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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 ㅣ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뉴욕 경찰 강력계 형사를 그만두고 범죄자들의 머그샷으로 미술활동을 하던 데이브 거니는
25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대학 동창 맬러리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맬러니는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1000미만의 숫자 가운데 하나를 생각해보란 편지와
자신이 생각한 숫자인 658이 적힌 또 다른 봉투를 받고 자신의 정체를 알고 싶으면 258.97달러를
입금하란 편지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거니와 의논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한사코 거부한다.
맬러리가 보냈던 수표는 수취인불명으로 반송되고 또다시 숫자를 물어보는 전화가 걸려와
맬러리가 얘기한 숫자를 범인이 맞추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맬러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1부터 1000 사이의 숫자 사이에 아무 숫자나 생각한 걸 맞추는 기상천외한 범인이 등장하는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이었는데 두 번이나 기묘한 재주를 부리는 범인에게는 역시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재주로 숫자를 맞출 수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의문의 편지는 결국 맬러리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맬러리의 죽음도 숫자 퀴즈 못지 않은 밀실 살인사건이었는데 눈이 내린 상황에서
맬러리를 난도질한 범인의 발자국은 숲속에서 갑자기 증발해버린다.
피해자가 맘 속으로 생각한 숫자도 맞추고 범행현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신출귀몰하는 범인은
경찰을 조롱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급기야 경찰은 은퇴한 거니에게 수사에 협조을 요청한다.
하지만 범인은 거니가 제대로 수사를 해나갈 틈도 주지 않고 연쇄 살인사건을 저지른다.
대놓고 경찰에게 도발하는 범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무기력한 경찰들 사이에
거니는 하나씩 단서를 모아 범인의 실체를 좁혀나가고
드디어 범인과 맞닥뜨린 절체절명의 순간 목숨을 건 한 판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추리소설의 생명은 역시 얼마나 기발한 설정의 트릭을 선보이느냐 하는 것인데
이 책의 범인은 정말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트릭을 구사했다.
물론 트릭의 비밀을 알고 나면 '정말 별 거 아니잖아' 하고 김이 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원래 비밀이란 게 알고 나면 대수롭지 않다고 쉽게 느껴지지만
알기 전에는 도대체 뭘까 하고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설정도 돋보이지만 역시 탄탄한 구성과 리얼한 캐릭터에 맛깔스런 작가의 글솜씨가 어우러져
작품의 재미를 더한 것 같다. 사실 사건을 해결하는 거니나 범인 모두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이었는데 이런 작품들을 볼 때마다 부모들만 제 역할을 하면 세상에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인간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모든 악의 근원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별다른 대책이 없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존 버든이라는 매력적인 작가를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책 소개에 나오는 기본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끌었는데 거의 6백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책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들은
보통 어느 정도 사건이 전개가 되어야 몰입이 되는데 이 책은 거의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순간부터 빠져들어 순식간에 페이지들이 사라져버렸다.
바로 전에 읽었던 책 제목처럼 '이야기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충분히 기대할 만한 뉴 페이스와의 만남이라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