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한 성격의 프리터 나루세는 지하철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한 여자를 우연히 구하게 된다.
평범한 인상 때문에 그녀를 까맣게 잊고 지내던 그는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것이 그녀와의 질긴 인연의 시작인 줄은 꿈에도 모른 체,
한편 고등학교 후배의 부탁으로
뺑소니 사건의 진범을 찾는 일을 얼떨결에 맡게 된 나루세는
얼치기 탐정 흉내를 내며 사기 조직의 뒤를 캐다가 위기에 빠지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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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같지 않은 제목이 끌렸던 소설
제목만 봐선 러브스토리일 것 같지만 엄연히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 제목으로선 넘 로맨틱(?)하지만
고령화사회의 문제를 정말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줄 알았던 노인상대로 한 사기가
일본에서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런 문제를 소재로 하여
우리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린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에 놀라울 따름이다.
추리소설의 재미는 역시 뜻밖의 범인의 등장으로 인한
반전에 그 묘미가 있는데 이 소설에서도
우리의 선입견을 통렬하게 비웃듯이(?)
정말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봄날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우리는 만끽하지만
벚꽃이 진 자리는 처량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만개한 벚꽃은 모두들 좋아하지만
그 이후의 모습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벚꽃이 만발한 20대에는 넘치는 젊음과 생명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만
벚꽃이 진 이후엔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진다.
하지만 벚꽃이 진 후에도 벚나무는 살아 있고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물들기까지 한다.
인생은 2,30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이후의 삶에도 본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아기자기한 재미가 숨어 있음을 이 책은 알려 주고 있다.
추리소설의 멋진 반전도 매력적이지만
그보다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었을 때와 같은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다시금 샘솟게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