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타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노부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여겨지는 대화의 시작점이다.
솔직히 책의 시작부터 써진 파란글씨들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한참을 읽어보고, 다시 읽어보고, 끝까지 읽은 뒤에야 그것이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쇼타에게 들리는 거였음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수고비로 100만 엔을 선뜻 지불하는 노부인이 쇼타의 초콜릿 선물에는 감동하지만 먹지 않고 따로 두는 이중적인 모습은 내게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혼자 사는 노부인이 다 먹지 못해 남아있는 음식들 뭉그러진 딸기라든가, 유통기한이 짧아서 사지 못하다가 쇼타의 방문에 맞춰 쿠키를 구입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이런 모습에는 동정심이 들고, 안쓰럽다가도 타인의 사진을 보며 쇼타와는 다른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노부인의 경험치와 시선은 양날의 검처럼 완전 다른 사람 같다고나 할까?
쇼타도 나와 같지 않았을까? 기묘함과 애정을 같이 가지고 노부인의 부탁을 들어주고 계속 방문하고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눈 게 아니었나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몰래 촬영하는 일을 들킬까 전전긍긍하면서도 막상 직장동료인 나카무라에게 들키자 의연함을 보여주는 쇼타의 성격도 그런 이중적인 면의 한 부분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면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 짧은 소설책 한권에서 모두 보여주기엔 부족하겠지만, 그리고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도 않지만 간결하면서도 충분히 인간의 내면을 잘 표현하고 사회상을 보여주었다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모습을 따라가고 있다는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도 취업난을 겪고 불합리함에 열변을 토하며 삶이 꼬이는 것만 같은 요즘 세상 속에서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들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어른들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또 얼마나 공감을 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각자 노력하며 자기만의 삶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희망이라 불리는 그 모호한 이상을 쫒아서…….