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인 문장들 - 10년 차 카피라이터의 인생의 방향이 되어준 문장
오하림 지음 / 샘터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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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좋아 카피라이터가 된 저자는 TBWA KOREA에서 가장 오랜 카피라이터 생활을 지낸 후 지금은 29CM의 유일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 자신의 감정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한 문장들을 모으는 걸 좋아하며 세상을 떠다니는 문장을 붙잡고 살아가는 저자가 선보인 <나를 움직인 문장들>을 보겠습니다.



나의 '자존'을 만드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자존에 타인은 필요 없습니다. 내가 아는 나만의 완성도를 쌓아나가는 행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은 알기에 최선을 다하는 그 행위,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50년간 15만 명을 돌본 정신과 의사가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라는 것을 알았답니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순간이 와주면 고맙겠지만 그것을 기대하며 살면 결국엔 실망 가득한 삶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기대는 내가 이룰 수 없으나 오늘 만나는 사람, 점심과 저녁의 메뉴, 상대에게 얼마나 반갑게 인사할지 정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소함은 그저 하면 됩니다. 그저 하면 되는 사소함이 모여 매일이, 일주일이, 1년이, 평생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지킨 그 사소한 즐거움이 언젠가 무너진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고 그저 하는 수밖에요.

'정의'란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이국종 교수의 말. 그 말과 비슷한 말은 '일상'일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약속을 모두가 지켜줬기 때문에 어제와 같은 오늘이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을 해내는 것이 정의라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멋지게 살고 있습니다. 잘 지켜봤자 최대치는 평범한 일상이라 그동안 모르고 살았을 뿐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모두가 지킨 정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실패 지점'. 해석에 따라 이 실패는 한계가 되기도,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실패를 극복해 더 높은 실패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니. 운동이란 것은 매번 자신의 체력을 극한까지 도달해 한계를 맛봐야 끝이 납니다. 운동을 중도에 포기하는 이유가 매번 경험하는 그 실패의 맛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가 단지 실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운동은 재미있어집니다.




카피라이터는 자신이 쓴 글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광고, 포스터 등에 그래픽 광고, TV CM, 라디오 CM, 웹 사이트와 배너 광고 등에 사용하는 문구를 쓰며, 그 중에는 아직까지 우리들 기억 속에 남는 문구들이 있습니다. <나를 움직인 문장들>은 10년 차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20살부터 문장을 모으는 습관이 있었고, 모아둔 문장들을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에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생일에 모은 문장을 엮어 책 형태로 제본해 친구들에게 주었답니다. 그리고 이 선물은 우연한 기회로 편집자를 만나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모은 문장들은 명언과는 다릅니다. 위인이 아니라 연예인, 직업인, 또는 일반 사람이 말한 문장에서 감정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만든 것들입니다. 그렇게 평범한 말이 더 값지게 다가오고,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에 오래동안 울림으로 남습니다. 저자의 문장을 모으는 좋은 습관처럼 나도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다가온 문장들을 한곳에 모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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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한상원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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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마르크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앙겔로스 노부스의 시선: 아우구스티누스, 맑스, 벤야민. 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과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가 있으며, 다양한 역서와 여러 책을 공저했습니다. 그럼, 현대 사회·정치철학의 여러 주제들을 연구하는 저자의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보겠습니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지금의 작센 안할트주의 도시 뤼첸에 속해 있는 뢰켄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목사 집안의 맏아들로 1844년 10월 15일에 태어났습니다. 1864년 본 대학에 입학하여 개신교 신학, 고전 문헌학, 예술사를 공부했으며 바젤대학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를 대표하는 첫 철학 저작인 "비극의 탄생"은 1872년에 출간되었는데, 고전문헌학에서 출발해 바그너의 음악과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영향을 받은 그의 고유한 관점이 최초로 정립된 저작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아직 젊었던 니체이지만 그의 육체는 점점 병들어갔고, 교수직을 그만두고 요양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철학적 저술을 이어갔으며 1883년 여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1, 2, 3부를 집필하고, 1884년 마지막 4부를 완성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최후의 저작을 완성했다 생각했고, 이를 통해 그의 철학적 과제가 완수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니체의 건강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되어 1900년 8월 25일 사망했습니다.


니체가 생애 내내 다루었던 것은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정신이 천착해온 과정을 전복하고 해체하는 일이었습니다. 니체는 기독교의 전승 이래 내려오는 선과 악, 본질과 현상, 실체와 속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체계에 반대하면서,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긍정하는 철학을 제시합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는 이런 니체의 철학적 관점을 분명하기 하기 위해 서구 기독교 전통이 라이벌로 생각해 투쟁해왔던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차라투스트라를 화자로 빌려옵니다. 


이 책과 더불어 함께 볼 책을 5권 더 소개합니다.



니체는 우리에게 지금 자신의 현재 모습을 긍정하라고 말합니다. 현존의 긍정, 운명애 같은 개념은 니체의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사상입니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더욱 알맞는 사상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 자신의 현존을 긍정한다는 것은 결코 지금 나의 모든 모습에 대해 인정하고 용납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한 자기 긍정은 자기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기인하는 것이기에, 자기 자신에 대한 건강한 경멸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 자신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고, 모든 부조리한 사회 제도에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저항하는 삶, 노예이길 거부하는 삶 속에서 다른 이와 연대하면서 보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게임, SNS, TV에 매몰된 나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고,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는 것을 깨우치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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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사토 기와무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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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4년 사토 노리카즈라는 이름으로 "사디우스의 사신"이 제47회 군조신인문학상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데뷔했습니다. 2016년 "QJKJQ"로 제62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Ank : a mirroring ape"로 제2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 및 제39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2021년 "테스카틀리포카"로 제16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저자의 최신작인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을 보겠습니다.



두 번째 '젤리 워커'는 크리처 조형으로 인기를 얻은 피트 스타닉의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인간-동물 키메라는 옛날부터 금지되고, 규제를 받았지만, 동물-동물 키메라는 농업 등에 활용한 첨단 연구에 지장이 생겨 규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곤충 테러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곤충을 포함한 모든 동물 간 키메라 실험을 국가가 규제한 상황에 스타닉의 친구 가드너가 취미로 주머니 고양이와 태즈메이니아 데빌을 합성해 동물을 만들었습니다. 스타닉은 가드너의 말을 듣고 흥미가 생겨 자신도 실험에 동참합니다. 다양한 생물의 DNA와 배아줄기세포를 판매하는 흔적이 남지 않는 다크 웹에서 척추동물에 무척추동물의 신체적 특징을 융합하는 제초제 케니텍스가 등장했습니다. 타조 수정란의 전핵에 황제전갈 DNA 용액을 주입했더니 새끼 타조의 머리에서 전갈 같은 외피를 가진 키메라가 알에서 깨어났습니다. 무명 CG 크리에이터인 스타닉은 만든 키메라를 힌트 삼아 크리처를 만들었고, 영화에 등장에 큰 흥행이 되었습니다.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그는 번 돈으로 거대한 사유지에 집을 지어 지하에 키메라 사육장과 연구실을 만듭니다.

일곱 번째 '93식'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인 뉴기니섬에서 귀환한 오노 헤이타의 이야기입니다. 국가 총동원으로 전쟁에 나섰지만 장대한 목표는 허무하게 무너져내렸고, 공습은 건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도 불태웠습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눈에 생기가 없었고 마치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어두침침한 침묵 속에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지금 일본에 일거리는 점령군에게 고용되거나 암시장에서 일하는 것뿐입니다. 오노는 패전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서로 총부리를 겨눈 자들 밑에서 일하고, 그들에게 돈을 받아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마음이 생기지 않아 다른 일로 입에 풀칠을 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형편입니다. 헌책방에서 아버지 책장에서 읽었던 헤이본샤에서 간행된 에도가와 란포 전집 2권을 발견합니다.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책을 조심스럽게 넘기자 아버지와의 추억이 되살아나며 이 책을 사야겠다 결심합니다. 주인에게 조만간 선금을 구하겠다며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점령군 요원을 모집한다는 건물로 갑니다. 요코하마로 가서 들개 사냥을 하는 일로 차를 타고 표찰을 보여주면 된답니다.

다른 여섯 가지 이야기는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에서 확인하세요.




양자역학을 작품에 녹여낸 제목이기도 한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표지에 나온 정체 모를 크리처가 등장하는 '젤리 워커', 너무나 가난해서 불쌍하게 느껴지는 야쿠자들의 해프닝을 그린 '시빌 라이츠', 어느 지방 괴담의 실체를 알아보는 '원숭이인간 마구라', 연쇄 살인범의 미술품을 수집하는 남자의 반전을 보여주는 '스마일 헤드', 취재했으나 비공개가 된 미국 퇴직 형사의 기사 '보일드 옥토퍼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으로 돌아온 병사의 끔찍한 이야기 '93식', 운이 없는 한 도장공이 겪은 '못'까지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에는 8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보통 한 작가의 작품을 모은 단편집은 미스터리나, 추리처럼 한 장르가 진행되는데, 이 책은 미스터리, SF, 도시 전설, 괴물로 다양한 장르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소재도 신선하고, 상상했던 반전이 있어 살짝 실망했는데, 거기에 또 반전을 주어 독자들을 놀라게 합니다. 또한 당시의 현실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공허함으로 "인간실격"이 떠오르게 하는 작품도 있고, 외국에서 당할 수 있는 인종차별을 심하게 보여주어 차별의 무서움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번 열면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띠지의 문구에 공감하게 되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한 번 열었으니, 계속 매료된 채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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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살인 첩혈쌍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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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하는 세계에서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최연소 수상작가의 기발한 내용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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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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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수많은 미스터리 작가를 배출한 교토대학 추리소설 연구회 출신으로, 동아리 활동 때부터 범인 알아맞히기의 명수로 유명했습니다. 2002년 단편 "그녀가 환자를 죽였을 리 없다"로 데뷔했고, 2004년 "알파벳 퍼즐러들"로 호평을 받았으며, 2012년 "밀실 수집가"로 제1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2018년 "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와 2020년 "왓슨력", 2022년 "시계방 탐정과 이율배반의 알리바이"로 여러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붉은 박물관"의 두 번째 이야기 <기억 속의 유괴>를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황혼의 옥상에서'는 2학년 후지카와 유리코가 학교 옥상에서 죽은 채로 졸업식날 발견되어 졸업식이 취소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유리코의 목소리를 들은 목격자는 죽기 전 옥상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을 들었답니다. 목격자는 옥상 아래층에서 왁스를 칠하던 작업자였고, 유리코는 상대에게 '선배. 이제 곧 작별이네요.'라고 말했답니다. 편하게 선배라고 부를 정도로 상급생과 친해질 기회가 있다면 유리코가 활동 중인 미술부 선배라 짐작해 경찰들은 미술부 3학년인 도모나가 신고, 오노자와 히로시, 가쓰라기 고헤이를 조사합니다.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경찰은 결국 미해결로 끝나고 그들은 매년 모여 술자리를 함께 했고, 유리코의 사건을 잊지 못한 채로 23년이 지납니다. 집으로 돌아온 신고는 아내 나쓰미로부터 경시청 범죄 자료관에서 23년 전 일어난 여고생 살해 사건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연화(連火)'는 1990년 8월~11월에 4군데의 도시에서 발생한 연쇄 방화 사건 이야기입니다. 방화 대상이 목조 2층 주택이고, 방화 수법, 범인이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점이 동일해 5건 모두 같은 범인이 저지르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범인이 전화를 해 준 덕분에 이때까지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0월 1일에 110 신고 전화로 젊은 여성이 자신의 친구가 연쇄 방화 사건의 범인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TV 9시 뉴스에서 연쇄 방화 사건이 보도되고, 그걸 본 친구가 혼잣말로 '벌써 다섯 번째인데, 이번에도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네.라고 말한 것을 들었답니다. 신고 담당자가 그 친구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볼 찰나, 전화기 너머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고, 바닥에 무거운 것이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퍼집니다. 신고 장소를 알아내 경찰이 출동했지만 젊은 여성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불을 지름으로써 누군가를 만나려고 했다는 말을 토대로 수사를 시작했지만, 그 후로도 방화 사건이 계속 이어지다가, 8번째 사건을 끝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에코는 재수사를 한다며, 사토시와 함께 여덟 건의 방화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납니다.

'죽음을 10으로 나눈다', '고독한 용의자', '기억 속의 유괴'의 이야기는 <기억 속의 유괴>에서 확인하세요.




총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기억 속의 유괴>는 형사사건의 유류품과 증거품과 수사 서류를 보관하고, 그것을 형사사건의 조사·연구 및 수사관 교육에 활용하는 런던 광역 경찰청 범죄 박물관을 모방해 만든 경시청 범죄 자료관이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외모의 소유자이며 의사소통 능력이 결여된 관장 히이로 사에코와 실수를 저질러 수사 1과에서 이곳으로 좌천된 부하 데라다 사토시가 일하고 있습니다. 9년 전에 관장으로 취임한 히이로 사에코는 CCRS라는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증거품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사토시는 유류품과 증거품에 QR 코드 라벨을 붙이고, 관장이 작성한 기본 정보 데이터와 그 코드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에코는 이곳을 진실을 밝혀낼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재검토하여 수상한 점이 있으면 재수사를 합니다. 앞선 전작 <붉은 박물관>에서도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관장 대신 탐문 수사를 나갔고, 미제 사건이나 피의자 사망으로 처리된 사건을 5건 해결했습니다. 이번 <기억 속의 유괴>는 사에코가 관장실 밖으로 나와 사토시와 동행해 사건을 해결합니다. 유류품, 증거품, 수사 서류만으로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고, 범인까지 추리하는 그녀의 비상한 능력은 냉정하고 아름다운 용모와 대조를 이룹니다. 등장인물이나 독자들이 현혹되는 것들을 제거하고,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버리는 사에코의 초연함이 수수께끼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마다 우연이 등장하고, 우연이 겹쳐지지만, 그 우연이 수수께끼를 풀거나 생기게 하는 플롯이 됩니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中에서

순정만화의 전설인 이 작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를 인용합니다. 장르소설에서 우연은 억지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우연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스며들게 했습니다. 우연의 연속인 인생처럼, 관장실을 벗어난 설녀(雪女) 사에코 앞에 어떤 우연이 펼쳐질지 기대하며 다음 작품이 출간되길 기다리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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