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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경감 듀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80
피터 러브제이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평점 :
소설의 환상에 빠져 살던 알머 웹스터는 월터 바라노프의 치과에 치료받으러 갔다가
월터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배우의 꿈을 포기못하는 아내 리디아 때문에 시달리던 월터는
우연히 꽃집에 들렀다가 알머를 만나게 되고 리디아의 오해로 알머가 리디아에게 봉변을 당하자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배우의 꿈을 버리지 못한 리디아가 모든 걸 정리해 헐리웃으로 가겠다고 하자
모든 걸 버리고 갈 수 없던 월터와 월터를 보내지 않으려는 알머는
리디아를 모리나티아호에서 처치하는 계획을 세우는데...
피터 러브시의 책은 피터 다이아몬드가 등장하는 '마지막 형사'를 읽은 게
전부지만 그 책을 통해서
충분히 작가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을 확인하게 해준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가짜 경감 듀의 비밀을 푼 사람은 없다'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가짜 경감 듀가 되어야 했던 월터의 기막힌 운명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리디아의 횡포에 발끈한 월터와 사랑의 환상에 빠져 있는 알머는
리디아를 모리나티아호에서 살해하고 바다에 빠뜨리는 완전범죄를 꿈꾼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더니 금방 다른 여자 시체가 발견되고
월터 듀라는 가명을 사용한 월터는 크리펜 사건을 해결하여 명성을 얻은 경감 듀로 오해를 받아
졸지에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는데...
이 책의 가장 기막힌 설정은 역시 아내를 살해하여 시체를 바다에 빠뜨린 월터가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된 여자의 범인을 잡아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한다는 점이다.
자기가 자기를 잡아야 하는 운명의 장난에도 월터는 굴하지 않고 가짜 경감 듀가 되는데
자신의 천직이 마치 탐정이라도 되듯이 예상외로 실력발휘를 해
사건을 해결하는 전혀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명세를 타면서 오히려 자신의 사건이 드러날
위기에 처할 것 같았는데 역시 뜻밖의 반전이
준비되어 있었다.
범인이자 탐정이라는 묘한 입장에 처한 가짜 경감 듀의 활약상을 보면서 그가 과연 사건을 해결할지
궁금하면서도 그의 범죄도 드러나는 게 아닌가 조마조마하기도 했는데
드러난 진실에 조금 허탈하기도 하면서 독자를 농락하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월터와 알머의 묘한 로맨스를 비롯해 부잣집 아들 폴을 둘러싼 음모와 질투 등
아기자기한 얘기들도 깔려 있어 더욱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는데
미스터리의 색다른 묘미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