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동북아시아 삼국 사이의 역사논쟁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늘 우리의 역사가 훼손당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왜 우리 정부나 학계는 제대로 대응을 못하나 하는 한심한 생각만 드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항상 중국과 일본만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우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제는 중국과 일본은 자기 역사를 미화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에 반해

우리는 오히려 축소, 비하하기 바쁘다는 사실이다.

보통 우리가 중국을 황제국으로 사대하고 조공을 바쳤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인데 

조공이 단순히 약소국이 강대국에 상납하는 것만이 아닌 무역에 본질이 있음을 이 책은 잘 가르쳐준다.

아들이나 동생이 부모나 형에게 선물을 가지고 가면 받은 것 이상으로 바리바리 싸주는 게

미덕인 걸 생각하면 오히려 조공을 하는 쪽이 더 이득일 수 있었다.

이는 명나라와 조선 사이의 조공 횟수를 가지고 싸우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명나라가 도리어 조공 횟수를 줄이고 싶어 하고 조선은 늘리고 싶어했다는 사실만 봐도

단순히 조공을 약자가 강자에게 받치는 걸로 치부할 수 없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중국에게 사대를 했던 것처럼 여진족이나 대마도 등에 사대를 받았음에도

이런 사실은 제대로 교과서에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나 백제가 요서 지방을 점령했다는 사실,

해적하면 왜구만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우리 한민족 해적이 동아시아 바다를 지배했고

불교 외에 신선교가 전통 종교로서 번성했다는 사실도 우리 역사 교과서가 숨기고 있는 사실들이었다.


중화사상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교과서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항상 조공을 받기만 했을 거라 생각되는 중국도 한나라 시절 흉노에게 조공을 받쳤다는 사실이나

한족 왕조보다 이민족 왕조가 더 많았음에도 티베트나 몽골 등 소수민족의 역사까지 자기들 역사에

전부 편입시키는 황당한 전략과 의복, 선박, 수레, 농기구 등이 모두 중국에서 발명된 것처럼 과장하며

마치 중국이 모든 문영의 시초이자 중심인 것처럼 구는 것도 전형적인 중국 스타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일본도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근대화의 선두 주자로 아시아를 호령했던 자만심이 있다 보니

한반도에서 문명을 전수받은 사실을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 한다.

특히 백제가 멸망하면서 백제 유민들이 대거 일본 지배층에 흡수되어 일본 신국 건설에 이바지했음에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숨기는 건 물론 오히려 한반도의 일부를 식민지배했다고 주장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쇼군이 명나라 황제의 책봉을 받은 사실이나

임진왜란때 납치해 온 조선 도공의 도자기 기술을 바탕으로 경제 도약을 했다는 사실,

침략 전쟁을 정당방위로 포장하는 것까지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숨기고

유리한 것은 과장하는 경향은 어느 나라나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우리는 있는 사실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은폐, 축소하려 든다는 점이다.

한국의 주류 역사학계는 문헌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려 하지 않고

왜곡된 서술을 그대로 진실로 인정하는 전제에서 역사를 기술하려 하다 보니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경향마저 있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자기 역사를 포장하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자기 역사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자기 스스로의 역사를 왜곡하는 실정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책에 나오는 내용이 전부 옳다고는 단정할 순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역사에 접근하는

학계나 정부의 태도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앞으로도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은 한층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역사를 비하, 왜곡하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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