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불꽃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슈이치의 집에 난데없는 불청객이 찾아온다.

 

엄마의 전 남편인 소네가 집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면서 나가지 않고 가족들을 괴롭히자

 

슈이치는 엄마와 여동생을 지키지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하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

 

점점 소네의 존재에 두려움과 압박감을 느끼던 슈이치는 소네를 처치할 극단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가정에 불화가 있는 경우 그 고통은 무엇보다 극심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자녀들은 부모들의 눈치만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닌데

 

엄마와 여동생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슈이치는

 

소네로 인해 하루하루가 불안과 고통의 연속인 상황에서 결단을 내린다.

 

어찌 보면 정말 극단적이고 무모한 선택이라 할 수도 있지만

 

심정적으론 충분히 슈이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슈이치가 아직 미성년자여서 '천사의 나이프'처럼 약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신상털기와 급속한 정보확산은 가족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줄 것이 분명하기에

슈이치는 완전범죄를 꿈꾼다. 나름 법의학 연구와 철저한 준비를 통해

소네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강제종료' 시키는데 성공하고

 

경찰의 수사도 무사히 넘어가는가 싶었지만 역시 완전범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꾸몄던 계획은 한때 절친이었던 친구가 자신을 목격하면서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오히려 친구의 협박을 받으면서 새로운 위기에 처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묘하게 살인범인 슈이치의 편에 서게 된다.

 

그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만약 그의 입장이 된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상황 논리라는 게 변명이자 핑계에 불과하다고 이성으론 판단하지만

정말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끔찍한 상황을 인내하면서 견뎌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슈이치가 잘못되지 않기를 은연 중에 바라게 되었다.

 

하지만 경찰이 그렇게 허술하진 않았고 결국 슈이치는 막다른 길로 내몰리게 된다.

 

하지만 슈이치에겐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으니 결코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그의 선택이 옳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결과적으론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비극이 초래되지 않으려면 가정이 건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가정들이 적지 않다는 게 슬픈 현실이다.

 

이 책을 통해 기시 유스케와는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그의 명성에 비하면 정말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로 본 '검은 집'의 작가여서 뭔가 독특한 스타일의 작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이야기 솜씨는 충분히 인정할 만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과학적인 지식이 상당히 많이 사용되었는데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 첫인상이 좋으면 다른 작품들도 잘 맞는 편인데 기시 유스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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