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 상 - 스티븐 킹 단편집 밀리언셀러 클럽 100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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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클럽의 100번째를 장식하는 책으로 선택된 스티븐 킹의 단편집인 이 책은

스티븐 킹의 14편의 단편을 두 권의 책에 담고 있다. 상권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각 작품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중의 한 명인 스티븐 킹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었다.

 

먼저 '제4호 부검실'은 독사에 물린 하워드를 사망한 것으로 오인한 의사들이 해부하려다가  

진짜 죽일 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을 죽은 줄로 오인하고 매장한다거나  

화장해서 진짜 죽이는 얘기는 낯설지 않지만 그런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진 남자가 죽음의 순간을  

아슬아슬하게 모면하는 과정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어웨이크', '리턴' 등의 영화에서 '수술 중 각성' 현상으로 수술하는 상황을 그대로 느끼는 경우가  

표현되었는데 영화 속에서 본 그 장면들을 생생하게 옮겨놓은 작품이었다.

 

'검은 정장의 악마'는 형이 벌에 쏘여 죽었던 게리가 우연히 악마를 만나 간신히 도망치는 얘긴데 

일상 속에서 악마란 존재를 만났을 때의 섬뜩함이 잘 표현되고 있고,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있는 재밌는 낙서들을  

공책에 적는 남자의 얘기인데 자살하려던 앨피는 자신이 만든 공책을 발견한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자신이 애써 만든 공책을 버리기가 아까워 자살을 못하는데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죽고난 이후에 대한 걱정이나  

자신이 아끼는 것을 가진 사람은 쉽게 자살할 수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잭 해밀턴의 죽음'은 스티븐 킹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소설 '보니와 클라이드'(우리나라에선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 주연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제목의 영화로 더 유명한 작품이다)와

실제 갱들의 얘기를 바탕으로 쓴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영화 비슷한 갱 영화인 '내일을 향해 쏴라'의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가 연상되었다.

(내일을 향해 쏴라의 원제도 부치 캐시디 앤 선댄스 키드다. 우리나라 영화수입자들의 작명 솜씨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다. ㅋ)

'죽음의 방'은 남미의 어느 취조실에서 전기고문을 당해 죽기 직전인 남자가 탈출하는 얘기인데

다른 작품에 비하면 평범하다 할 수 있었다.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은 최근 발간된 '다크 타워'의 외전격인 소설이라는데

스티븐 킹이 무려 33년간 심혈을 기울여 쓴 역작의 맛보기로서 충분히 재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최후의 총잡이인 롤랜드가 겪는 판타지 성격의 모험담은 녹색인간, 흡혈마녀들, 의사 벌레 등  

독특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판타지와 호러 소설을 적절히 버무린 흥미진진한 얘기를 만들어냈다.

'다크 타워'보다는 시간상 이전의 얘기라서 '다크 타워'를 보기 전에  

워밍업하는 기분으로 읽으면 좋을 작품이었다.

 

단편집의 제목으로도 쓰인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는 일본의 인기소설이자 영화였던  

'데스노트'를 연상시키는 작품이었다.

여러 기호를 이용해 편지를 보내 사람을 죽게 만드는 초능력(?)을 가진 딩크가

이상한 단체에 스카웃되어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얘기가 그려지는데

1주일 동안 70달러를 무조건 소비해야 하면서 일정한 패턴의 삶을 살아가며 살인 교사를 받는 딩크가

자신이 죽게 만든 사람들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과정까지를 담고 있다.

예전에 유행처럼 번졌던 '행운의 편지'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는데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이야기였다.

 

스티븐 킹의 작품들을 영화화한 작품들은 많이 보았지만 그의 소설은 솔직히 거의 읽지 못했다.

이 단편집을 통해 느낀 스티븐 킹의 필력은 역시 당대 최고의 이야기꾼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각 작품이 만들어진 계기까지 스티븐 킹이 설명해주고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서문을 통해서도 밝혔듯이 재밌는 이야기에 대한 그의 애정은 정말 남다른 것 같다.

남들은 그냥 흘려듣고 지날 얘기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얘기들을 만들어내는 그의 재능은  

이 단편집에서도 잘 발휘되었다.

'창작이란 창조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일을 파내는 작업'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가 발굴해낸 다른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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