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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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유전자가 인간과 절반 이상 비슷한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통해 우리가 사는 지구별 생명체들의 발생과 유전, 진화, 그리고 죽음의 비밀을 파헤쳐 온 생물학자인 저자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에서 박사후연구원, 연세대 생물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에서 연구팀을 이끌며 세계 최초로 세포노화시계를 되돌리는 특정 DNA 부위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 활동 외에도 대중강연을 통해 생물학 최신 이슈와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는 저자가 쓴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을 보겠습니다.



새로운 생명현상을 만났을 때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현상이 '어떻게 일어났는가'와 '왜 일어났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비밀을 풀어줄 두 가지 질문입니다. '어떻게 일어났는가'라는 지문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누구에 의해 어떤 순서로 일어나느냐에 통합니다. 이것이 '기전 연구'입니다. '왜 일어났는가'는 진화와 연결됩니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은 존재들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채택한 또는 버리지 않은 수많은 생명현상의 조각들은 다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진화의 과정에서 적응하며 자연선택된 것입니다. 아무런 의미 없이 일어나는 생명현상은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새로운 생명현상을 마주했을 때 위의 두 가지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수정란은 하나의 개체를 온전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의 수정란에서 서로 다른 세포들이 만들어지는가?' 바로 이것이 발생학을 만들어낸 질문이자 발생학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은 다 자라서 성충이 되면 959개의 체세포를 갖게 되며 그중 생식기를 만드는 세포는 22개입니다. 유전자에는 발생뿐 아니라 노화와 세포사멸 등도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존 설스턴은 예쁜꼬마선충의 모든 세포를 추적 관찰해 죽는 것밖에 없는 세포가 131개나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그 세포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예쁜꼬마선충 발생에 필요한 유전자, 사멸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연구를 통해 코로나 백신도 만들어낼 수 있었고, 인간 노화를 막는 연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대 생물학은 왓슨과 크릭이 작성한 이 논문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논문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우리가 가정한'이라는 표현입니다. 그들은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본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가정해야 설명이 가능하다며 자신들이 세운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즉 DNA가 특이한 모양으로 짝을 이룬다고 추측한 것입니다. 이 그림이 유전자 복제를 의미했고, 돌연변이가 나타나며 새로운 형질도 탄생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지구상에서 종 다양성을 볼 수 있습니다.




30년간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한 생물학자인 저자가 풀어주는 생물학은 놀랍도록 재미있습니다. 일반인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던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해서 그동안 노벨상을 세 번이나 받았습니다. 첫 번째 노벨상으로 인해 세포가 죽는 이유가 죽기로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고, 두 번째 노벨상으로 인해 RNA 간섭 현상을 밝혀내 항암 치료제나 살충제 개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노벨상으로 인해 녹색 형광 단백질을 발견해 유전자 연구에 좋은 표지가 되고 상업적으로 형광 물고기도 만들었습니다. 연구에 초파리나 생쥐를 사용한다는 것은 들었지만, 지렁이처럼 징그럽게 생긴 길이 1mm의 이 선형동물이 생물학에서 이렇게나 중요한 역할을 하다니 정말 놀라웠습니다. 정말 책 제목 그대로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입니다. 예쁜꼬마선충으로 인간의 노화도 연구하고 있다니, 불로불사로 그려지는 미래의 모습이 예쁜꼬마선충 덕분이라고 말할 날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아주 작은 몸으로 놀라운 일들을 하는 예쁜꼬마선충은 저자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주당'이라고 이름 붙인 알코올에 내성을 갖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그것입니다. 또 다른 한국 박사가 붙인 '네모'와 '오래살아'란 돌연변이 유전자도 책에 소개되었는데, 이름만 들어도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 알겠고, 한국 이름을 보니 더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한국 이름이 더 많이 붙을 과학계를 기다리며, 그들의 연구도 응원하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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