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범죄는 과연 어떻게 다루는 게 정답일까?

천사의 나이프 ㅣ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세 명의 열세 살 중학생들에게 아내를 잃고 어린 딸 마나미와 함께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히야마는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살인범들이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나오자 분노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 이후 4년이 지나 세 명의 소년 중 한 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히야마는 아내를 살해한 소년들의 갱생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하는데...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이 책은 최근에 읽었던 '고백'과 마찬가지로 소년 범죄를 소재로 하여  

과연 소년들을 엄벌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소년이기에 그들에게 처벌이 아닌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지에 관한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이미 일본에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고 우리도 일본에 못지 않는 수위에 달한 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잔인함을 보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소년들의 범죄도 과연 중학교 1학년생들이 그런 짓을 했을까 싶을 정도의  

충격적인 범죄인데 이런 범죄들을 뉴스 등을 통해 접한다면 일단 피해자 입장이 되어 분노하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싶다.  

특히 단지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만 받고 끝난다고 생각하면

형법 등을 개정해서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설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내리고 형사미성년자에 대한 소년법상의 처분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뜻밖의 반전들을 마주하면서 조금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아직 기나긴 삶이 남은 소년들에게 전혀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득이 될 게 없다는 점이다.

성인과는 달리 그래도 갱생의 가능성이 있는 소년들이 갱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단순히  

세상과 격리시켜 구제불능의 범죄자로 만드는 것보단 바람직한 일이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갱생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개인적으론 사람이 바뀌는 건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천성이든 아니면 환경에 의해서든 한번 형성된 인격과 자아는 쉽사리 바뀌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갱생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죄를 짓고 법정에 선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그들이 법정에서 잘못했다고 하는 말이  

과연 진심에서 우러나와 하는 말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았다.  

눈앞의 처벌을 모면하기 위한 순간의(?) 반성은 그 시간만 지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올 뿐이니까...

그리고 이 책은 과연 어떤 게 진정한 갱생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단순히 죄의 대가를 치르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것으로는 부족한다.  

특히 피해자나 그 가족의 울분을 풀어주지 않고서는 절대 갱생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 때 비로소 갱생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변명과 자기 합리화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자들은 절대 갱생할 수 있는 인간들이 아니기에 용서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도 겉으론 갱생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갱생되지 않고  

위선으로 철저히 포장된 인물이 있었는데 (왠지 '제물의 야회'와 비슷한 느낌이 났다.)

그런 자들을 잘 걸러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최근에 읽은 일본 추리소설들은 소년 범죄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다.

그만큼 소년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이에 대한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게 정말 문제다.

점점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내려가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하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정말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다시 올 수나 있을런지 정말 걱정스럽다.  

소년 범죄의 실상과 과연 그들을 어떻게 다루는 게 맞는지를 균형잡힌 시각에서 다룬 이 책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도 선사하는데 저자의 역량이 놀라울 뿐이었다.  

데뷔작이 이 정도의 수작이라면 앞으로 그의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