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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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서 어린 남자 아이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호나미는 체외수정을 통해 가까스로

얻은 딸 가오루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한편 이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된

사카구치는 여형사인 다니자키와 파트너가 되어 좀 불편함을 느끼면서 사건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아이이데 고등학교 검도부 소속인 마코토는 어린이 검도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여동생을 괴롭히는 남자 아이를 보게 되는데...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연상시키는 책 표지에다 제목마저 '성모'라 끔찍한 범죄에 맞서

모정이 과연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가 궁금했는데 '마지막 20페이지에 모든 세계가 뒤집힌다'라는

띠지의 문구를 보면 엄청난 반전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되어 작가의 계략(?)에 당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책을 읽어 나갔다. 인근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충격을 받아 금지옥엽인

딸을 노심초사 돌보는 엄마 호나미와 사건 수사를 맡은 사카구치, 다니자키 콤비. 그리고 검도하는

고등학생 마코토의 세 가지 시선을 번갈아가면서 전개되는데 무엇보다 끔찍한 사건 자체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자 아이를 살해하는 것도 모자라 성기 절단에 성폭행 흔적까지 죄질이 정말 나쁜

사건이라 호나미와 같이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경기를 일으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보통은 누가 저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을까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이 책에선 초반부에

이미 범인의 정체를 드러낸다. 그러다 보니 범인의 정체보다는 오히려 동기가 뭔지에 호기심이 일었는데

두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호나미의 돌발행동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극단으로 치닫는 행동들이 과연 어떤 결말로 놀라운 반전을 선보일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띠지에 적힌 대로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은 작가에게 당했구나 할 수밖에 없었다.

역자가 반드시 두 번 읽기를 권할 정도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는데

유사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떠오르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하는 건 참아야 할 듯 싶다.

암튼 나름 반전의 묘미를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담고 있는 얘기는 현실에선 좀 심각하다.

소년범 문제를 다룬 여러 책들을 읽었는데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도 있지만

나쁜 짓을 하는 아이들은 어릴 때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더 큰 범죄자가 되기 마련이다.

요즘같이 과잉보호와 제대로 된 훈육이 안 되는 세상에서 안 될 인간은 애초에 싹을 잘라버리는 게

어쩌면 나중에 큰 사고를 치는 걸 방지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도 그런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보여준 모정은 일그러진 모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심정적으론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암튼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순식간에 읽은

책이었는데 아키요시 리카코라는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게 해준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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