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니혼바시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이혼녀가 목이 졸려 시체로 발견된다.

니혼바시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피해자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탐문수사를 하면서 차근차근 단서를 수집해나가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인 이 책은

'악의', '붉은 손가락'에서 만났던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뉘앙스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현장 주변의 센베이 가게, 요릿집, 사기그릇 가게, 시계포, 케이크 가게 등을

가가 형사가 집요하게 드나드는데 그 와중에 살인사건의 단서는 물론

주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비밀을 하나씩 밝혀낸다.

사실 직접적인 수사 대상들이 아니어서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다른 형사들은 놓치고 있던 작은 단서에 주목하면서 이를 세심하게 해결해나가는

가가 형사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였다. 보통 사건이 발생하면 범인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되어

피해자나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배려하는 경우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형사가 수사만 하는 게 아니라 사건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피해자를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이라는 가가 형사의 말은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듯이

모든 경찰들이 가가 형사 선서를 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전혀 윤곽이 잡히지 않던 살인사건도 가가 형사가 하나씩 미심쩍은 부분들을 해결해나가니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결국 드러나는 진실은 한 마디로

가정이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이 드러났다.

요즘은 워낙 이혼이 흔해졌고 가족붕괴가 가속화됨에 따라

직계가족 간의 관계도 과거에 비해 소원해졌는데

이 책에서의 비극도 바로 그런 현대 사회의 가족해체와

가족 간에 쌓인 오해에 기인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역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마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느냐, 아니면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격은 물론 가족과 사회의 건강함이 좌우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잘 보여주었다.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이 책은 좀 더 따뜻한 시선이 많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가가 형사라는 캐릭터 자체가 대다수의 탐정이나 형사들과는 다른

섬세함과 배려심을 갖춘 인간미 넘치는 인물이어서 오로지 범인을 찾아내 단죄하는 그런 통쾌함보다는

두루두루 이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없는지까지 보살피는 자상한 면모를 선보였다.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 주변 인물들이 겪는 고통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은데

가가 형사와 같은 사람들이 정의의 수호자가 된다면 범죄로 인한 상처가 더 쉽게 아물지 않을까 싶다.

니혼바시의 신참으로 활약한 가가 형사와 같은 인물이 우리 동네의 신참으로 오게 되어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그래도 경찰과는 안 엮이는 게 최선이겠지만.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