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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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여자친구인 스테파니와 전 여자친구였던 로라를 죽인 혐의로

10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복역했던 토비아스가 출소해 집으로 돌아오자 마을이 다시 들썩인다.

마을 사람들이 토비아스에게 차디찬 냉대로 그의 귀환을 맞이하지만

스테파니를 닮은 아멜리만은 그에게 관심을 보이며 과거 사건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던 중 아멜리는 친하게 지내던 티스가 사건의 진실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

그림을 가졌음을 알게 되어 이를 토비아스에게 알려주려 하지만 갑자기 실종되고 마는데...

 

드디어 장르소설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진작부터 관심이 갔지만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라는 사실 때문에 순서대로 읽기 위해

참고 참았는데 역시나 순서대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부터 읽었다고 해서 책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있진 않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과거사들의 의미를 놓칠 수밖에 없었을 것인데

그런 부분들을 발견할 때마다 뿌듯한 마음마저 들었다.

11년 전 두 소녀를 죽였다는 죄로 복역하고 나온 토비아스는 사실 자신의 범행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여러 정황증거들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게 되었다.

어쨌든 죄의 대가를 법적으론 다 치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죄인으로 취급한다.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를 밀어 의식불명에 빠지게 만드는 등

마을사람들의 반응은 히스테리라 할 정도로 심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보통 시골이면 서로 가족처럼 지내고 정이 많은 걸 생각하지만

그 반대로 배타적이고 편협한 집단주의로 끔찍한 일도 서슴치 않게 저지를 수도 있는데

이 책에 나오는 마을이 바로 그런 마을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진실을 알고 나면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는지 치가 떨릴 지경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덮기 위해 죄 없는 사람에게 10년이란 엄청난 세월을 낭비하게 만들어

놓고도 자기들의 죄가 드러날까봐 또다시 그에게 저지르는 만행은 정말 눈 뜨고 못볼 지경이었다.

이 책에는 정말 수많은 악마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대부분 멀쩡한 사람들로

행세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사람을 죽이고도 죄 없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놓고도

자신들만 괜찮으면 된다는 이기심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인간이 자신과 자기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예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정말 도를 넘었다. 죄를 덮기 위해 계속되는 거짓말과

악랄한 은폐공작은 인간의 선함을 믿지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자기보호본능의 차원에서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지만

진실과 정의가 무참히 무시되는 상황을 보면 씁쓸할 따름이다.

세월호 사건과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을 보면 어찌 그렇게 닮았는지

남에게는 진실과 정의를 부르짖기 쉽지만 정작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자신이 그렇게 욕하던

인간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이 책을 통해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 '너무 친한 친구들', '깊은 상처'까지 지금까지 읽었던 타우누스 시리즈도

모두 만족스런 작품들이었지만 이 작품은 훨씬 커진 스케일과 촘촘히 엮어낸 사건 및 사람들로 두꺼워진 분량만큼 깊이와 만족감도 배가 되었다.

11년 전 사건의 진실과 함께 현재 똑같은 사건이 재현되는 과정은 잠시도 방심할 틈을 주지 않고

정신없이 사건이 휘몰아쳐서 다음 회를 궁금해서 못 견디게 만드는 일일드라마와 같은 강렬한

중독성이 있는 작품이었는데 드러난 진실을 보면 정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냉소에 빠지게 만든다.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 못차리고 술 먹고 정신줄 놓는 토비아스도 한심할 따름이었는데

아내에게 배신당해 정신 못차리는 보덴슈타인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엉망진창인 삶의 늪속에 깊숙이 빠져든 모습들이었지만 마지막에 가서 그나마

그동안의 잘못된 일들이 바로잡혀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서야 이 작품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늦게나마 매력적인 작품을 만나게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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