험하는 그 실패의 맛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가 단지 실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운동은 재미있어집니다.




카피라이터는 자신이 쓴 글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광고, 포스터 등에 그래픽 광고, TV CM, 라디오 CM, 웹 사이트와 배너 광고 등에 사용하는 문구를 쓰며, 그 중에는 아직까지 우리들 기억 속에 남는 문구들이 있습니다. <나를 움직인 문장들>은 10년 차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20살부터 문장을 모으는 습관이 있었고, 모아둔 문장들을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에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생일에 모은 문장을 엮어 책 형태로 제본해 친구들에게 주었답니다. 그리고 이 선물은 우연한 기회로 편집자를 만나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모은 문장들은 명언과는 다릅니다. 위인이 아니라 연예인, 직업인, 또는 일반 사람이 말한 문장에서 감정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만든 것들입니다. 그렇게 평범한 말이 더 값지게 다가오고,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에 오래동안 울림으로 남습니다. 저자의 문장을 모으는 좋은 습관처럼 나도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다가온 문장들을 한곳에 모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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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한상원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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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마르크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앙겔로스 노부스의 시선: 아우구스티누스, 맑스, 벤야민. 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과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가 있으며, 다양한 역서와 여러 책을 공저했습니다. 그럼, 현대 사회·정치철학의 여러 주제들을 연구하는 저자의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보겠습니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지금의 작센 안할트주의 도시 뤼첸에 속해 있는 뢰켄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목사 집안의 맏아들로 1844년 10월 15일에 태어났습니다. 1864년 본 대학에 입학하여 개신교 신학, 고전 문헌학, 예술사를 공부했으며 바젤대학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를 대표하는 첫 철학 저작인 "비극의 탄생"은 1872년에 출간되었는데, 고전문헌학에서 출발해 바그너의 음악과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영향을 받은 그의 고유한 관점이 최초로 정립된 저작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아직 젊었던 니체이지만 그의 육체는 점점 병들어갔고, 교수직을 그만두고 요양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철학적 저술을 이어갔으며 1883년 여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1, 2, 3부를 집필하고, 1884년 마지막 4부를 완성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최후의 저작을 완성했다 생각했고, 이를 통해 그의 철학적 과제가 완수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니체의 건강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되어 1900년 8월 25일 사망했습니다.


니체가 생애 내내 다루었던 것은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정신이 천착해온 과정을 전복하고 해체하는 일이었습니다. 니체는 기독교의 전승 이래 내려오는 선과 악, 본질과 현상, 실체와 속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체계에 반대하면서,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긍정하는 철학을 제시합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는 이런 니체의 철학적 관점을 분명하기 하기 위해 서구 기독교 전통이 라이벌로 생각해 투쟁해왔던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차라투스트라를 화자로 빌려옵니다. 


이 책과 더불어 함께 볼 책을 5권 더 소개합니다.



니체는 우리에게 지금 자신의 현재 모습을 긍정하라고 말합니다. 현존의 긍정, 운명애 같은 개념은 니체의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사상입니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더욱 알맞는 사상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 자신의 현존을 긍정한다는 것은 결코 지금 나의 모든 모습에 대해 인정하고 용납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한 자기 긍정은 자기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기인하는 것이기에, 자기 자신에 대한 건강한 경멸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 자신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고, 모든 부조리한 사회 제도에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저항하는 삶, 노예이길 거부하는 삶 속에서 다른 이와 연대하면서 보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게임, SNS, TV에 매몰된 나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고,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는 것을 깨우치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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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사토 기와무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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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4년 사토 노리카즈라는 이름으로 "사디우스의 사신"이 제47회 군조신인문학상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데뷔했습니다. 2016년 "QJKJQ"로 제62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Ank : a mirroring ape"로 제2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 및 제39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2021년 "테스카틀리포카"로 제16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저자의 최신작인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을 보겠습니다.



두 번째 '젤리 워커'는 크리처 조형으로 인기를 얻은 피트 스타닉의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인간-동물 키메라는 옛날부터 금지되고, 규제를 받았지만, 동물-동물 키메라는 농업 등에 활용한 첨단 연구에 지장이 생겨 규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곤충 테러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곤충을 포함한 모든 동물 간 키메라 실험을 국가가 규제한 상황에 스타닉의 친구 가드너가 취미로 주머니 고양이와 태즈메이니아 데빌을 합성해 동물을 만들었습니다. 스타닉은 가드너의 말을 듣고 흥미가 생겨 자신도 실험에 동참합니다. 다양한 생물의 DNA와 배아줄기세포를 판매하는 흔적이 남지 않는 다크 웹에서 척추동물에 무척추동물의 신체적 특징을 융합하는 제초제 케니텍스가 등장했습니다. 타조 수정란의 전핵에 황제전갈 DNA 용액을 주입했더니 새끼 타조의 머리에서 전갈 같은 외피를 가진 키메라가 알에서 깨어났습니다. 무명 CG 크리에이터인 스타닉은 만든 키메라를 힌트 삼아 크리처를 만들었고, 영화에 등장에 큰 흥행이 되었습니다.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그는 번 돈으로 거대한 사유지에 집을 지어 지하에 키메라 사육장과 연구실을 만듭니다.

일곱 번째 '93식'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인 뉴기니섬에서 귀환한 오노 헤이타의 이야기입니다. 국가 총동원으로 전쟁에 나섰지만 장대한 목표는 허무하게 무너져내렸고, 공습은 건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도 불태웠습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눈에 생기가 없었고 마치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어두침침한 침묵 속에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지금 일본에 일거리는 점령군에게 고용되거나 암시장에서 일하는 것뿐입니다. 오노는 패전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서로 총부리를 겨눈 자들 밑에서 일하고, 그들에게 돈을 받아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마음이 생기지 않아 다른 일로 입에 풀칠을 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형편입니다. 헌책방에서 아버지 책장에서 읽었던 헤이본샤에서 간행된 에도가와 란포 전집 2권을 발견합니다.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책을 조심스럽게 넘기자 아버지와의 추억이 되살아나며 이 책을 사야겠다 결심합니다. 주인에게 조만간 선금을 구하겠다며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점령군 요원을 모집한다는 건물로 갑니다. 요코하마로 가서 들개 사냥을 하는 일로 차를 타고 표찰을 보여주면 된답니다.

다른 여섯 가지 이야기는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에서 확인하세요.




양자역학을 작품에 녹여낸 제목이기도 한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표지에 나온 정체 모를 크리처가 등장하는 '젤리 워커', 너무나 가난해서 불쌍하게 느껴지는 야쿠자들의 해프닝을 그린 '시빌 라이츠', 어느 지방 괴담의 실체를 알아보는 '원숭이인간 마구라', 연쇄 살인범의 미술품을 수집하는 남자의 반전을 보여주는 '스마일 헤드', 취재했으나 비공개가 된 미국 퇴직 형사의 기사 '보일드 옥토퍼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으로 돌아온 병사의 끔찍한 이야기 '93식', 운이 없는 한 도장공이 겪은 '못'까지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에는 8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보통 한 작가의 작품을 모은 단편집은 미스터리나, 추리처럼 한 장르가 진행되는데, 이 책은 미스터리, SF, 도시 전설, 괴물로 다양한 장르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소재도 신선하고, 상상했던 반전이 있어 살짝 실망했는데, 거기에 또 반전을 주어 독자들을 놀라게 합니다. 또한 당시의 현실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공허함으로 "인간실격"이 떠오르게 하는 작품도 있고, 외국에서 당할 수 있는 인종차별을 심하게 보여주어 차별의 무서움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번 열면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띠지의 문구에 공감하게 되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한 번 열었으니, 계속 매료된 채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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