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하 교수의 생물학 산책 - 21세기에 다시 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이일하 지음 / 궁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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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물리학의 시대라면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라는 말이 있듯이

최근 생물학의 발전은 가히 눈이 부실 정도로 할 수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성공 등 인간과 생명의 비밀에 접근해가고

질병이나 식량 등 인간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 역할을 하는

생물학의 중요성은 두말 하면 잔소리라 할 수 있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생물학이 생각보다 흥미를 끌거나 재미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른 과학 분야들도 마찬가지지만 생명의 신비로움을 발견해가는 등

학문 자체의 매력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맹목적인 지식의 암기만을 강요하다 보니

그다지 생물학의 묘미를 알 수 없었던 것 같은데

서울대 이일하 교수의 이 책은 생물학의 중요한 지식들을 전달해주는 것은 물론

생물학의 매력이 무엇인지에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먼저 생명의 다섯 가지 특성으로 물질대사, 자극반응, 환경적응, 생식과 진화를 제시한다.

전에 읽었던 '빅 히스토리'에서는 생명의 네 가지 특성으로 물질대사, 향상성, 생식, 적응을

거론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대동소이하면서도 조금 뉘앙스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선 생명을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했는데 저자는 이를 좀 더 시각적으로 비유해서 생명을 물질대사라는 흐름 속에서

일정한 형태가 나타나는 분수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

이외에도 생명을 탄소골격의 화학조립체라는 등 생명에 대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생명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핵산의 네 가지 레고블록으로 조립되어 있다는 표현도 재밌었는데,

구체적으로 여러 화학적인 내용들의 설명은 솔직히 쉽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다양한 비유적인

표현 등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하던 부분들을 상당 부분 해소시켜 주었다.

체세포분열과 감수분열로 나뉘는 세포분열과 멘델의 유전법칙은 고등학교 시절의 생물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는데, 자신과 닮았으면서도 유전적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세포분열의 신비한 매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편 멘델의 분리의 법칙과 독립의 법칙 외에 우열의 법칙도 있다고 배웠는데 우열의 법칙은

일제가 만들어낸 거라 하니 생물학에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음을 알게 되어 씁쓸함을 안겨 줬다.

DNA를 비롯한 생명의 비밀을 해독하는 과정은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좀 난해한 측면도

없지 않았는데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유전자 정보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유전자 목록에 있는 게 아니라

유전자 발현 순서에 대한 정보에 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되었다.

전에 읽은 '크리에이션'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GMO에 대해서 저자는 단호하게

문제 없다고 얘기하는 등 생물학 전반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솜씨 좋게 잘 버무려냈다.

생물학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인데 생물학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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