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 - 이안 맥켈런 주연 영화 [미스터 홈즈] 원작 소설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1
미치 컬린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개봉될 정도로

탐정의 대명사인 셜록 홈즈의 인기는 한 세기가 지나도 여전하다.

특히 나처럼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는 입문서 내지 정석이나 다름 없었다.

초딩일 때 아동용 문고판으로 만나기 시작한 셜록 홈즈의 얘기들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는 주옥같은 작품들이다.

 

이 책은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코넌 도일의 작품이 아닌 다른 작가가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쓴 셜록 홈즈의 말년의 얘기를 담고 있다.

코넌 도일이 자신이 창조한 셜록 홈즈를 다른 작가가 사용하는 줄 알았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신이 사랑한 에르큘 포와로를 마지막 작품에서 죽게 만든 이유도

다른 사람이 에르큘 포와로를 쓰는 게 싫어서라고 했는데

아마 코넌 도일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을 것 같다. 그것도 셜록 홈즈의 말년의 얘기는...

 

코넌 도일의 '마지막 인사'에서도 홈즈가 시골로 내려가 양봉 일을 하면서 노년을 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책에서도 93세의 홈즈가 시골에서 양봉 일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기본 설정으로 되어 있다.

가정부 먼로 부인과 그녀의 아들 로저와 함께 말년을 나름 바쁘게 보내고 있던 홈즈가  

뜻밖에 로저를 사고로 잃게 되는 얘기와 일본에 있는 팬(?)의 초청을 받아 일본을 여행하는 얘기,

예전에 해결했던 사건을 직접 책으로 서술하는 얘기의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날카로운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던 홈즈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고  

외롭고 쓸쓸한 노인의 모습만 남아 있어 좀 애처로운 생각이 들었다.  

물론 90대 노인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홈즈의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자신을 따르던 로저마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등  

그의 말년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고독이라 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명탐정의 말년이 너무 쓸쓸한 것 같아 좀 맘이 아팠다.  

게다가 홈즈의 고독한 모습이 왠지 나의 미래 모습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더욱 동병상련의 맘이었다.

한창 때의 홈즈는 독신이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최고의 탐정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에도 거의 전문가 수준이여서 정말 멋진(?) 독신자의 삶을 살았는데  

노년에는 비록 여러 가지 일로 바쁘지만 너무 외롭고 쓸쓸한 모습이어서 정말 안타까웠다.

비록 소설 속의 가상인물이지만 거의 나의 독신 롤 모델로 해도 괜찮은 인물이 홈즈였는데  

그의 노년의 모습을 보니 좀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결혼한 사람들도 노년에는 배우자가 먼저 사망할 수도 있고 자식들과도 떨어져 살면  

별 다를 게 없겠지만 홈즈의 노년은 좀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코넌 도일과 셜록 홈즈에게 헌정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잘 알던 홈즈의 모습이 아닌 외롭고 쓸쓸한 노인의 모습을 보여줘서  

사실 탐정으로 맹활약하던 모습을 기억하던 팬들에겐 오히려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맞을 수밖에 없는 노년의 삶을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홈즈의 모습은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비록 곁에 함께 할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남은 삶을 잘 정리하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좋아하는 명탐정 홈즈의 노년의 모습을 통해 내 노년의 삶도 다시 설계하는 계기도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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