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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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여자 아이들을 상대로 끔찍한 짓을 저질렀던 성폭행범 벤트 룬드가 호송 중에 교도관들을  

폭행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가 재범을 할 것을 우려하여 어린이집 등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지만 벤트 룬드는 태연하게 또 다시 어린 여자아이에게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다.  

소중한 딸 마리를 잃은 아버지 프레드리크는 직접 짐승을 처치하기로 마음 먹는데...



최근에 북유럽쪽의 작품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전세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밀레니엄 시리즈'
를  

비롯해 아이슬란드 출신 작가인 아날두르 인드라다손의 '저주받은피' 등 북유럽 5개국 추리소설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글래스키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계속 소개되고 있는데 이 책도 스웨덴 출신의  

두 명의 작가가 2005년에 글래스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아니나 다를까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와 그를 단죄한 피해자 부모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책 제목처럼 짐승이라 할 수밖에 없는 아동 성범죄자 벤트 룬드의 잔악한 범행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당연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분노를 느끼게 되는데 프레드리크가 또 다른 범행대상을 물색 중인

벤트 룬드를 한 방에 보내버렸을 때는 오히려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이상적으로는 체포해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게 맞겠지만 체포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고  

설사 체포해서 종신형을 받게 만들더라도 2차례나 도주한 전력이 있는 자가 언제 또 탈옥해서  

또 다른 피해자들을 낫게 할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라 할 것이다.  

사실 벤트 룬드와 같은 구제불능의 인간말종은 자기가 저지르는 짓을 똑같이 당하게 하면서  

제발 그냥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만들어도 시원찮은데 너무 편하게(?) 죽게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 해도 살인은 살인이기 때문에 프레드리크는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당연히 스웨덴 국민들은 또 다른 2명의 아이들을 노리고 있던 짐승을 처단한 그를 영웅으로

추켜세우며 그의 편에 서지만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프레드리크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비록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출소하게 되지만 또 다른 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광분한 사람들이 주변에 살고 있던 성범죄 전과자 등에 대한 무지막지한

테러들을 저지르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짐승을 처단한 프레드리크에 대한 처벌 문제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만들었다. 프레드리크의 경우 특별한 사정을 감안할 수 있지만 그를 사례를 악용하는 다른 사람들의  

만행들까지 눈감아 줄 순 없고 그렇게 되면 사적 처벌과 복수가 횡행하는 무정부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항소심에선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그는 재수감되는데 거기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이 책에선 아동 성범죄를 직접, 간접으로 겪게 되는 여러 인물들과 그들의 고통을 잘 그려냈다.  

가해자보다는 주로 피해자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삶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딸을 잃고 짐승을 처단한 후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프레드리크나 어릴 적 삼촌의 성폭행을 못 이겨 그를 난도질(?)한 후 감옥을  

제집 삼아 살면서 성범죄자만 보면 어쩔 줄 모르고 광분하는 릴마센의 기막힌 인연(?), 성범죄를  

수사하는 담당 경찰과 출세를 위해 프레드리크에게 종신형을 구형하는 검사 등

사건에 연루된 여러 인물들을 통해 아동 성범죄가 남기는 상처와 파장을 다각도로 잘 그려냈다.  

그리고 과연 범죄자에 대한 사적처벌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이 책이 제기하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개인적으론 아무리 짐승보다 못한 인간을 죽였더라도 처벌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벌권을 개인이 임의로 집행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 책에서 보여준 것처럼 엄청난 혼란과 마녀사냥식  

처벌 또는 사적인 복수가 허용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프레드리크가 행한 처형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에 대한 처벌을 안 한다는 건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1심의 무죄보다는 항소심의 형이 오히려 타당하다는  

생각인데 정말 엉뚱한 결과가 초래되어서 안타까운 맘이 들었다.



글래스키상 수상작들을 읽으면서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명대사(?)라 할 수 있는 강간의 왕국이 왠지  

북유럽에 해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충격적인 성범죄 사건을 다룬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책도 아동 성범죄를 소재로 여러 가지 사회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의 애환을 잘 그려냈는데  

아무래도 전과자였다가 과거를 청산하고 범죄인 교화단체에서 활동했던 저자 버리에 헬스트럼과  

기자 출신의 또 한 명의 저자 안데슈 루슬룬드의 환상의 콤비 플레이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순전히 소설 속의 얘기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소설이 현실의 거울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머나먼 북유럽의 냉혹한  

현실일뿐만 아니라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여러 충격적인 사건 이후 각종 법률이나 제도 등을  

시행하여 아동 성범죄자 퇴치에 혈안이 되고 있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겐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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