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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코드 - 세상의 모든 인간과 비즈니스를 여는 열쇠 ㅣ Business Insight 3
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김상철 외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1월
평점 :
노무현 정부때부터 코드라는 단어가 마치 유행어처럼 사용되곤 했다.
코드 인사 등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사실 세상사에 있어 상대방의 코드를 제대로 알고,
서로 코드가 맞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코드는 물론 자신의 코드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한 개인간의 코드의 차원을 넘어서
한 국가의 문화적인 코드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이다.
컬처코드라는 게 우리가 속한 문화를 통해 자동차, 음식 등에 대해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인데
문화적 무의식이기 때문에 우리가 겉으로 표현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경우가 많았다.
이 책에선 주로 미국의 문화적인 코드들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고 있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미국 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은 한 마디로 청년기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에 대한 철저한 집중, 극적인 감정의 동요, 극단적인 것에 대한 매혹, 변화와 재창조에 대한
개방성, 실수를 해도 반드시 다시 기회가 오리라는 확신 등이 청년기의 특징인데 미국인의 사랑에
대한 코드가 바로 '헛된 기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거의 없는 가슴 설레는 꿈이라 할 수 있었다.
아름다움과 비만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를 설명하는 부분은 더욱 흥미로웠는데
아름다움에 대한 코드는 미국인의 코드는 '남자의 구원'이었다.
'귀여운 여인'을 비롯한 수많은 헐리웃 영화들이 여자들이 백마 탄 왕자를 만나는 신데렐라의 꿈을
꾸게 만드는 것도 미국인들이 '아름다움'을 바로 남자들이 구원해주는 걸로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반면 비만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는 '도피'였다.
비만해지면 아무래도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소극적이 되기 쉬운데
미국인들은 주위의 과도한 기대를 저버리고 싶은 욕구를 인정하느니
차라리 비만을 선택함으로써 도피를 선택한다는 해석이 신선했다.
건강과 행복에 대한 미국인들의 코드는 '활동'이기 때문에 은퇴를 해서도 계속 일을 하면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원하고, 젊음에 열광하는 청년기적 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인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끌어내는 것도 재밌는 발상이었다.
야구가 미국의 국민 스포츠가 된 이유는 야구가 홈으로 들어와야 득점을 하는 경기이기 때문인데
이는 가정으로의 귀환을 중시 여기는 미국인들의 코드가 작용했기 때문이라 하니
컬처코드가 스포츠에 끼치는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가정에 관한 미국인들의 코드를 알고 보니 상식적으론 이해하기 힘들었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ㅋ
직업에 대한 코드가 정체성인 점과 돈에 대한 코드가 증거인 점은 자수성가한 부자들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미국을 오늘날 세계 최고 경제대국으로 이끈 힘이 아닌가 싶다.
미국 문화를 보는 여러 나라의 코드는 코믹하기까지 했는데
프랑스인은 미국문화를 '외계인'으로 독일인은 '존 웨인'으로, 영국인은 '부끄럽지 않은 풍요함'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코드에 맞는 마케팅을 해야 해당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는 바로 '모세'였다.
미국인들을 이끌어 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데 청년기적 문화와 결합하여
주로 청년의 이미지를 띤 사람들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클린턴처럼 섹스 스캔들을 일으켜도 너그럽게(?) 봐줄 정도로
미국인들은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기를 기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
미국인의 대통령에 대한 코드를 통해 여러 이상한(?) 사람들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ㅋ
이 책은 주로 미국인의 컬처코드를 미국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추출해냈는데
대부분은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었다.
코드라는 걸 알고 보니 그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들이 다소나마 이해가 되었던 것 같다.
역시 코드가 통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이가를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는데
아무래도 미국에 치우친 점이 아쉽다고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컬처코드를 분석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은데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른 사람이 없는 것 같아(내가 몰라서일 수도 있지만) 더 아쉬운데
조만간 한국의 컬처코드를 잘 정리한 책과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